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까지 무허가 축사가 적법화 되고, 올해 120억원을 투입해 ‘광역 축산 악취 개선사업’도 추진된다. 농축산부가 22일 발표한 ‘축산분뇨 문제 해결 및 무허가 축사 적법화 근본대책’의 주요내용이다. 축산 농가를 비롯 축산 관계자들의 입장에서는 참으로 고무적인 정부의 정책이다.

농업의 잔가지에서 출발한 축산업은, 2015년 3월 현재 농업 생산액 중 비중이 17조원을 넘어 39%를 차지할 만큼 성장했다. 소·돼지·닭·우유·오리 등 대부분의 축종이 농업 생산액 순위 10위 안에 진입할 정도로 하나의 산업으로 자리 잡았다.

 

고무적인 정부 정책

 

국민 1인당 육류 소비량의 경우 2005년 32.1kg에서 2014년 45.6kg로, 우유의 경우 62.7kg에서 72.4kg로 꾸준히 늘고 있는 상황이다. 2012년 기준 식품산업 중 축산관련산업의 시장 규모는 10조3818억원, 종업원수는 30만명에 달한다.

아직도 일부 농업경제학자는 농업의 흐름 속에서 축산업을 바라보지만 사실 축산업은 이제 농업의 한 부류에만 속해 있지 않다. 그만큼 전문화됐다는 말이다. 따라서 정부의 정책도 농업과 같은 무게여야 한다는 것은 당연하다. 특히 현재 침체된 농촌 경제가 활력을 되찾기 위해서는 더욱 그렇다.

그런 의미에서 22일 농축산부의 발표는 시의적절했다고 볼 수 있다. 환경부와 따로 놀던 대책이 이번에는 ‘협업’으로 최적화된 가축분뇨처리체계 구축에 나선다는 것이 그렇다. 환경부의 공공처리시설과 농축산부의 공동자원화시설사업이 중복되거나 상호 충돌되지 않도록 가축분뇨 뿐만 아니라 음식물 등 바이오에너지화 할 수 있는 폐기물까지 병합처리를 가능케 한다는 것은 협업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환영할만한 일이다.

또 농축산부는 축산법도 전면 손질하고 무허가 축사를 적법화 하려는 농가에 축사시설현대화사업과 분뇨처리시설사업을 우선 지원한다는 것도 노후화된 축사를 정비해 축산에 대한 혐오감을 줄여보겠다는 고심 끝에 나온 대책임에는 틀림이 없다.

게다가 ‘6차 산업의 전도사’ 역할을 자처하고 있는 이동필 장관은 올해부터 지역 특화품목을 중심으로 생산·가공·유통·관광 등에 종사하는 업체를 하나의 가치사슬로 묶어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는 시스템을 구축한다고 강조했다. 농축산부는 올해 지역단위 6차 산업화 시스템 20곳, 창업 550곳를 구축하고 일자리 3500개를 창출한다고도 했다. 26일 신라아이파크 면제점 7층 지역특산품·중소기업 특별관에서 6차 산업 공동 브랜드 ‘비욘드 팜(Beyond Farm)’ 농산물이 판매되는 것도 고무적인 일이다. 비욘드 팜이란 ‘농장을 넘어 새로운 농업으로 확장한다’는 의미로 지난해부터 정부가 보급한 6차 산업 대표브랜드이다.

중앙정부의 차원에서 지속 가능한 축산을 위한 다각적인 지원과 대책은 축산업의 위상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중앙정부에서 쏟아 내는 이러한 지원책에 마냥 즐거워할 상황이 아니다. 현장에서는 “축산업을 하지 말라”며 있는 자리에서조차 나가라고 밀어붙이는 형국이니 말이다.

 

즐거워 할 상황 아냐

 

지난 16일 서천군 군청 앞에서 서천 축산농가를 대표하는 각 축종 단체 관계자 300여명은 ‘가축사육 거리제한을 강화한 조례안 폐기를 위한 집회’를 개최하고 강력히 반발했다. 환경부가 권고한 거리제한보다 더 강화된 내용의 조례 개정안이 입법예고 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에는 청주지역 축산단체와 생산자들이 지자체의 과도한 사육거리 제한 규제를 더 두고 볼 수 없다며 “축산인들의 생존권이 달린 무조건 밀어내기식 조례안의 개정을 막아내자” 고 규탄하면서 청주시의회 건설분과위원회를 방문하기도 했다.

지난해 한돈협회가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를 통해 전국 143개 지자체의 조례를 분석한 결과 90개의 지자체가 조례를 통해 민가로부터 가축사육제한거리를 적용하고 있으며, 축종별 평균 사육제한거리는 돼지가 710m로 환경부의 권고안을 상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터전부터 보호해야

 

‘악취 발생을 현저히 줄일 수 있는 시설을 설치하고 관리하는 경우에는 악취 저감으로 인한 영향 등을 반영해 거리제한을 완화한다’는 가축 사육거리제한 적정기준 새 권고안이 마련됐다고 해도 현장에서는 적용되지 않는다.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엇박자’가 풀리지 않으면 축산업의 현안문제는 결코 해결되지 않는다.

축산농가의 입장에서 보면 ‘거리제한’이라는 것이 억울하다. 아무 잡음 없이 대를 이어 축산업을 해 오다, 도시 개발한다면서 있는 지역에서 나가 달라고 해서 할 수 없이 이전했더니, 이젠 있는 곳에서 더 나가라니 말이다. 그런데 갈 곳이 없으니 환장하겠다는 것이다.

지자체 입장에서는 민원 발생이 많아 귀찮고, 주민들의 부동산 가치가 올라가면 세수 차원에서 이득이 되니 이참에 민원을 이유로 볼쌍사나운 축사가 없어졌으면 하는 바램이리라. 거리제한이고 양분총량제고 다 좋다. 하지만 축산업을 할 수 있는 터전은 마련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 중앙정부가 아무리 좋은 대책을 내 놓는다 해도 축산업을 할 수 있는 터전이 없으면 결국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헛발질’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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