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높다고 마냥 웃을 일 아니다

 
 

한우 값 고공행진에 힘입어 육우 값도 하늘을 날고 있다. 현장에 따르면 최근 육우 값은 지육 kg당 1만원을 호가 하면서 육우농가들을 웃게 하고 있다. 그러나 송아지가격이 100만원에 육박하고 높은 값을 받기위해 사육기간을 늘리는 등 전례 없는 일들이 일어나면서 육우산업의 양면성을 드러내고 있다.

 

#송아지값 껑충

지난 달 충북에서는 육우 분유떼기 송아지가 100만원에 거래돼 충격을 안겼다. 비단 몇 년 전만해도 초유떼기 송아지 거래가 끊기면서 만 원짜리 송아지라는 말까지 생겨나는 등 몸살을 앓더니 이제는 가격이 높아 육우농가에 시련을 주고 있다.

육우 송아지 값이 오른데는 육우가격 호조에 따른 입식 의향 증가도 이유가 있지만 근본적인 이유는 원유생산량 조절에 따른 여파가 육우산업에까지 영향을 미친 것이다.

낙농가들이 생산조절에 나서면서 다산우 등 착유소 도태가 시작되고 젖소 사육마릿수가 감소함에 따라 분만 횟수가 줄어들어 전체적으로 송아지가 감소한 이유가 가장 크다.

여기에 낙농가들이 육우송아지를 키우는 것을 부수입으로 여기면서 초유떼기에서 거래하던 송아지를 분유떼기로 전환하면서 가격이 두 배에서 많게는 세배까지 올라가게 됐다.

경기도 안성의 한 농가는 “운반비에 중개 수수료까지 합치면 마리당 100만원은 생각해야 한다”면서 “비싼 가격도 문제지만 물량이 없어 입식을 못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그의 축사는 송아지 입식을 못해 두동이 비어있는 상태다.

 

#출하 지연 다반사

일선 현장에서는 육우가격이 강보합세가 유지되면서 농가들의 기대심리는 더더욱 높아지고 있어 출하시기를 늦추는 현상까지 발생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육량을 늘리기 위해 출하시기를 지연시키는 일도 만연한 상황이다. 육우는 지방이 적은 특성상 장기간 비육할 경우 육질이 나빠져 평균적으로 20개월을 사육한다. 그러나 최근에는 20개월 이상 사육하는 농가가 늘어나고 있다.

한우와 같은 등급체계로 판정을 하다 보니 어차피 육우는 높은 등급이 어려우니 차라리 육량을 늘려 농가 수취가격을 올리려는 꼼수라는 것이다.

때문에 단체급식이나 식자재 유통 부분에서는 출하지연으로 인해 물량 확보가 어려워 육우를 대체할 수 있는 수입육으로 발길을 돌리는 일도 생겨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서 군납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가격상승으로 인한 조달가 상승으로 잔여육 처리가 어려워진 가운데 물량 확보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육우 산업 관계자는 “산업이 호황일 때 위기를 준비해야 한다”면서 “소비자의 신뢰를 잃으면 산업의 위기가 찾아올 수 있다”고 말했다.

 

#호황에 불황을 준비 해야

오랜 시간 육우를 키워왔던 육우 농가들은 호황에 불황을 준비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육우가격이 높은 것이 육우의 가치를 평가받아 소비자들에 선택을 받은 것이 아니라 한우 값이 오르면서 동반상승한 것이기 때문에 더욱이 그렇다는 것이다. 때문에 높은 값을 위해 출하지연을 시키고 출하 처를 옮기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입장이다. 단기적으로는 수익을 올릴 수 있겠지만 중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유통시장의 혼란이 산업 기반 붕괴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특히나 육우산업은 낙농 산업의 후방산업으로 제도적인 안전장치가 부재하기 때문에 농가 스스로 산업을 보호하고 육성해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산업에 임해야 한다는 것이다.

1000여 마리의 육우를 사육하고 있는 한 농가는 “누구나 가격 좋은 곳에 출하하고 싶은 욕심은 있을 수 있지만 산업을 위해서는 소비자의 신뢰를 잃지 않는 것이 최우선 돼야 한다”면서 “오랜만에 호황을 맞은 육우농가들이 단비에 목을 축이고 힘을 모아 앞으로 산업을 이어나가기 위한 발판을 마련할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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