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 울리는 야속한 ‘김영란 법’,

 

농·축·수산인의 눈물 닦아 줘야

 

‘김영란 법’이라 불리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은 2015년 3월 국회 재석의원 247명 중 228명(92%)의 압도적인 찬성으로 통과됐다. 그리고 이 법의 시행령이 지난 5월 13일 입법예고에 들어가 오는 9월 28일 시행 예정이다. 그러나 법률 시행도 하기 전에 헌법소원이 청구돼 계류 중이며 농·축·수산인 및 자영자의 반발이 거세다.

시행령에는 공직자와 언론인, 사립학교 교직원 등은 직무와 관련 있는 사람으로부터 ‘식사, 선물, 경조사비’ 상한을 각각 3만원, 5만원, 10만원으로 정하고 이를 넘으면 처벌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에 관한 법률’은 김영란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가 국민권익위원장 시절 공무원들의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등을 차단하기 위해 입법 추진한 법률이다. 공직자와 언론인, 사립학교 교사 등이 의례적으로 받아왔던 일정금액의 선물까지도 법으로 처벌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농·축·어민의 입장에서 보면 정말 마른하늘에 날벼락 같은 얘기다. 사실 국내 농수축산물 선물세트 가격은 과일의 경우 시장에서 5만원에서 8만원선이고, 수산물도 법에서 정한 5만원짜리 선물세트를 찾아보기 힘들다. 그리고 한우고기 선물세트는 전체 90% 이상이 10만원을 상회한다.

이러한 시장현실이 반영되지 않고 ‘김영란 법’이 시행된다면 우리나라 농·축·수산업의 생산기반을 붕괴시키는 촉매제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농어촌의 고령화와 함께 농·축·수산물의 시장개방에 따른 경영악화로 생업을 포기하는 농가가 늘어나고 있다는데 주목 할 필요가 있다.

농협중앙회 미래전략부와 통계청에서 발표한 지난 해 농림어업총사를 바탕으로 지난 35년간 농가 및 인구의 변화를 분석한 결과, 1980년 농가 수는 215만 5000호에서 지난해 108만 9000호로 49.5% 감소했으며, 같은 기간 농가 인구는 1082만 7000명에서 256만 9000명으로 76.3%나 줄어들었다. 그리고 10년 후인 2025년에는 농가 인구수 210만명, 가구 수도 95만호로 감소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또한 고령화 율은 지금보다 높아져 2025년에는 47.7%로 농가인구의 절반가까이가 65세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한마디로 우리나라 농·축·수산업은 생산 동력을 잃어 가고 있다는 내용이다.

큰 틀 안에서 부패방지라는 입법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시행령에서 정한 대상과 금액 상한선에 대해서는 이견이 분분하다. 물론 개인의 소소한 이익에 밀려 ‘부패방지’라는 대의명분을 접어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농·축·수산업은 우리의 생명산업이자 안보산업이라는 특수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산업근간을 흔드는 정책과 입법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키우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 수입 농·축·수산물과 경쟁하고 있는 농어촌의 현실을 간과한 내용에 대한 과감한 결단이 필요하다. 우리 농·축·수산인을 살리기 위한 정책이 필요한 시점에 외국산 농·축·수산물 시장을 키워주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간절히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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