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식육코너에 단속반원이 들이 닥쳤다. 업주는 외국산 돼지고기를 원산지 표시 없이 냉장고에 보관하면서 국산으로 둔갑시켜 팔다 적발됐다. 농산물품질관리원이 지난 설 전 대구·경북지역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을 중심으로 원산지 위반업체 단속 결과 122개 업소에서 총 216톤 가량의 물량을 적발했다. 이 가운데 양파와 돼지고기, 쇠고기가 전체 물량의 98%를 차지했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에도 원산지 표시를 위반한 업소 650곳이 형사 입건되거나 과태료를 물었지만 대목을 앞두면 여전히 기승을 부린다”고 말했다.

 

둔갑판매 갈수록 교묘

 

순천광양지역에선 독일산 냉동 돼지고기 삼겹살을 대패 삼겹살로 가공해 판매하면서 원산지를 속여 정육점에 공급한 업소와 브라질산 닭고기를 국내산으로 속여 표시한 식당 등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미국산 소막창을 블로그와 업소에 국내산 한우로 거짓표시한 대전시의 한 업체를 올 초 압수 수색해 보니, 그 업체는 2015년 3월부터 구입한 소 막창 1.5톤(1560만원 상당)을 200g당 1만3000원씩 국내산 한우 막창으로 팔아 8000여만원의 이득을 올렸다고 한다. 전북에서는 지역 내 농산물 및 특산품 등을 판매하는 로컬푸드에서조차 원산지를 속여 판매한 사실이 있어 충격을 주었다.

경북 영천에서는 외국산 돼지고기와 쇠고기를 국내산으로 속여 대량 판매한 식육판매업소가 적발돼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그 업소는 영천 시내 할인마트 내 식육점을 2개소 운영하면서 지난 1년 동안 외국산 돼지고기 약 12톤으로 2억8000만원 어치를 판매했고, 쇠고기의 경우 2톤 7000만원 어치를 판매하는 등 총 14톤, 3억5000만원 상당의 축산물을 국내산으로 허위 판매했다.

둔갑판매의 경우 행태도 나날이 발전해 순진(?)했던 ‘통째 둔갑’에서, 삼겹살·목살용 돼지고기와 국거리용 쇠고기 등 소비자들이 육안으로 식별하기 어려운 부위만 골라 속이는 방법으로, 이제는 국산과 ‘버무리는’ 행태까지 등장하고 있다.

이런 둔갑판매가 언론에 보도될 때마다 소비자들은 찜찜하다. 가뜩이나 경기가 침체돼 가계 경제가 어려운데도 불구하고 가족의 건강을 위해 안전과 위생이 보장됐다는 믿음 하나로 비싼 가격을 지불하고 구입했던 국내산 돼지고기·쇠고기가 혹시 둔갑된 외국산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한 번 의심이 가기 시작하면 소비자는 ‘속아서 화가 나느니 아예 외국산을 사다 먹자’로 바뀐다.

 

‘솜방망이’ 처벌 원인

 

농수축산물 원산지표시제가 도입된 지 20여년이 지났다. 하지만 여전히 위반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농축산물 판매업자들이 원산지 표시 위반을 밥 먹듯이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돈이 되기 때문이다.

외국산을 국내산으로 둔갑 판매하면 수입 가격에 비해 서너 배의 시세차익을 손쉽게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원산지를 속여 판매하는 이 같은 행위는 소비자들로 하여금 국내산 축산물에 대한 불신을 키우게 되고, 생산농민은 물론 소비자에게도 물질적, 정신적 피해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악질적 범죄에 속한다. 때문에 생산자단체나 소비자들이 정부에게 강력한 대응책을 요구하는 것이다.

현재 원산지 표시 위반업체는 거짓 표시의 경우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을 물게 되어 있고, 미표시의 경우엔 5만원에서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 처분을 받는다. 하지만 대부분 벌금형이거나 금액도 너무 적어 위반업체는 그것을 무서워하지 않아 재발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다행히 농축산부는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의 ‘농수산물 원산지 표시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을 6월 정부 입법안으로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상습 위반 땐 최소 500만원의 벌금을 물리고, 형량 하한제를 도입키로 한다는 것이 골자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처벌 사례를 보면 규정이 없어서는 아니다. 생계형 범죄로 취급되는 경우가 허다해 최대 형량의 처분을 내리지 못했을 뿐이다.

 

축산단체 참여 아쉬워

 

원산지 위반과 관련 전국한우협회가 최근 위반업소들을 대상으로 정부의 형사 처벌과는 별도로 2000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한우협회는 지난해 5월 ‘솜방망이’ 처벌로는 원산지 위반 행위가 근절될 수 없다는 판단 하에 징벌적(?) 금전적 손실을 가하겠다는 취지로 권주호 법률사무소와 업무협약을 맺었다. 그 일환으로 행동에 나선 것이다. 「2015년 5월 16일자 가락골 ‘한우협회의 비양심 유통업자 퇴출선언’」

한우고기를 부정유통 하다 적발된 업소는 법적·행정적 처벌을 받는 것과는 별도로 생산자단체의 민사소송까지 겪음으로써 당할 수 있는 형태의 괴로움을 겪게 하겠다는 것이다. 물론 목적은 다시는 그 같은 부정을 저지르지 못하게 함으로써 유통질서를 확립하고 소비자들의 신뢰를 되찾자는 것이다.

한우협회의 이 같은 행동은 업소 앞에서 온갖 형태의 시위를 하는 것 이상으로, 생산자단체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의 민주적 방식이요, 적극적 행동이다. 아쉬운 것이 있다면 다른 생산자단체들의 동참이다. 둔갑판매, 부정 유통은 국내산 축산물에 대한 불신을 키우는 일이다. 이는 비단 한우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신뢰를 회복하는 일에 축산업 모두의 참여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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