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가된 168개 중 26품목 권장 희석배수에서 미달

시중에 판매 중인 조류인플루엔자(AI) 소독제 중 16%가 효력 미달인 것으로 나타났다.

농림축산검역본부는 축산농가의 일부 AI소독제에 대한 효능 문제 제기에 따라 지난 1월 31일부터 5월 31일까지 AI 방역용 소독제(FMD 포함)에 대한 전수검사를 실시한 결과 AI에 허가된 163개 품목 중 16%에 달하는 26개 품목이 권장희석배수 상황에서 효력이 미흡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검역본부는 해당 26개 제품 중 5개 제품에 대해서는 품목허가를 취소했고, 나머지 제품들은 출고·판매 중지 및 회수 조치를 내렸다. 현재는 대다수 업체들이 해당 소독제의 허가를 자진 취하했다.

검역본부는 이번 사태의 원인을 업체의 제조공정 관리 부적정 등에 따른 제품 품질 기준 미충족, 효력시험에 따른 권장희석 배수 설정이 부적절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철저한 원인 조사를 통해 업체와 효력시험기관 등에 대한 책임 소재를 규명해 관계법령 위반사항이 확인되면 추가적인 조치를 취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다양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생산자단체인 대한양계협회는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겠다는 입장이다.

황일수 양계협회 전무는 “고병원성 AI 발생 시 정부는 소독을 철저히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양계농가를 범법자로 내몰았지만 이번 소독제 전수조사 결과 농가의 소독 미흡이 아니라 소독제와 소독제 관리가 미흡한 사실이 드러났다”면서 “책임 소재를 분명히 가리고 응분의 조치가 취해지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사안을 두고 근시일 내에 축산관련단체들의 회의가 소집될 것으로 알려졌다.

소독제를 생산하는 동물용의약품 업체들은 억울하다고 말한다. 효력시험기관(대체로 전국 각 수의과대학)에서 실험한 결과를 토대로 희석배수를 표기하고 규정에 맞게 생산했기 때문에 이번 전수조사 결과를 납득할 수 없다는 것이 대다수 동약 업체들의 설명이다.

동약 업체 한 관계자는 “업체별로 적게는 수천만원에서 수십억원(모 업체의 경우 20억원 이상)에 달하는 매출 감소가 불가피하고, 재출시를 위해서는 오랜 시간(12개월~18개월)과 수천만원(3000만원~8000만원)의 비용이 발생한다는 점에서 결과를 받아들이는 것이 쉽지 않다”면서 “여기에 우월적 관계에 있는 검역본부에 밉보일 것을 우려해 반론을 제기하지 못하는 상황도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번 실험의 신빙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업계 한 수의사는 “AI 소독제는 FMD 소독제(세포주에 접종 후 효력 측정)와는 달리 계태아(종란속 병아리)에 바이러스를 주입 후 희석한 소독제를 백신처럼 접종하는 형태로 효력시험을 실시하게 되는데 조건과 실험자에 따라 그 결과가 다르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면서 “계태아에서 바이러스가 많이 증식된 경우 최대희석배수에서는 소독제의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특히 이 같은 주장은 소독제 허가를 담당하고 있는 검역본부 관계자에게서도 나와 더욱 눈길을 끈다.

소독제 시장을 두고 행해진 동약 업체들의 과당경쟁도 원인이 됐다는 분석이다. 높은 희석배수일수록 경제적이고 수요가 높다는 이유로 업체들이 실험상에서 도출된 최대희석배수를 앞세워 표기하고 홍보했기 때문이다. 최대희석배수는 소독제의 효과가 발휘되는 마지막 끝점이라 볼 수 있다.

실제로 최대희석배수 보다 다소 낮춰 표기해 판매한 업체들은 이번 전수검사를 무난히 통과했다.

일각에서는 ‘정치가 개입된 산업 죽이기가 아니냐’는 음모론적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생산자들이 문제를 제기했고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업체에 책임을 전가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한편 이번 사태를 두고 생산자단체에서 동약 업체와 정부 중 누구를 상대로 소송(손해배상이나 명예훼손, 직무유기 등)을 제기할 것인지, 아니면 성명 발표나 단순 실력행사로 끝낼 것인지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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