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 특례’ 폐지는 협동조합 가치·전문성 위배”

 

민간농업연구소 GSnJ는 전국축협운영협의회의 의뢰로 수행 중이던 ‘농협 경제지주체제에 대응한 축산사업 발전전략’ 연구를 기초로 지난달 24일 자체 정기 간행물 「시선집중」을 통해 ‘농협 경제지주 어떻게 만들 것인가’를 발표했다.

GSnJ는 농협법에 따라 내년 2월까지 경제지주체제를 완결해야 하지만 농협 사상 가장 파급효과가 큰 체제전환임에도 불구하고 이 문제에 대해 인식도 부족하고 충분한 검토와 토론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상태여서,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올해가 마지막 골든타임이라고 규정했다.

따라서 GSnJ는 바람직한 지배구조를 제안하며 이를 계기로 활발한 논의가 이뤄지기를 바란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본지도 같은 취지로 GSnJ의 제안을 요약 게재한다.

 

# 사업구조 개편의 시발점은?

1990년대부터 농협의 농산물 판매 기능 부진에 대한 비판은 ‘농협이 신용사업에 치중하고 있기 때문’으로 이어졌고, 돈만 밝히는 농협에서 신용사업을 분리해야 한다는 외부의 개혁 요구가 강하게 제기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용사업은 농협의 중요한 수익원이었으므로 신경분리는 중앙회에 독립사업부서 방식을 도입하는데 머물렀다.

10여년이 지나면서도 기대에 미치지 못하자 2004년 농협법에 의해 2017년까지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을 분리하기로 했다. 그러나 금융시장의 환경이 급변하면서 금융지주회사체제 도입이 확산되자 농협 금융부문도 금융지주체제로 개편해야 한다는 주장이 강해져 2007년부터 신용과 경제사업을 분리하는 작업이 추진됐다.

2008년 11월 농협의 농산물 유통사업 부진에 대한 비판적 여론을 계기로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중앙회의 신경분리계획이 충분한 논의가 이뤄지지 못한 채 5년이나 앞당겨져 2012년 농협 금융지주사를 설립하고 분리됐다. 경제사업도 여기에 발맞춰 2012년 중 경제지주사를 설립하고 연차적으로 중앙회의 경제사업을 경제지주사로 이관해 2017년 사업 분리를 완료하기로 한 것이다.

 

# 무엇이 문제였나?

2012년 경제지주가 설립됐지만 금융지주 설립 일정에 종속돼 추진된 결과 경제지주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가운데 그 지배구조와 운영방법 등에 대한 충분한 논의없이 진행된 것이 문제였다.

2011년 농협법은 중앙회와 경제지주 사이의 역할분담, 지주사에 대한 조합의 통제 방안, 축산특례조항의 반영 방법 등 지배구조와 운영방식을 확정하지 못한 가운데 2012년 경제지주사가 과도적 성격으로 출범했다.

따라서 일단 중앙회 농축경제대표를 지주사의 공동대표로 선출하고 조합장 중심으로 이사회를 구성하기는 했지만 중앙회의 사업범위와 선출방법, 지주사와 그 자회사에 대한 감독권, 축산특례조항의 반영 방식 등이 모두 미정인 상태이다. 외부적 틀만 만들어 놨지 내부적으로는 백지상태라는 뜻이다.

이 때문에 경제지주사를 중앙회와 자회사 사이에 설치함으로써 조직이 확장되고 복잡해 조직 유지비용이 증가할 뿐만 아니라 옥상옥 구조로 의사결정이 느리고 비능률화 될 가능성을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또 지주사에 대한 조합의 의사가 중앙회를 거치게 됨으로써 주식회사인 지주사에 대한 조합의 통제가 불명확해 회원조합은 지주사체제가 조합에 이익이 되기는커녕 조합사업을 위축시켜 조합의 이익에 반하는 결과가 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농협 내에서 소수그룹인 축산조합은 지주사체제로 전환된 후 축산경제의 전문성과 자율성이 위축돼 축산경제사업이 효과적으로 추진되지 못함으로써 축산경제가 경쟁력을 상실하고 축산조합의 이익이 훼손될 가능성을 염려하고 있다.

 

#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나?

첫째, 경제지주체제의 목적은 농협 경제사업의 경쟁력 향상에 있으므로 이해가 일치되는 동질적 구성원으로 지주사를 조직해 사업의 이익과 손실이 공유되고, 이익이 기여도에 따라 배분되는 구조가 돼야 한다.

둘째, 조직 구조상 조합에서 더 멀리 떨어지고 주식회사 방식을 취하고 있는 경제지주와 자회사가 조합의 이익에 합치되려면 지주사에 대한 조합의 통제를 관철하고, 조합-지주-자회사의 이익이 일체화돼 지주사의 경영성과가 조합에 환원되는 구조가 돼야 한다.

셋째, 축산경제의 전문성과 자율성을 구현하고 축산조합의 이익에 합치하는 방향으로 지배구조가 구축되려면 ‘축산특례조항’이 온전히 유지돼야 한다.

축산특례조항이란 농협법 제132조에 규정된 ▲축산경제대표는 축협조합장회의에서 추천된 자로 선출한다(대표권) ▲축산경제 재산은 축산경제대표가 관리한다(재산권) ▲인력조정이 필요한 경우 농축경제 간에 형평을 유지한다(인력조정권) ▲축산경제사업 추진의 자율성과 전문성을 보장한다(사업권) 등 4가지이다. 헌법재판소는 이 규정을 전제로 농축협 통합이 헌법에 합치한다고 판결했다. 2000년 6월 헌법재판소는 축산특례조항은 농축협 통합의 전제이기 때문에 이 조항의 폐기는 헌법정신에 불합치한다는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고 명확히 판단했다.

 

# 지배구조의 쟁점과 대안은?

첫째, 경제지주는 사업의 효율성을 높여 경쟁력을 향상시키는 것이 목적이지만 주식회사 방식을 취하고 있어 경제지주와 그 자회사가 경영성과만을 중시해 조합의 이익에 반하는 경영을 하게 될 우려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기존 지주사 사업과 조합 사업의 합병, 자회사에 대한 조합 출자 및 지주사 지분의 조합 매각, 지주사 신규 사업에 대한 조합 출자 등을 통해 지주사와 조합이 공동사업을 확대하는 데 지주사 경영의 중점을 둬야 한다. 또한 지주사 및 자회사 이익의 배분이 이용고 배당 중심으로 조합(원)에 투명하게 환원되도록 해 지주사 경영과 조합의 이익이 일치되도록 해야 한다.

둘째, 경영의 자율성과 조합 이익 보호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기 위해서는 공동사업화와 함께 경제지주사 경영에 대한 권한과 책임을 지는 ‘경영권’과 조합의 이익을 감시하는 ‘감독권’을 분리해 각각 전담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전문 경영인 중심의 경제지주 대표 및 집행임원으로 구성된 ‘경영이사회’가 권한과 책임을 지고 지주사를 운영하도록 하고, 중앙회의 조합장 이사를 중심으로 구성된 ‘감독이사회’가 조합 이익을 감시하는 역할을 전담하는 「이원이사회체제」도입이 바람직하다.

셋째, 중앙회, 경제지주, 자회사의 자율성과 책임을 명확히 할 수 있도록 인사권과 감독권을 규정해야 한다. 자회사에 대한 감독권은 경제지주사에 있고, 경제지주사에 대한 감독권은 중앙회, 중앙회는 정부가 감독하는 체제이다. 지주사와 자회사의 인사권은 명확히 규정하고 경영권을 보장해 권한과 책임이 중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넷째, 전문성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고, 이익이 일치하는 품목별 조직으로 발전해야 한다는 농협의 발전방향에 단일지주체제는 맞지 않는다.

사업 부문별로 성과를 평가해 보상·환원하고 책임을 물어 경영의 투명성과 효율성을 높여 나가기 위해서는 사업의 성격상 독립성이 강한 축산경제부문을 별도 지주로 분리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축산조합의 95.5%가 별도지주 설립을 희망하고 있으므로 축산지주를 별도로 설립하는 것이 시장 개방과 환경 문제로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축산조합의 자발적 협력을 이끌어 낼 수 있어 축산업 발전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다섯째, 중앙회 축산경제대표는 축산조합을 대표하는 기능을 담당하는 반면 지주사 축산경제대표는 수익 중심적인 경영인이므로 두 가지 이질적 역할을 동일인이 동시에 충족시키는 데는 한계가 있다. 때문에 축산조합의 대표기능을 수행하는 중앙회의 축산경제대표를 폐지하고, 인사추천회의를 통해 경제지주 내 축산경제대표를 선출하는 것은 지주사 설립목적에 맞지 않는다.

따라서 대표권과 경영권을 분리해 중앙회에서 축산조합 대표 기능을 담당하는 축산조합 대표이사를 조합장 대표회의를 통해 선출하고, 지주사 대표는 인사추천위원회 등을 통해 전문경영인을 선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여섯째, 축산특례조항을 폐지하는 것은 헌재의 판결과 맞지 않으며, 폐기될 경우 농협 또는 지주사 내 소수 그룹인 축산조합의 이익이 소외될 가능성이 높고 품목별 조직화라는 농협 발전방향에 역행하는 동시에 협동조합 정신에도 위배된다.

일곱째, 경제지주사는 주식회사 방식에 의거해 설립되었으므로, 농협법에 별도로 규정하지 않는 한 상법상 주식회사의 규정을 따르게 되어 있다. 그러나 경제지주사는 농협의 특수성을 반영할 수 있어야 하므로 이미 공정거래법 등에서 별도의 지위를 인정하도록 농협법에서 규정했다.

따라서 경제지주사의 구조, 이사회 구성과 대표 선출, 이용고 배당, 감독권 등은 농협법에서 규정해 상법과의 불일치 문제를 방지하고, 당초의 목적에 부합해 안정적으로 정착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 지배구조는 어떤 방식으로 해야 하나?

농경지주와 축경지주를 분리해 별도로 설립하되 대표권과 경영권을 분리해 지주사에 이원이사회를 두어야 한다. 이 방식이 농협 발전방향과 합치되고, 축산특례조항을 충족해 경제지주체제 전환의 쟁점을 모두 해결할 수 있는 최선의 대안이다.

중앙회에서 대표권을 갖는 축산조합 대표(비상임이사)를 축협조합장회의에서 추천해 대의원 총회에서 선임하고, 중앙회 조합장 이사는 조합장 이사 추천회의에서 추천해 대의원회의에서 선임해야 한다. 지주사는 경영을 책임지는 ‘경영이사회’와 지주사를 감독·통제하는 ‘감독이사회’를 두며, 감독이사회는 중앙회 조합대표이사와 조합장 이사 및 소수 전문가로 구성해야 한다.

감독이사회의 역할과 권한은 지주사 대표이사 선임, 경영성과 평가, 조합의 이익 합치에 관한 감독에 국한하면 된다. 경영이사회는 지주사 대표, 집행임원, 소수 전문가로 구성되어 모든 경영에 관한 결정 권한을 가지며 성과에 책임을 진다. 지주사 대표는 인사추천위원회에서 유능한 CEO를 추천하고 감독이사회의 의결로 선임하며, 지주사 집행임원은 지주사 대표 추천과 감독이사회 승인으로 선임된다. 농경조합도 그 대표를 축산경제와 같이 농협조합장회의에서 추천하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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