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양돈 수의사의 한탄
어느 양돈 수의사의 한탄
  • 한정희 기자
  • 승인 2016.02.05 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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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MD가 지난달 전북에서 2건이 발생한 이후 소강상태다. 추가 발생이 없길 모두가 한마음으로 바라고 있다. 이를 위해 유동인구가 순간적으로 급증하는 설 연휴 기간 동안도 농림축산식품부를 비롯한 모든 방역기관은 상황실을 운영하며 긴장의 끈을 놓지 않는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축산현장에서는 언제부턴가 ‘FMD가 발생해도 신고를 않고 있다’는 추정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FMD가 상재화 되고 있다는 주장도 끊이지 않는다. 상재화란 기후, 환경 등 요인으로 특정 시기에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항시 발생하는 것을 말한다. 국제수역사무국(OIE)은 외부에서 바이러스가 새롭게 유입되지 않았는데도 전국에서 3~5년 동안 지속 발생하는 경우를 상재화로 정의한다. 우리나라는 2010년 4월 강화 발생 이후 혈청형 O형의 FMD가 계절에 상관없이 간헐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고민할 쯤 A 양돈 전문 수의사로부터 한통의 메일을 받았다. 그는 우선 농가의 신고를 억제하는 현 방역정책에 대해 한탄했다. 축산농가에게 희생만 강요하는 현재의 방역정책을 반드시 기초부터 전면 재구성해야 한고 주장했다. 이미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방역당국의 신뢰가 바닥에 떨어졌고, 불신이 팽배한 상황에서 미봉책만으로 사태가 악화되도록 방치하는 것은, 공무원을 비롯한 많은 전문가들의 직무유기라고 지적했다.

FMD 청정화를 위해서는 축산농가의 빠른 신고가 필수다. 그러나 지금의 관련 법률은 신고한 농가에게 막대한 재산상의 손해를 끼치는 구조다. 손실액 대비 형편없는 보상금으로 일부 농가는 파산을 걱정해야하는 처지에 놓이게 된다. 이동제한은 사회적 지탄의 대상이 되어 문제의 농장주에게 정신적 고통까지 주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누가 신고를 하겠는가. 당연한 논리를 우리는 외면하고 있다. FMD 신고가 달갑지 않은 것은 농축산부나 지자체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빠른 신고가 답이라고 늘 홍보하면서도 지난 1월 김제에서 FMD 의심축 신고가 들어가자 해당 양돈장에 대한 비난이 끊이지 않았다.

A 수의사는 지금과 같은 신고 억제정책이 지속될 경우 FMD와 유사한 수포성 전염병이 국내에 유입된다 해도 확인할 방법이 없다고 우려했다. 현재 미국에서 문제가 되는 SIVD(Seneca virus, 세네카 바이러스)가 국내에 유입된다고 해도 알 길이 없는 상황이다. 또 현재 접종 중인 백신과 다른 타입의 FMD가 유입돼도, 바이러스가 변이 되었어도 농가의 신고가 없으면 파악이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지금의 방역정책은 신고한 농가만 피해를 보는 형태로 바뀌었다고 A 수의사는 한탄했다.

FMD가 국내에서 발생하기 시작한지 15년이 가까워진다. 우리는 그 동안 방역정책에 대해 그때그때 필요한데로 수정하고 강화해 왔다. 이로 인해 관련 법률과 행동요령은 누덕누덕 기운 헌옷이 됐다. 임기응변식, 보여주기식, 행정낭비성 정책은 당장 거두고, 실질적이고 현실적인 중장기적 방역대책을 수립해야 한다는 A 수의사의 말이 와 닿는다. 어느 때보다 실효성 있는 FMD 청정화 계획이 나와야 할 때다. FMD가 발생하지 않는 것인지, 신고를 하지 않고 있는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가까운 시일 내에 끝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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