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지방 출장길에 ‘동물의약품 취급·판매 허가약국’이라는 안내판이 부착된 한 약국이 눈에 들어왔다. 동물약품을 담당하는 기자로써 오지랖이 발동했다.

약국으로 들어가 약사에게 어떤 동물약품을 취급하는지 물었다. 미안한 마음에 질문에 앞서 피로회복제 등을 구입했다.

약사는 현재 구충제와 귓병약, 심장사상충약, 피부약을 구비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 외 동물약품은 취급하지 않는다는 설명도 이어졌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소, 돼지, 닭 등 산업동물(축산) 약품은 있는지 물었다. 약사는 “없다”고 답했다. 왜 없냐고 되물으니 수익성이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단지 그 이유뿐이었다. 물은 김에 하나만 더 묻자며 “혹시 산업동물에서 발생하는 주요 질병이나 그에 맞는 약품에 대해서 알고 있나”라고 물었다. 이에 약사는 “몰라요, 황당한 질문 그만 하시고 나가 주세요”라고 등을 돌렸다.

약국을 나와 약사인 지인에게 전화를 걸어 약국에서의 방금 상황을 이야기 했다. 지인 약사는 “일반 약국들이 동물약품을 취급할 수 있도록 법이 돼 있지만 동물약품 중에도 판매량이 적거나 수익성이 없는 약품은 취급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수요가 적은 산업동물 약품을 구비한 약국이 있겠나”라는 말을 전했다. 한마디로 “돈 되는 동물약품만 취급 한다”는 것이다. 더불어 그 또한 산업동물 질병이나 관련 약품에 대해서는 무지한 상태라고 덧붙였다.

인체약품의 전문가는 ‘약사’다. 그렇다면 동물약품 전문가는 누구일까? 누구나 여지없이 ‘수의사’를 꼽는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수의사는 동물약국을 개설할 수 없다. 약사법에서 약사나 한약사만이 동물약국을 개설할 수 있도록 자격을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수의사는 또한 동물약품 도매상 관리 자격(책임자)에서도 배재돼 있다. 역시 약사만이 동물약품 도매상 관리 자격이 있다. 이 같은 규정은 현실과 동떨어진 규제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미국, 유럽 등에서는 약사법이 아닌 별도의 동물약품 관련법을 두고 해당 법에 의해 수의사도 동물약국을 개설하거나 동물약품 도매상 책임자로 근무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약(인체약품)은 약사에게 동물약품도 약사에게’를 표방한다. ‘약은 약사에게 동물약품은 수의사에게’라는 표어가 더 어울리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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