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간 도심에선 ‘재벌 빵집’·‘재벌 순대’·‘구멍가게 몰아내기’ 등 대기업들의 ‘돈만 되면’ 어느 산업, 어느 직종 가리지 않고 내수 서비스업에 무분별 진출하는 행태가 영세업자들과 골목 상인들의 생계를 위협하면서 사회적 지탄을 받고 잦아들었다. 재벌의 철수와 법정 휴일이 강제되면서 ‘지역 상생’이라는 말이 보편화 되어 가고 있다.

농촌에선 소위 종합식품회사를 표방한 대기업들이 몸집을 불리며 농축산 사업을 본격적으로 확대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 “농축산인들이 토지와 자금을 대규모 농식품 자본에 저당 잡혀 살아가는 ‘소유 노동자’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 는 지적과 함께 “농가에 의해 이뤄지는 농축산이 갖는 다기능성과 비교역적 기능을 실현해 내기 위해서는 대규모 자본의 농축산 진출은 저지돼야 한다”는 저항이 강하게 일고 있다.

 

도덕성까지 결여

 

이들 주장은 기업이 농어업 분야에 진출할 경우 막대한 자본력 등을 바탕으로 해당 농축산 분야에서 시장 지배력을 확대해 나갈 경우 영세한 농어업인은 경쟁력을 상실해 도태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그 증거로 농협경제연구소는 2010년 축산법 개정으로 대기업의 축산업 참여 제한이 폐지된 이후 축산업에 대한 대기업의 진출이 활발히 이뤄지면서 사육 분야의 시장 지배력이 확대되고 있는 추세이며, 실례로 양돈산업의 경우 상위 5개 업체의 시장 점유율이 2010년 18.5%에서 2012년 20.8%로 2.3%P 증가했다고 밝혔다. 그 사이 농가는 7300호에서 6000호로, 2015년 3월 현재 4900호로 줄었다.

그러나 이번 ‘사조사태’에서 보듯 대기업의 진출이 지금껏 지적해 왔던 자본 등 만의 문제가 아니라 도덕성의 결여로 시장 혼란을 야기 시킬 가능성이 다분하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줬다. 앞에선 ‘상생’을 이야기하면서 뒤에선 시장을 교란시켜 ‘사익’을 취했다는 점에서 그렇다.

발단은 이렇다. 한국오리협회가 지난달 13일 사조그룹의 계열사인 ‘사조오양’이 옥션·G마켓·11번가·인터파크 등 온라인 상에서 중국산 훈제오리고기를 수입해 국내산 가격의 절반 이하로 판매하고 있다는 정보를 접수하고 ‘사조화인코리아’ 측에 확인을 요청한 결과 사실로 드러나자 협회와 축산관련단체협의회는 ‘돈벌이에 급급한 사조그룹’이라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농가고통은 외면

 

2년여간 지속된 AI의 여파로 오리고기 소비가 냉각되고 가격은 폭락되고 업계 냉동 재고량은 적체되고 있는 상황에서 오리농가들은 생존에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는데, 이런 오리산업의 현실은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들만의 이익을 챙기겠다고 외국산 훈제오리고기를 팔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게다가 사조그룹이 그룹 내 오리계열화 사업을 하고 있고, 국내산 재고량도 쌓여 있는 상황이라는 사실에 더 분개할 수밖에 없다고 강력하게 비난했다.

다행히 사조 측에서 “18일 온라인 판매를 중단하겠다”며 오리협회의 입장을 수용해 일단락되는 듯 했다. 하지만 사조 측이 약속을 이행치 않고, 온라인 판매를 계속 하자, 협회는 사조 측이 요구한 ‘2개월 유예기간’도 이 기간 동안 이미 수입한 훈제오리고기를 모두 팔아치울 속셈이라고 반발하면서 모든 축산관련단체들과 공조해 그룹 본사 앞에서 대규모 집회와 동시에 주진우 회장 자택에서 무기한 1인 시위를 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사조 측은 남아 있는 44.7톤의 물량을 두 차례에 걸쳐 협회 입회 하에 폐기처분했다. 이 일련의 과정에서 사조 측은 수입 물량이 얼마인지도 밝히지 않았다. 수입과 관련해서도 직접 수입하지 않았고, 외국산 오리고기 공급을 희망하는 거래처에 한해 수입업체로부터 2011년부터 상품을 공급받아 판매했으며, 2015년 기준 연간 매출액이 20억이라며 이유 같지 않은 변명 일색이었다.

사조그룹은 2014년 3월 전국경제인연합회, 농축산단체 대표와 식량안보 차원에서 대기업이 솔선수범해 국내산 농축산물 소비확대를 약속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바 있다. 물론 양해각서는 법률적인 효력이 있는 것은 아니다. 지키지 않는다고 규제를 받는 것도 강제될 이유도 없다.

 

버젓이 흑자 자랑

 

사조 그룹 계열사인 ‘사조 오양’은 주식시장에서 지난해 영업이익과 당기 순이익이 각각 109억원, 95억원으로 전년대비 흑자 전환했다고 공시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74.3% 늘어난 1949억원으로 집계됐다. 또 개인투자자들에게 투자 정보를 제공하는 뉴지스탁이 거래량 정보인 퀀트랭킹시스템을 통해 모멘텀 96점, 펀더멘탈 92점 등 종합점수 94점을 부여, 유망종목에 선정됐다. 사조오양이 가정 간편식(HMR)시장에 진출하면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했다는 평가다.

이처럼 1997년 IMF 사태 이후 금융 자유화를 통해 글로벌 금융권에 편입되면서 대기업의 성장 전략이 발전적이고 장기적인 투자보다 주주들과 경영자의 이익을 우선으로 하는 단기 성장위주로 바뀌었다. 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당해연도의 성과이다. 대기업이 농축산업에 진출해서는 안되는 이유는 예상된 부작용 뿐만 아니라 이같이 전혀 예상할 수 없는 부도덕한 행태들이 빈발할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산업의 미래와 국민 경제를 보기에 앞서 ‘돈’을 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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