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부족 중에서도 유난히 강력한 지도자가 있어서 중앙 집권화가 더 많이 이루어진 부족은 대개 중앙 집권화가 미약한 부족에 비해 유리해진다. 갈등 해결에 미숙한 부족은 분열돼 여러 개의 무리로 갈라지게 마련이다. 반면에 효과적인 갈등 해결, 올바른 의사 결정, 조화로운 경제적 재분배 등의 장점을 갖춘 사회는 더 나은 기술을 발전시킬 수 있고 군사력을 집중시킬 수 있으며 더 넓고 생산적인 영토를 차지할 수 있다.

그러므로 동일한 수준의 복잡성을 가진 여러 사회가 경쟁하게 됐을 때, ‘만약’ 상황이 허락하기만 한다면 사회적 복잡성의 수준은 한 단계 상승하게 마련이다. 부족들은 다른 부족을 정복하거나 서로 합쳐 추장 사회의 규모에 이르게 되고, 추장 사회들은 다른 추장 사회를 정복하거나 서로 합쳐 국가 규모에 이르게 되며 국가들은 또 다른 국가를 정복하거나 서로 합쳐 제국이 된다.

 

특권 빼앗기기 싫어

 

더 일반적으로 말해서 큰 사회 단위는 규모가 커진 데 따르는 각종 문제, 이를 테면 지도자의 자리를 노리는 자들의 끊임없는 위협과 도둑정치에 대한 평민들의 반감 그리고 경제적 통합으로 인해 늘어나게 된 여러 가지 문제점 등을 해결할 수만 있다면 각각의 작은 사회 단위에 비해 잠재적으로 유리하다.

작은 단위들이 융합돼 큰 단위로 바뀌는 현상에 대해서는 역사적 기록도 많고 고고학적 증거도 많다. 루소의 주장과는 달리 이러한 융합은 작은 사회들이 아무런 위협도 받지 않는 자유로운 상황에서 그 구성원들의 행복을 도모하기 위해 서로 합치기로 결정하면서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대규모 사회의 지도자들과 마찬가지로 소규모 사회의 지도자들도 자신의 자율성과 특권을 빼앗기기 싫어한다. 그러므로 융합은 다음 두 가지 방식으로 이뤄진다. 외부 세력의 위협을 받고 합병되거나 아예 정복당하는 것이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립대UCLA 의과대학 생리학교수 뿐만 아니라 인류학과 역사학에 조예가 깊은 재러드 다이어몬드(Jared Diamond) 박사의 역저로 1998년 퓰리처 상을 수상한 「총, 균, 쇠(GUNS, Germs, and Steel)」의 한 대목이다.

그는 ‘현대 세계의 불평등이 왜 일어났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각 대륙에서의 인류의 발전이 어떻게 이뤄졌는지를 인류문화사, 역사학 등을 총망라해서 규명해 나갔다. 그리고 제국주의 시대와 현재의 글로벌 시대가 형태는 달라도 방식은 거의 비슷하다고 평가했다. 합병을 당하거나, 정복을 당하는 가장 큰 이유는 정복자보다 갈등을 효과적으로 해소할 수 있는 사회 구조가 빈약하기 때문이라고 밝힌다.

 

뜯어먹기 쉬운 나라

 

그런 의미에서 보면 세계 경제 10위권에 등재돼 있는 대한민국은 전 세계 내로라 하는 국가들이 뜯어먹기 아주 쉬운 나라이다. 대통령은 취임 이후부터 스스로도 이해하지 못하는 ‘국가’와 ‘애국’을 읊조리면서 중요한 건건 마다 국론 분열에 앞장선다. 자신이 내세우는 건 애국이니 당신들도 애국지사의 심정으로 자신을 따르란다. 무엇이 애국인지는 일단 따지지 말란다. 국론을 하나로 모아야 할 귀중한 시기에 오히려 분열의 도화선에 불을 지핀다.

행정부의 수장들은 국정에 대한 깊은 이해도 없다. 그저 주인을 위해 짓기만 할 뿐이다. 보신주의와 일신의 영달만이 관심이다. 마치 조지 오웰의 「동물 농장」에서 독재자의 체제를 유지하는 별동대인 ‘사나운 개들’ 꼴이다. 행정부의 독단을 견제해야 할 국회의원들 역시 자신들의 특권을 내려놓지 못하면서 ‘도긴개긴’이다. 누가 더 ‘더러운’ 지 일반 국민으로서는 ‘그거나 그거나’라는 이야기다.

윗물이 이렇게 썩어가는 자체가 용납되는 사회니 대한민국 교육을 담당한다는 교육정책기획관의 입에서 “민중은 개·돼지”라는 말이 나올 수밖에. 민중은 99%라고 하니 열 중 아홉도 아니고 백 명 중 하나만이 사람이란 뜻이다. ‘흙수저’·‘헬조선’·‘엔포 세대’ 등 별별 신조어가 떠돌더니 이제는 별 해괴한 말까지 듣는다.

 

망하지 않은게 다행

 

곰곰이 곱씹어 보니 이상스럽게도 낯설지만은 않다. 양심을 팔아먹는 검찰 비리, 보호해야 할 어린 학생과 성관계를 맺거나 성폭행 사건에 연류 되는 경찰관에, 나라를 온전히 지켜내야 하는 군을 대상으로 한 납품 비리, 사돈에 팔촌까지 먹여 살리는 국회의원 보좌관 비리, 망해가는 회사를 국민의 혈세로 막고, 또 그 중간에서 돈을 착복하는 전 사회적 비리가 만연돼 있으니 그래도 망하지 않고 있는 것이 다행이다.

원칙은 둘째 치고, 정당한 사회를 유지해야 하는 법 집행관들조차 저러니 가뜩이나 제 나라 이익을 위해 호시탐탐 주시하고 있는 주변국들에게 대한민국은 푸짐한 성찬이다. 광복 71년, 휴전 63년, 폐허더미에서 세계 경제 10위권까지 ‘기적’을 일군 우리는 개·돼지다. 세계사에서도 주목받아온 개·돼지다. 아무리 자랑해도 부끄럽지 않은 개·돼지다.

남사군도(스프래틀리)를 비롯 중국의 패권주의 확장과 미국의 봉쇄전략이 맞붙고, 일본은 헌법을 개정해 다시 전쟁할 수 있는 나라로 탈바꿈하려고 한다. 지금 우리 개·돼지들은 걱정이 태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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