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일절을 앞둔 전날, 다음날이 공휴일인 까닭에 달콤한 늦잠을 기대하며 TV시청을 하다 자정을 훌쩍 넘겨서야 잠이 들었다.

늦은 아침, 세 살배기 딸이 떠드는 소리에 눈을 떠보니 딸은 베란다 창에 바짝 붙어 무엇인가를 바라보며 신기한 듯 연신 소리를 질러댔다.

창가로 가보니 아랫집에서 게양한 태극기가 바람에 휘날리고 있었다. 태극기를 처음 본 딸은 신기해하면서 태극기가 휘날리는 모습에 맞춰 뒤뚱뒤뚱 재롱 섞인 춤을 췄다.

어린 딸이 알아듣지 못할 거라 생각했지만 그래도 딸에게 “저게 태극기라는 거야, 오늘처럼 특별한 날에…” 그 말을 내뱉는 순간 갑자기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다.

정작 우리 집은 태극기를 게양하지 않은 것이다. 재빨리 태극기를 찾아 펼쳐 딸에게 보여주고, 게양을 하고 나서야 마음이 편해졌다.

그리곤 얼마나 많은 집에서 태극기를 게양했는지 창밖을 살폈다. 매년 그렇듯 올해도 열 집에 서너 집 정도에서만 태극기가 펄럭이고 있었다.

문득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가슴 속에 얼마만큼의 애국심을 품고 있는가 하는 자괴감이 들었다.

국경일 태극기 게양, 행사에서의 국기에 대한 경례·애국가 제창 등 조금만 신경을 쓰면 충분히 실천 할 수 있는 나라사랑의 표현을 우리는 무시하며 살아가고 있지는 않은지.

돌이켜보면 농축산관련 행사에서 시간 관계상이라는 이유로 국기에 대한 경례나 애국가 제창을 생략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애국가 1절을 부르는데 소요되는 시간은 단 27초.

내빈소개, 인사말, 축사, 격려사에 할애되는 시간이 수십 분에 달하는 것을 감안하면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은 핑계일 뿐이다.

한 축산단체장이 말했다. “우리 것을 먹어야 애국하는 것”이라고. 자랑스러운 우리의 것, 우리 먹거리를 표방하며 뜨거운 애국심을 담아 이름 지어진 ‘한우, 한돈, 한닭’. 국민들로부터 사랑받는 우리 축산업·축산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먼저 우리 축산인 스스로가 언행에 잘못이나 부족함이 없는지 돌이켜 봐야 한다.

애국가 4절은 애국심을 고취시키는 가사가 집약돼 있어 국민들에게 인기가 가장 많다고 알려졌다. 여느 행사장에서 애국가가 4절까지 울려 퍼지는 날이 언제나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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