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지붕 세 가족. 낙농산업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것부터 알아야한다. 낙농진흥회와 서울우유 그리고 일반 유업. 한 지붕 아래 세 가족이 모여 있다 보니 모두다 한마음 한뜻이기 어려울 때가 있다.

다른 집 때문에 속 끓는 일들도 비일 비재하다. 이 때문에 모든 제도·정책 시행에 있어서는 농가 처우에 대한 형평성 문제가 꼬리표처럼 따라다닌다.

좋은 날보다도 궂은 날에 아우성은 더 심해진다. 얼마 전 열린 낙농 관련 회의에서 낙농진흥회 농가들은 추가감축이 거론되고 있다며 이에 대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이 회의에 참석한 사람들은 모두가 다 낙농가였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두 같은 마음은 아니었다. 진흥회 농가가 아닌 일부는 강 건너 불구경하듯 그들의 아우성을 지켜만 보고 있었다. 당장 내게 닥친 일이 아니기에 무관심으로 일관하고 있었다는게 더 맞는 표현이다.

이같은 상황이 하루 이틀 일은 아니다. 이미 포화상태인 시유 시장 때문에 전체 생산량을 줄여야 하는 상황의 연속에도 꼼짝 하지 않는 곳이 있는 반면 넘쳐난다는 말이 떨어지기도 전에 생산량을 줄이려고 드는 곳도 있다. 한쪽에서 꾹꾹 눌러 생산량을 줄여내면 어찌됐든 총량이 줄어드는 셈이니 속내를 숨기며 숨죽이고 지켜보는 모양새다.

한쪽에서는 곡소리가 나고 있는데도 내일이 아니니 안도 하고 만다. 하나라도 마음이 편하다면 다행이라 생각해야 하는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든다. 또한 과연 이 같은 상황이 얼마나 더 지속될까 궁금증이 일어난다.

낙농산업은 한치 앞도 내다 볼 수 없는 상황의 연속이다. 자급률은 갈수록 떨어지는 가운데 저가 수입 원료는 넘쳐난다. 앞으로 눈치게임은 더욱더 치열해 질 수밖에 없다. 이쯤 되면 누구나 “모두 다 살아남을 수 없다면 내가 살아남아야 겠다”고 생각하기 마련이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자신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남이 무너져 내려 내가 살아날 생각이라면 그게 자신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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