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도축검사원을 동행 취재했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축산물의 안전과 위생을 책임지고 있다는 말은 익히 들어 알고 현장에 도착했다.

5층 한켠에 사무실이 있다는 검사원을 따라 승강기를 타자마자 그들의 현주소를 알 수 있었다. 승강기에 붙어있는 층별 안내 표지판을 보니 협신 식품, 축산위생연구소, 축산물품질평가원, 중매인조합, 선진 그 어디에도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는 없었다.

검사원은 자신들의 사무실은 축산위생연구소에 더부살이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북적이는 사무실에 들어서자 펼쳐진 광경은 좁은 책상에 놓인 의자 네 개였다.

이 네 자리에 옹기종기 네 명의 검사원이 앉아 일을 한다는 것이다. 본래는 책상이 세 개 뿐이지만 네 명이 업무를 하게 되어 의자만 추가로 놓고 사용하고 있다는 게 그들의 설명이었다.

그들이 이렇게 지낼 수밖에 없는 데는 사정이 있다. 지금 사용하는 사무용가구의 대부분을 경기도 축산위생연구소 측에서 마련해 준 것인데 여기에 하나 더 준비 해달라고 할 수는 없는 처지라는 것이다.

축산위생연구소 측 또한 더해주고 싶어도 본래 자신들만 쓰던 사무실에 네 사람이 더부살이를 하면서 사무실 면적이 줄어들어 더 이상의 지원은 어렵다고 했다.

그나마도 인심 좋은 곳을 만나 사무실이라도 얻어 쓰고 있지만 그렇지 못한 도축장도 허다하다는 게 그들의 설명이다.

책상이 없으니 컴퓨터를 놓을 곳이 없어 빈 공간에 노트북만 간신히 놓은 채 업무를 하는 도축장도 더러 있으니 자신들의 처지는 그나마 낫다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이러한 열악한 환경이다 보니 좋은 점도 있긴 있다고 했다.

서로 의지하다보니 돈독한 사이를 유지할 수 있고 서로에 배려하고 폐 끼치지 않는 것이 생활화 됐다는 것이다.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를 상황에도 묵묵히 일하는 그들에게 기본적인 것조차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라는 것은 무례한 욕심이 아닐까.

저작권자 © 축산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