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알리는 철새들의 소리를 더 이상 들을 수 없는 지역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한때 새들의 아름다운 노랫소리로 가득 찼던 아침은 이제 어색한 고요함 뿐이다. 노래하던 새들은 어느새 사라졌고, 그들이 우리에게 가져다 주던 생기와 아름다움, 감흥도 우리가 모르는 사이 너무도 빨리 사라져 버렸다.”

1992년 환경과 개발에 관한 기본 원칙을 담은 「리우데자네이루 선언」을 통해 ‘지속 가능한 개발’의 정신을 뿌리내리게 했던 레이첼 카슨이 1962년 출간한 「침묵의 봄Silent Spring」의 첫 구절이다. 이 책을 통해 카슨은 환경운동의 기폭제 역할을 함과 동시에 ‘환경보호의 어머니’로 추앙받았다.

 

무서운 화학제품들

 

그는 살충제와 제초제 등 화학제품들이 자연은 물론 인간에게 얼마나 해로운지 낱낱이 공개했다. 바퀴벌레를 퇴치하기 위해 살충제를 뿌렸던 어느 미국인 부부의 일화는 너무 끔찍하다. 베네수엘라로 이주한 이 부부는 집 안에 바퀴벌레가 많아 아침 9시, 갓난아기와 강아지 등 모두 집을 비운 채 엔드린이 포함된 살충제를 뿌렸다.

살충제를 뿌린 후에는 마룻바닥을 잘 닦았다. 그러고 나서 오후에 아기와 강아지가 집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1시간 쯤 지나자 강아지가 토하며 발작을 일으켰고, 결국 죽었다. 그날 밤 10시경 아기도 토하기 시작하더니 발작을 일으켰고, 의식을 잃었다. 평범하고 건강한 아기가 엔드린 때문에 식물인간이 되었고, 자주 근육 경련을 일으키며 주위와 관계를 끊어버린 것이다.

살충제를 담았던 빈 봉투를 주워서 그네를 고치는 데 사용했던 두 아이 모두 곧 숨졌고, 함께 논 다른 친구 3명도 앓기 시작했다. 파라티온에 중독된 것이었다. 또 다른 사촌 간인 두 소년은 같은 날 저녁 사망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한 소년은 아버지가 파라티온을 뿌려 놓은 감자밭과 접해 있는 마당에서 놀았고, 다른 소년은 아버지를 따라 헛간에 들어갔다가 농약 분사기를 만진 것으로 밝혀졌다. 그 외 끔찍한 많은 일들을 정리하면서 레이첼 카슨은 화학제품에 대해 경고했다.

화학제품들은 사람의 몸에서 필수적인 기능을 수행하는 효소를 파괴한다. 이것들은 제품 자체만으로 큰 위험성이 없다고 해도 많은 실험 결과 다른 물질들과 혼합될 경우 엄청난 독성을 띄게 된다고 한다. 또 기준치 정도의 양을 쓰면 안전하다고 하지만 한 번 쓰는 것으로 끝나지 않으니 사라지지 않고 쌓이기 때문에 더욱 위험하다는 것이다.

 

연구비 지원 때문에

 

카슨은 화학 방제를 열렬히 옹호하는 사람 가운데 뛰어난 곤충학자가 많다는 사실도 폭로했다. “이 학자들이 배경을 조사해 보면 화학 회사로부터 연구비를 지원받는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전문가로서의 명성, 때로는 자신의 직업 자체가 화학 방제의 성공 여부에 달려 있다. 이들의 성향을 알게 된다면 살충제가 무해하다는 주장을 믿을 수 있겠는가?”

그는 화학 살충제의 전면적인 금지를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독성이 있고 생물학적 문제를 일으킬 잠재성을 가진 살충제를 그 위험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사람의 손에 쥐어주고 있다는 사실 때문에 글을 쓴다고 밝혔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을 지켜보면서 「침묵의 봄」이 떠오르는 것은 이미 50여 년 전인 1962년에 화학제품의 위험성을 경고한 경우와 너무 흡사하기 때문이지만, 이에 대응하는 정부가 당시 미국 연방정부와 마찬가지로 너무 한심하고 무책임하기 그지없기 때문이다. 안전 불감증은 불구하고 자신들이 판매 허가해 준 제품을 믿고 쓴 국민들의 고통을 외면한 채 업체와 알아서 하라는 건 공무원의 자격도, 정부의 존재가치도 없는 짓이다.

사건이 알려진 시점인 2011년 8월 31일 정부는 역학조사를 통해 산모 등 20여 명의 사망과 폐질환 환자의 원인이 가습기 살균제로 지목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아 5년이 지난 2016년 4월 현재 전체 가습기 살균제 사망자수가 200명이 넘었다. 그동안 정부의 법적 조치라는 것이 2012년 공정거래위원회의 과장 광고 책임을 물어 5200만원의 벌금을 부과했을 뿐이다.

 

피해자는 농축산인

 

가습기 살균제가 독가스 역할을 하며 국민들의 생명을 빼앗고 건강을 해치고, 그에 대한 대책을 요구하는 피해자들을 외면하고 “우리가 왜 책임을 져야 하느냐”고 오히려 반문하면 이건 공무원도 아니다. 그것을 용납하는 정부도 정부가 아니다.

이런 막장을 보고 있으면 공무원들의 자만이나 특권의식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할 정도다. “잘못됐다”고, “피해를 입었다”고 전문가나 피해 당사자가 아무리 주장해 봐도 요지부동이다. 그러다 사실로 밝혀지면 “법대로 했다”거나 당시 집행자는 자리에 없다. 아무도 책임지지 않기에 이같은 행태는 되풀이 된다.

비단 환경부만이 아니다. 농축산부도 마찬가지이다. 농협법 일부 개정법률안이 잘못됐으니 다시 한 번 진지하게 논의해 보자는 전문가들이나 현장의 목소리는 단지 ‘무지의 소치’인 모양이다. 일단 만들었으니 그대로 밀고 나가겠다는 ‘폼새’다. 오늘 5월 19일 농축산부는 당초의 안대로 농협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당장 생산자단체·전국의 축협조합장들의 반발이 잇따르고 있다. 그릇된 정책의 피해자가 될 사람들이다. 책임질 사람들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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