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도지회를 주축으로 전국한우농가들의 ‘대기업 축산진입 저지 농축협 위탁사육 생축사업 철폐 전국단위 규탄집회’가 지역 축협과의 극적 타결로 취소됐다.

한우농가들과 전북의 한 일선축협과 위탁사업을 둘러싼 10여일의 갈등은 이전의 약속을 이행키로 함에 따라 끝맺음을 지었지만 전국한우협회는 여기서 그만두지 않고 농축협 뿐만 아니라 대기업의 축산업 진입 금지를 목표로 협회 역량을 총결집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홍길 회장은 지난달 25일 이와 관련 기자 간담회를 갖고 상황을 설명했다. 그리고 갈등의 와중에 수차례의 성명서와 보도자료를 배포했음에도 많은 신문에서 기사화 되지 못한 것이 농협이라는 큰 조직의 눈치 때문이 아니냐며 서운해 했다. 때문에 왜 한우농가들이 시위를 하게 되었는지 다시 설명했다.

 

먼저 ‘객관성’을 의심

 

그러나 제3자의 입장에 서서 보면 한우협회의 주장에는 여러 가지 의문점이 든다. ‘농축산업협동조합이 대기업이냐?’는 것에서부터, ‘위탁사업이 과연 한우농가들을 죽이는 결과를 낳게 되는가?’ 또는 ‘농가가 노동자로 전락된다고 하는 데 위탁받은 농가도 전락이라고 생각하는가?’ 까지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많다.

협동조합의 사전적 의미는 경제적으로 약소한 처지에 있는 농민이나 중·소 상공업자, 일반 소비대중들이 상부상조의 정신으로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물자 등의 구매·생산·판매·소비 등의 일부 또는 전부를 협동으로 영위하는 조직단체를 말한다.

주주들의 이익에 초점이 맞춰져 주주제일주의에 의해 움직여지는 대기업은 영리가 목적이고, 따라서 대기업이 농업에 진출하게 되면 자본에 휘둘려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는 힘없는 노동자로 전락한다는 의미에서 협동조합과 대기업은 차별된다.

또 위탁사업이란 폐업 위기에 있는 소규모 농가나 준비되지 못한 고령화 대책 때문에 활기를 잃은 농촌의 경제를 되살리기 위한 한 방편임엔 틀림이 없고, 위탁농가들이 자본에 휘둘려 자신의 권익을 침해당하면서도 권리 주장을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인정하지도 않는데 한우농가의 주장을 객관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까?

 

가치 잃으면 대기업

 

특히 수도권은 물론 도시 지역을 중심으로 조합설립 기준 때문에 조합원 수가 급감하면서 조합 해산 위기에까지 처해 있는 상황이고 보면 위탁이든 예탁이든 가릴 처지가 아니다. 때문에 이번 시위를 일부에서는 한우협회를 중심으로 한 대군농가들의 ‘제 밥그릇 싸움’으로 폄하하기도 했다.

그러나 10여일의 과정을 지켜보면 한우농가들이 내세우는 논리의 비약과 허술함이 중요하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위탁이니 예탁이니 어느 것이 더 효율적이냐는 것은 본질이 아니다. 협동조합이 내세우는 ‘같이의 가치’ 개념을 도외시할 경우엔 반드시 ‘농-농 간의 갈등’이 야기된다는 것이다.

사태의 발단은 전북의 7개 조합이 한우협회 전북도지회와 위탁사육을 중단하기 위해 연차적으로 13.5%씩 감축하기로 합의한 사항을 한 조합이 깨면서 시작됐다. 오히려 위탁사육을 크게 늘린 데서 비롯됐다.

조합 외의 한우농가들이 위탁사육을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공정경쟁의 위배’에 있다. 농가는 비싼 사료를 구입하는 데 축협의 위탁농가는 값싼 사료를 쓰며, 계통 조직을 통해 순조롭게 출하하고 있다는 점이다. 협동조합의 이러한 행태가 대기업과 하등에 다를 것이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협동조합은 정책 자금을 활용한다. 조합과 농가가 경합되는 곳곳에서 이러한 불평등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이번 갈등의 중심에 선 조합은 37개 농가가 4000여 마리의 소를 위탁사육하고 있다. 농가 당 100여 마리이다. 그렇다면 소규모 영세농가도 아니다. 지역 경제 활성화나 고령 농가의 일거리 찾아주기도 아니다. 한우농가의 말 그대로 조합의 수익에만 초점이 맞춰졌다는 비난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았다.

 

농-농 갈등 필히 야기

 

조합은 서둘러 올해 출하 예정 마리수 300마리, 입식 예정 마리수 200마리 및 지난해 8월 이후 입식되어 있는 위탁우 1764마리 중 20% 이상을 예탁우로 전환하겠다고 합의했다. 이럴 경우 연말까지 850마리 이상이 감축된다. 또 2017년부터 매년 13.5% 위탁우 감축 또는 예탁우 전환까지 약속했다.

우리나라의 협동조합은 정부 주도형으로 태어났다. 때문에 정부의 농어업정책 집행에 핵심적 역할을 해왔다. 그만큼 많은 혜택도 받고 있다. 협동조합이 조합원 위주의 경영을 하는 것은 백번 맞는 말이지만 조합원이 아닌 농가와 불평등한 경쟁이 강화되어서는 안 되는 이유다. 조합원 농가가 전체 농가는 아니기 때문이다.

조합 밖의 농가들이 협동조합에 대해 자신들의 권리 주장을 하는 것에는 자신들이 내는 세금의 일부가 협동조합으로 유입되고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주저하던 조합에서 선 듯 양보를 해와 갈등이 봉합되긴 했지만 협동조합은 이번 시위의 본질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때다.

조합이 과도한 조합이기주의나 극도의 조합원 위주 경영에 치중하게 되면 반드시 농-농 간의 갈등이 불거진다는 사실을 이번 한우농가의 시위가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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