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세상이 거꾸로 돌아가나?” “난 내 눈이 의심스럽워. 정부가 이젠 농협까지 낙하산 인사를 하겠다는 말인가?”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결과라는 데 고민한 흔적을 어느 대목에서도 볼 수 없으니…” “농업협동조합을 공사(公社)화 했다가 다시 민영화할 속셈인가?”

지난 19일 농협을 지도·감독하는 농림축산식품부가 발표한 ‘농협법 일부개정법률안 입법예고’를 접하자마자 협동조합인·축산인과 관련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온 반응이다.

 

낙하산 인사 불보듯

 

중앙회는 조합 지도·지원 기능에 적합하도록 운영규정을 보완하고, 경제지주는 시장 대응에 적합하게 운영되도록 농축산물 판매·조합 경제사업 협력 등 기본 규정 외에는 자율 경영을 존중하고, 농협의 경영 투명성 확보를 위해 감사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데 왜 이런 반응들이 나오는 걸까.

이번 입법예고는 한마디로 농협이 ‘부실 투성이’이고, 자체 정화능력이 없으니 외부 전문가들이 깊숙이 개입해 개혁해야 한다는 농축산부 자기 주관적 판단이다. 또 농업의 본류에서 떨어져 나와 하나의 산업으로 자리매김한 축산업에 대한 몰이해로 크게 나뉜다.

중앙회장이 선출직이다 보니 선거 후유증이 심각하다고 보면서 아예 ‘호선제’로 바꾸고 중앙회장의 권한을 대폭 축소시킨 후 전문경영이라는 허울을 내세워 고위 공직자나 정권 해바라기 인사들을 낙하산으로 투입시키겠다는 또 하나의 부도덕이다.

그런 논리라면 선거 때마다 후유증을 앓고 있는 모든 선거는 일체 치러져서는 안되며, 공무원 사회의 비리가 심각하니 공무원을 없애자는 것과 다름이 없다. 도대체 민주주의의 공기를 마시고 사는 21세기 어떤 나라 행정부가 이처럼 독선에, 독단적 행위를 서슴없이 자행하는가.

전문경영인·감사위원장·사외이사가 농업협동조합에서 막강한 권력을 휘두른다고 투명성과 독립성이 보장된다는 확신은 도대체 어디에 근거를 둔 생각인지도 궁금하다. KT나 포스코 등 준공공기관에 낙하산식 인사를 단행한 결과 그곳이 어떻게 부실화됐는지 우리는 사전 학습했다.

제대로 된 사외이사라면 눈에 보이는 부실·부정의 경영을 적발할 수 있거나 사전에 방지할 수 있겠지만 대부분의 사외이사는 회사의 운명을 좌우하는 결정권자의 막강한 권력에 비해 내부 사업 등에 대해 별로 아는 것이 없다.

 

‘축산 몰이해’ 입증

 

그래서 고위 공직자들이 퇴직 후 아름아름 차지하면서 허수아비·거수기 노릇이나 한다. 일반 대기업의 경우조차 그럴진대 협동조합에 대한 이해 없이 어떻게 관여를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 같은 우려 때문에 이번 입법예고가 협동조합을 무력화시키려는 의도로 의심받고 있는 것이다.

또 하나. 이번 입법예고로 농축산부의 축산에 대한 이해가 어느 정도인지 알게 됐다. 농협법 132조 ‘축산특례조항’을 삭제한 것은 1980년 초부터 부업농이라는 농업의 한 지류에서 30여년 동안 하나의 산업으로 자리매김해 온 그 과정을 완전히 무시한 꼴이다. ‘보다 나은’ ‘자율성과 전문성을 확보하는’ 법 개정이라고 주장하지만 속은 그것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입증한 격이다.

생산자단체나 학계·축산농가·전문가들·축산업에 관계된 모든 이들이 반대하는 「축산특례 삭제」 이유도 명확하지가 않다. 2011년 3월 농협법 개정으로 신·경분리가 확정되고 난 후 2012년 농협에 경제와 금융지주가 설립됐다. 2015년 2월 경제지주로 중앙회 경제사업 일부가 이관되고 내년 2017년 2월이면 경제사업이 완전히 이관된다.

그 과정에서 농축산부는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고 했다. 그리고 그 결과가 이렇다. 그렇다면 왜 고민을 했을까? 「132조 축산특례」에 대한 범 축산업계의 반발은 ‘농협법 개정’ 움직임이 나올 때마다 있었다. 한결같은 ‘존치’ 주장에 농축산부는 한결같이 ‘삭제’로 대응했다. 축산경제대표 선출문제에 있어서는 고민의 흔적이 보이긴 했다. 기존의 입장인 ‘인사추천위원회에서 선출’에서 ‘농협의 자율성을 부여 한다’는 것으로 바뀐 것이 그것이다. ‘자율성’을 내세우면서 반발이 귀찮으니 한마디로 이 정도는 니들 스스로 알아서 하란 뜻이다.

 

축산인에 대한 모독

 

입법 예고와 관련 농축산부의 보도자료나 이후 상황설명을 음미해 보면 문귀는 그럴 듯 해보이나 대목대목 상충되는 모순이 부지기수다. 자신의 의중을 감추고 자신의 뜻을 관철시키기 위해 의도적으로 언어를 왜곡시키는 ‘조지오웰식 언어’의 나열이다. 그러니 대한민국 농·축산을 선도해 가는 농업협동조합을 책상머리에 앉아서 망치고 있다는 소리를 듣는 것이다. 지금은 순진한 20세기가 아니다.

“축산업이 농업총생산액의 42%를 차지할 만큼 농촌경제의 주축으로 자리매김한 지 오래 됐다. 거기에는 구축협중앙회를 이어서 농협 축산경제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그런데 농업과 대등한 규모로 커 왔고, 농축산부도 기회 있을 때마다 향후 미래산업이라고 떠받치던 축산업의 주춧돌인 축산경제의 자율성과 전문성 그리고 독자성을 박탈하는 건 전 축산인에 대한 모욕이다.”

농협법 개정에 대해 왜 생산자단체들이 더 분노하고 농축산부 성토에 앞장서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다. 진보적이고 미래지향적이 아닌 퇴행적이라는 사실을 똑똑한 공무원들이 모를리 없다. 다시 궁금증이 생긴다. “도대체 왜?”

 

저작권자 © 축산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