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축 출하 전 절식 지도가 이달부터 시작됐다. 정부는 내년부터 가축을 절식하지 않고 출하할 경우 과태료를 부과한다고 엄포를 놨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를 위해 가축을 도축장에 출하하기 전에 농가가 절식 시행 후 ‘절식 확인서’를 작성해 제출하도록 한다. 1회 위반시 서면지도, 2회 위반부터는 6개월 동안 출하 당일 계류 조치 후 가장 끝 순위로 도축하는 페널티를 가한다. 한돈농가들은 이 같은 제도 시행에 불만이 많다. 지키기 어려운 강력한 규제 하나가 더 생겼기 때문이다.

가축의 출하 전 절식의 필요성은 오래전부터 제기되어 왔다. 절식은 육질 향상은 물론 폐기물 감소 등 이점이 많다. 이를 잘 지키면 도축장 수송과정 중 발생할 수 있는 돼지 스트레스 감소 및 육질 개선, 분변으로 인한 지육 오염 사전 차단, 사료비용 절감, 도축 폐기물 감소 등 이점을 기대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오랜 기간 절식 규정을 잘 지키는 농가도 있다. 10여년 전부터 출하 전 절식을 지키는 A 한돈인은 절식 후 사료비와 육질등급 상황을 꼼꼼하게 확인한 결과 사료비는 마리당 1500원 이상 절감되고 육질등급 향상으로도 순수익이 올랐다. 그러나 이러한 농가는 소수에 불과하다. 2014년 1월 축산물위생관리법 개정을 통해 가축 출하 전 절식이 의무화 됐지만 아직까지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데는 이유가 있다.

한돈산업 전체가 상생하기 위해서 출하 전 절식을 실시하면 좋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이를 위해서는 많은 여건 개선이 요구된다. 대부분의 농장들이 다양한 이유로 출하 전 계류를 힘들어 한다. 우선 살아있는 돼지의 체중을 달아 정산하는 농가가 육질등급으로 정산하는 농가보다 훨씬 많다. 생체중 정산시에는 체중이 많이 나가는 만큼 돈을 더 받을 수 있다.

가장 큰 문제는 계류장 설치다. 출하 전 돼지 절식을 위해서는 계류장을 만들어야 하지만 기존의 농장에 시설 추가는 쉽지 않다. 대부분 건폐율이 한계치에 있는 것을 감안하면, 무허가로 축사를 만들지 않고서는 계류장 설치는 불가능에 가깝다. 여유 부지가 있다고 해도 요즘은 민원 때문에 돈사의 증축·개축이 쉽지 않다.

돈방을 줄여 계류장을 설치해도 문제는 발생한다. 출하를 위해 돼지를 한 돈방으로 합치면 조금 후에는 세력다툼이 벌어진다. 돼지들이 스트레스를 받는 것은 기본이고 상처가 나고 체중이 줄며 다리가 부러지기도 한다. 심지어 죽는 경우도 발생한다. 출하를 앞둔 돼지가 죽으면 절식으로 사료비용을 아낀들 이익이 안 된다. 이런 상황에서 농가들에게 강압적으로 절식을 하라는 것은 무작정 손해를 감수하라는 것과 같다.

농가에게 손해를 감수하라고만 할 것이 아니라 정부차원의 합리적인 대책이 요구된다. 돼지고기의 품질도 높이고 환경오염도 줄일 수 있다니 참여하겠다는 농가도 많다. 여건만 된다면 말이다. 2014년 법 개정을 통해 의무화된 이후에도 활성화되지 않은 이유에 대한 철저한 원인 분석과 해결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 출하 전 절식 시행을 강압적으로 밀어붙인다면 규제를 피하기 위한 편법만이 난무하게 될 수 있다.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농가들이 쉽게 활동할 수 있는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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