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드라이에이징과 Wet에이징

 
 

드라이에이징 비프와 Wet에이징 비프의 차별화가 이루어지는 것도 비교적 최근의 일이라 할 수 있는데 1960년대 이전에는 소고기 숙성이라고 하면 드라이에이징 방법밖에 없었다. 냉장고가 없었기 때문에 식육을 서늘한 지하창고나 동굴에 걸어서 보관했던 것이 기원이다. 그러던 것이 1970년대 들어 축산물의 국제무역거래가 활성화 되면서 미국을 비롯해 국제사회가 소고기의 장거리 수송에 적합한 진공포장 방법을 도입하면서부터 습식숙성으로 알려진 Wet에이징 방식이 소고기 수송과 저장방법의 주를 이루게 되었다.

1980년대에는 출하되는 물량의 90% 이상이 모두 이 진공포장 방식을 적용하게 된 것이다. 종래의 소고기 취급방법과 비교하면 진공포장을 하면 감량과 트리밍이 발생되지 않기 때문에 정육업자와 가공업자, 소매업자 모두에게 경제적으로 득이 된다는 이점이 있었다.

저비용으로 간단하면서도 수율이 좋기 때문에 대부분의 유통업체가 받아들이면서 거의 모든 소고기가 진공포장 방식에 의해 숙성되었기 때문에 단순하게 에이징이라고 하면 Wet에이징을 가리키게 되었던 것이다.

이처럼 진공포장육의 보급 확대와 박스비프의 성장으로 종전방식의 드라이에이징은 조달업자와 소매업자중 극히 일부만 사용하는 비경제적인 방법으로 인식되었기 때문에 소고기와 관련된 연구 중에서도 드라이에이징과 관련된 연구결과는 매우 적다. 그런 시장환경 속에서도 차별화전략의 일환으로 뉴욕을 비롯한 유럽의 일부업체에서 조금씩 드라이에이징을 발전시켰는데 수분이 많은 적색육이 주류를 이루기 때문에 이것을 어떻게 하면 부드러우면서도 맛있는 고기로 만드느냐 하는 것이 숙성육의 출발점이 되었다.

 

특히 소고기는 돼지나 닭고기에 비해 자유수를 많이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숙성이 가장 효과를 발휘한다고 하지만 단순히 장기 보존만 하면 몸에 안 좋은 미생물도 부착되어 부패육이 되므로 몸에 유익한 미생물을 얼마나 많이 생성시키느냐 하는 것이 드라이에이징 숙성방법의 핵심이 된다. 그러나 드라이에이징 방법으로 숙성을 하면 수분이 줄어드는 만큼 중량도 준다. 또한 검게 변한 표면에 곰팡이가 피어나기 때문에 섭취를 위해서는 표면을 일정부분 깎아 내야 하므로 생산수율이 심하면 50% 가까이 줄어든다. 또한 소고기 재고를 1달 이상 갖고 가면서 냉장보관에 들어가는 전기요금이 몇 배로 늘어나는 것을 감안하고 표면을 일정한 두께로 깎아 내야 하니 소고기 가격이 WET에이징한 고기보다 40~50% 정도 비싼 것도 이해가 되는 것이다.

다만 생산수율을 올리기 위해 표면의 트리밍을 적게 할 경우 한국인이 좋아하는 소고기 특유의 선홍색보다 검고 붉게 보이기 때문에 안전 위생적인 문제와 함께 색감의 저하가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하므로 이에 대한 연구 또한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경제적인 이유 때문에 미국에서도 고급호텔과 레스토랑 등에 고급 식자재와 함께 소고기를 납품하는 극히 소수의 식육도매업자만이 행하는 방법으로 일반적인 소매업자의 경우에는 재고부담 때문에도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드라이에이징에는 미국에서도 가장 좋은 프라임급 고기가 주로 활용된다. 반면에 가격이 비싼 한우는 맞지 않는다는 의견이 많은데 수율이 저하되면서 한우가격이 더 비싸져 가격 경쟁력이 저하되기 때문에 현장에서는 주로 2등급 고기나 3등급 고기를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수년전부터 드라이에이징 협회가 설립되어 활발한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는 일본의 경우에도 드라이에이징 과정을 거치는 소고기는 와규보다도 교잡우나 육우가 주요 대상이 된다. 와규의 경우 일본인들이 특별히 숙성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부드럽고 맛이 좋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기 때문에 그런지는 몰라도 우리가 3등급이나 2등급 고기를 드라이에이징의 주요 원료로 쓰는 것도 같은 이유 때문일 것이다. 국내에서도 건강을 생각하는 웰빙문화가 확산되면서 기존의 소고기 소비패턴도 많이 변하고 있는데 소고기 소비량이 많아지면서 지방이 많은 고기 섭취를 꺼리고 살코기가 많은 적색육을 선호하는 현상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때문에 앞으로도 살코기가 많은 2등급 고기의 섭취량이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데 이때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숙성이다.

때마침 국내에서도 마블링이 많은 소고기를 최고등급으로 하는 등급시스템이 건강을 우선시 하는 최근의 소비자들 의식과 배치된다는 의견이 대두되면서 마블링 위주의 등급체계를 바꾸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데 대안도 없이 장기간 이어져온 기존 등급체계를 하루아침에 바꾸는 것이 어렵다고 하는 의견도 만만치 않아 결론이 어떻게 날지 모르지만 바로 그런 이유 때문에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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