무항생제 닭고기 고사 위기

 

국내 무항생제 닭고기시장이 고사 위기에 처했다.

이는 정부가 무항생제 축산물 인증기준 강화를 골자로 한 ‘친환경농축산물 및 유기식품등의 인증에 관한 세부실시 요령’ 일부개정안을 지난 5일 행정 예고했기 때문.

개정안에 따르면 동물용의약품을 단 1회라도 사용한 가축은 무항생제 축산물로서 출하할 수 없다. 다만 질병 취약시기에 질병이 발생해 동물용의약품을 사용한 경우에 한해 휴약기간의 2배 시간이 경과한 뒤 무항생제 축산물로 출하할 수 있다.

가금류의 질병 취약시기는 육계는 부화 후 1주 이내, 산란계는 부화 후 2주 이내, 오리의 경우 식육은 부화 후 1주 이내, 알은 2주 이내이며, 메추리는 부화 후 1주 이내로 규정했다.

이같은 정부의 개정안 발표에 양계업계가 발칵 뒤집어졌다. 무항생제 축산물로 표기돼있는 축산물에 항생제를 시용하지 말아야한다는 소비자단체의 주장은 당연하지만, 친환경 닭 사육시 콕시듐과 괴사성 장염이 99% 발생하는 현실을 감안할 때 무항생제 사육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부화 후 1주일간을 질병 취약시기로 설정하고 치료 목적으로의 항생제 사용을 허용한다는 단서조항을 달았지만, 취약질병인 괴사성장염의 경우 부화 후 3주 전후에 집중 발생하기 때문에 전혀 현실성이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기존 무항생제 축산물의 질병관리를 위해 수의사의 처방에 따라 동물용의약품의 사용을 허용해왔던 것에서 개정안대로 수의사 처방에 따라 질병을 치료할 수 있으나 무항생제 축산물로 인정받지 못하게 된다면 기존 무항생제 사육농가의 인증취소 등으로 인한 피해가 막심할 수밖에 없다고 전문가들은 주장했다.

양계전문가들은 특히 국내 프리미엄 무항생제 닭고기시장의 몰락을 우려했다.

정부가 내 놓은 안이 그대로 시행될 경우 무항생제 축산물 생산이 1%에도 미치지 못하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아울러 개정안 시행 후 세균성질병 발생으로 항생제 투약시 기존 무항생제 인증닭이 일반닭으로 전환되면서 학교급식 중단 사태와 친환경제품의 생산 중단이 우려되는 등 기존 친환경시장에 엄청난 후폭풍이 예상된다고 전문가들은 역설했다.

또한 무항생제 인증 취소 등에 따라 무항생제 사육농가의 경제적 피해가 심각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하림의 ‘자연실록’, 올품의 ‘자연에 좋은닭’, 마니커의 ‘닭터의 자연’, 체리부로의 ‘백년백계’ 등 무항생제 닭고기 생산에 참여하는 농가는 전체 육계농가의 32%에 달한다.

무항생제 닭고기를 생산하기 위해선 무항생제 사료 사용은 물론 친환경 및 HACCP 인증 등을 받아야 하는데 이를 위한 시설 투자비용만 해도 농가당 5000만원 이상이라는 것. 게다가 마리당 60원의 친환경축산보조금 미지급 피해액과 육성률 하락 및 폐사율 상승에 따른 사육비 감소에 따라 연간 약 1440억원의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이에 대한양계협회와 한국육계협회, 한국토종닭협회, 한국오리협회 등 4개 가금단체는 지난 20일 성명서를 통해 “무항생제 축산물 인증기준 강화는 친환경축산을 포기하는 것”이라며 “대책 없는 무항생제 축산물 인증기준 강화 정책을 철회하라”고 정부에 요청했다.

이들은 “축산 선진국인 미국과 유럽에서도 무항생제 닭고기 생산에 일부 항생제 사용을 허용하고 있다”며 “사육과정에서 질병이 발생할 경우 수의사 처방을 받아 극히 허용된 항생제를 사용하고 충분한 휴약기간을 거쳐 출하함으로써 닭고기에는 일체의 항생제가 잔류되지 않아 안전성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만약 이 개정안이 시행된다면 농가의 경제적 피해는 물론 과거 일반사육 방식으로 회귀함에 따라 항생제의 오남용에 따른 국민 식생활 안전에 심각한 문제가 예상된다”며 “개정안 철회는 물론 농가를 비롯한 업계의 목소리를 경청해서 대안을 마련해주지 않는다면 가금단체는 물론 300만 농민과 연대해 정부에 엄중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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