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을 품은 축산, 행복한 식탁’이란 슬로건을 내걸고 추석 명절을 앞둔 8일부터 10일까지 3일 동안 ‘2016 대한민국 축산물브랜드 페스티벌’이 서울 삼성동 소재 코엑스에서 있었다. 그 3일 동안 참여한 64개의 브랜드 경영체와 축산관련단체들은 소비자들에게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다양한 행사를 벌였다.

이 페스티벌은 농림축산식품부가 주최하고, 농협중앙회가 주관하며, 각 시·도 유관기관과 축산관련단체협의회 그리고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가 후원한다. 이 행사를 위해 지원되는 자금만 해도 정부·농협·지자체 등 10억여원에 달한다.

 

생산농가 동기부여

 

축산물 브랜드 페스티벌은 2000년 초 국내에서 유통되는 농축산물에 중금속과 항생제 과다 사용 그리고 해외 악성 가축질병 발병 등으로 농축산물에 대한 소비패턴이 가격 위주에서 위생과 안전으로 급격하게 바뀌고 있던 상황에 맞춰 축산물의 품질 고급화를 모토로 생산농가의 동기부여 차원에서 시작됐다.

2003년 중반부터 농축산부는 브랜드 축산물 육성을 축산정책의 중심축으로 삼고, 막대한 자금을 지원해, 그동안 우후죽순으로 난립하던 브랜드 축산물사업의 부작용을 정리하고 엄격한 선별프로그램을 선정하는 동시에 그것을 기준으로 우수 브랜드 경영체와 소비자 중심의 브랜드사업을 실시했다.

브랜드전시회로 출발한 이 행사가 축산물 브랜드 경진대회 및 전시회로 탈바꿈한 것도 브랜드 축산물 사업을 이끌어 갈 선도 경영체를 선정하고 이들에 의해 농가를 조직화함으로써 국내 축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할 필요성 때문이었다.

축산업이 ‘생산자 위주에서 소비자 중심으로의 전환점’을 맞아 1차 산업에 국한됐던 축산업이 2·3차 산업으로 확산되는 계기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축산물 브랜드 경진대회 및 전시회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던 것이다. 생산자들이 안전과 위생을 확보해야 하는 것은 이제 선택사항이 아니라 필수적인 일이라는 말이다.

이는 ‘농장에서 식탁까지 안전과 위생을 보장한다(Farm to Table)’는 생산자 중심의 관점에서 역으로 ‘식탁에서 농장까지(Table to Farm)’이라는 소비자 중심의 시대가 도래했음을 뜻한다. 그 시대에 맞게 축산업을 재편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 바로 ‘축산물브랜드 페스티벌’이다.

그러나 이 행사가 횟수를 거듭하면서 참여하는 경영체나 관람하는 소비자 모두에게 “도대체 왜 해야 하는지”의 의구심을 낳게 하고 있는 것은, 투입되는 자금이나 노력이 ‘낭비’되고 있기 때문이다.

 

해마다 혹독한 평가

 

특히 이번 축산물브랜드 페스티벌을 지켜보면서 ‘현장의 브랜드 경영체와 그에 참여하는 축산농가들의 고품격의 축산물 브랜드를 만들기 위한 노력과 그 결과물을, 소비자들에게 제대로 평가받아 품질 고급화에 더욱 박차를 가할 동기부여’라는 본뜻을 완전히 왜곡시켰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매년 그게 그거”라는 참여 경영체들의 혹독한 평가에도 그에 따른 페널티를 적용받지 않고 달리 뚜렷한 변화를 가져오지 않으면서도 하나의 대행업체에서 매년 행사를 독점해오다 보니 ‘특혜’라는 말도 나온다.

이번 페스티벌과 관련 대행사가 제시한 기대효과 부분을 보면 지난해 9만여명의 관람객 방문과 9억5000여만원의 실물거래 성과를 거뒀다면서, 올해도 축산물 관련 다양한 정보 제공과 관람객을 위하 다채로운 체험프로그램을 진행하겠다고 했다. 베스트 육가공품 선발대회, 우수사슴 선발대회, 우수 브랜드 성공사례 공유를 통한 품질 경쟁력을 강화한다고도 했다.

또 전국 유통인 및 외국 현지 수입업체 초청을 통한 직거래 및 수출 MOU를 체결하고, 축산물 산업 비즈니스 교류의 장을 만들어 축산물 브랜드 경영체와 유통업체의 동반성장을 도모한다는 것이다. 내용만 놓고 보면 그럴싸하다. 그러나 3일의 기간 동안 어떠한 효과를 봤는지는 차후 평가회에서 따져볼 일이지만 홍보 대행사의 기대효과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지금까지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삼성동 코엑스와 일산 킨텍스 그리고 양재동 aT센터를 전전했다. 지난해 킨텍스에서 진행됐다가 소비자들의 접근성이 코엑스가 좋다는 반응에 따라 코엑스로 다시 바꾸었다.

 

본연의 뜻을 살려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람객 수는 지난해보다 오히려 줄었다. 국내 축산관련 행사 중 최대 규모라는 명성과는 달리 행사 기간 내내 썰렁했다. 특히 시기를 추석을 앞둔 시점으로 잡았음에도 불구하고 한산했다. 한 경영체 관계자의 말처럼 축산물을 구입하러 오는 소비자보다 행사 참여 직원들이 더 많았다.

행사 시간 문제는 물론 주차비가 비싸 주부들이나 일반 소비자들이 찾기에도 부담스러운 문제도 있다. TV방송이나 신문매체 등 언론에 제대로 노출되지도 않아 주변 아파트 주부들은 코엑스에서 무슨 행사를 하는지조차 몰랐다고 한다.

경영체가 페스트벌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최소 2명에서 6명까지 직원들이 행사 기간 동안 체류해야 한다. 고정비용도 기본 부스당 120만원에 부대 시설비, 주차비, 행사에 필요한 축산물 등등을 고려하면 수 천만원이 소요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경영체들은 가져온 축산물의 처분을 고민했다.

매 번 평가회에서 지적되지만 페스티벌 본연의 뜻이 실현되지 않으면 페스티벌은 대행사를 위한 행사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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