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양궁이 리우 올림픽 남녀 단체전에서 금메달 2개를 땄다. 남자의 경우 지난 런던올림픽에서의 패배를 설욕했지만, 여자의 경우는 1988년 이후 무려 8회 연속 금메달 행진이다. 국제양궁연맹이 어떻게 하면 한국의 독주를 막아볼까 별의별 수단을 다 쓰지만 결과는 ‘헛 일’이다.

한국 궁사들을 흔들어 볼 양으로 세트제 승부라는 변수 많은 룰까지 만들어 봤지만 상대 선수들이 ‘텐텐나인10-10-9’을 쏘면 ‘텐텐텐10-10-10’으로 응수하는 데야 당할 재간이 없다.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에선 김경욱 선수가 10점 과녁 정중앙에 설치된 카메라를 두 번이나 명중시켰다. 그 2년 전인 1994년 국제양궁대회에서는 한승훈 선수가 36발 모두를 10점 과녁을 맞추는 거짓말 같은 ‘만점 기록’을 달성해 세계를 놀래켰다.

 

한 민족의 DNA?

 

주변에선 고구려를 세운 ‘주몽’의 피를 이어받은 핏줄이니, 조선의 태조 신궁 이성계의 후손임을 속일 수 없다고 한민족의 DNA를 들먹인다.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이다. 쉽게 상대 궁사들을 누르고 금메달을 따는 모습이 그저 ‘식은 죽 먹기’로 보이지만 올림픽에 참가한 선수 어느 누구 하나 죽기 살기의 노력을 하지 않은 이가 없다. 오늘날 세계가 깜짝 놀라고 있는 한국 양궁의 위상도 하루아침에 이뤄진 것이 아니다.

한국인들도 한국 양궁의 시스템을 알고 나면 학연·지연·혈연에 각종 비리가 만연해 있는 한국의 현실에서 한국 양궁만이 온전히 ‘깨끗함’을 유지해 오고 있는 사실에 놀란다. 어떻게 온전히 실력만으로 대표가 선발되는지 말이다.

올림픽 8연속 제패의 금자탑을 쌓은 한국 양궁계의 비결은 이렇다. 전국의 900여 명 가량의 초등학교 양궁선수는 모두 대한양궁협회로부터 모든 장비와 출전 비용을 지원받는다. 출발선부터 동등한 기회가 주어지는 것이다.

그렇게 어린 시절부터 선수 생활을 하면서 대표로 선발되려면 먼저 남녀 모두 국내 랭킹 100위 안에 들어야 하고, 그들은 8개월간 지옥의 선발전을 치른다. 총 4055발의 화살을 쏜다. 이는 1분에 한 발로 계산해도 사흘을 꼬박 쏴야 하는 양이다.

표적지와 사선을 왕복한 거리는 182km다. 3차례 선발전과 2차례의 평가전을 치러 최고의 성적을 거둔 3명만이 올림픽 출전 자격을 획득한다. 국제대회에서 우승하는 것보다 국내에서의 선발전이 더욱 어렵다고 하는 이유다. 이렇게 국내에서 오직 실력만으로 선발되다 보니 올림픽 개인전 2연패 선수가 없다.

 

국민도 줄 세우려나

 

런던올림픽 개인전 금메달리스트였던 오진혁 선수의 모습을 이번 리우올림픽에서 볼 수 없었던 것은 그도 국내 선발전에서 6위를 한 까닭이었다. 여타 종목의 선발과 크게 다른 것이 바로 선발 과정의 투명성과 공명성이다. 때문에 탈락한 선수도 변명의 여지가 없는 것이다.

특히 실력자가 우글거리는 정글에서 오로지 제 힘 하나로 살아남았다 해도 4명에서 1명이 탈락하는 평가전은 외부에서나 내부에서조차 잔인할 정도다. 여기선 파벌이나 외부의 압력에 의한 엉뚱한 선수 선발 잡음도 없다. 학연·지연·혈연으로 인해 내부가 썩어 들어가는 대한한국의 현실에서는 선 듯 이해가 가지 않지만 30년간 이어져 온 방식이다.

박근혜 대통령도 한국 양궁 선수들에게 축하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그런데 그 당연한 행위가 당연하게 들리지 않는 것은 참 아이러니한 일이다. 공기업의 낙하산 인사와 정서가 다르거나 조금이라도 뜻과 맞지 않는 인사들의 퇴출, 거스르는 자에 대한 집요하고도 혹독한 보복을 줄곧 보아왔다.

새누리당 전당대회 당 대표를 선출하는 그 현장에 나타나 잠재적 지지를 호소한 박근혜 대표의 뜻대로 박 대통령의 ‘복심’으로 알려진 이정현 의원이 대표로 선출됐다. 선거를 어떻게 치러야 하는 지를 알고 있는 ‘선거의 여왕’다웠다.

이정현 대표는 “대통령과 맞서고 정부와 맞서는 것이 정의이고 그게 다인 것처럼 인식한다면 여당 소속 의원으로서의 자격이 없다”고 최근 박 대통령 비판에 대해 일갈했다. 친박 일색의 신임지도부는 박 대통령의 손과 발이 되겠다는 뜻이다. 그래서 살기 좋아진다면 그것도 뭐 나쁘진 않겠지만 그 말의 본 뜻을 곱씹어 보면 국민들도 줄 세우겠다는 것과 다름이 아니다.

 

무조건 따라오라니

 

대통령 후보 시절이나 당선자 초기에도 박 대통령은 농축산업을 몸소 챙기겠다고 철석같이(?) 약속했다. 4년차에 접어든 지금 광폭의 행보를 보이며 전 세계를 돌면서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하거나 체결하자고 ‘FTA 전도사’를 자처한 결과 값싼 외국산 농축산물은 넘쳐나는데, 국내 농축산업은 각종 규제에 발목이 묶인 상태다. 살려달라고 해도 외면한 채 말이 없다. 약속을 못 지켜 미안하단 사과도 없다.

이 대표도 박 대통령의 말과 마찬가지로 “지금은 다른 것 필요 없이 국민이 먹고사는 문제, 국가 안위 문제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한다. 주변의, 고위층의 온갖 구린내를 천 하나로 덮고 무조건 대통령이 시키는 대로, 말하는 대로 따라가다 보면 이뤄진다는 뜻일까? 투명하고 공정한 사회로의 승화는 이쯤 되면 내려놓을 수밖에 도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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