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만년 전 쯤 선사시대 아프리카 열대림에 살던 작은 체구의 인류 선조 ‘오스트랄로피테쿠스’는 눈에 잘 보이는 과일과 잎사귀, 유충, 곤충을 주식으로 먹고 살았다. 간혹 고기도 먹긴 했지만 수렵하기에는 몸집이 작아 주로 짐승의 시체를 찾아다녔다.

50만년 전 쯤 ‘호모 엘렉투스’는 석기 도구를 사용하면서 다른 육식 동물이 남기고 간 시체의 다리뼈나 두개골을 쪼개 열량이 높고 풍부한 골수와 두뇌를 얻었다. 식량 구하는 방법이 개선됐다. 체구가 약간 커지고 직립에 가까운 이들은 조잡한 도구를 사용해서 설치류나 파충류 때로는 사슴까지 사냥했다. 잡식성으로 야생 열매, 덩기줄기, 땅벌레, 식물, 알, 곤충 그 밖에 눈에 띄는 모든 것을 먹이로 삼았지만 동물성(근육이나 지방, 뇌와 내장 기관처럼 연한 조직)이 이제 전체 열량의 65%를 차지하면서 오스트랄로피테쿠스와 대조적인 식생활을 보였다.

 

‘고기’가 중요한 역할

호모 엘렉투스의 두뇌는 이전보다 거의 세 배에 달했지만 신체 크기는 두 배에 못미쳤다. 인간의 신체는 매우 큰 두뇌에 상대적으로 작은 장기로 연료를 공급했다. 이것이 어떻게 가능했을까? 답은 ‘고기’이다.

고기가 인류의 진화에 진짜 중요했던 이유는 그 안에 든 열량의 양이 아니라 새롭게 얻은 ‘질’ 때문이었다. 동물과 인간은 아미노산 조직 중 16개가 동일해서 동물성은 인간과 쉽게 동화된다. 때문에 고기가 고기에게 이상적인 재료인 셈이다. 보디빌더들이 고기를 많이 먹는 이유와 같다.

18만년 전 ‘네안데르탈인과 크로마뇽인’은 네 번의 빙하기 중 첫 번째 빙하기를 맞았다. 동물성 음식이 인간의 식생활에서 주된 전략이자 결정적인 요인이 됐다. 해부학상 최초의 근대적인간인 이들은 주로 수렵 생활을 했다.

북극의 동물들이 빙하기를 피하기 위해 인간 영역까지 내려왔다. 인류에겐 이제 돌아다니는 ‘고기 시장’이 눈에 보였다. 크로마뇽인은 전체 열량의 3분의 2를 동물성 음식으로 채웠다. 영국 옥스퍼드대학의 마이크 리처드는 이들의 식단이 곰과 이리를 비롯한 최상위 육식 동물과 흡사해 졌다고 했다.

원숭이를 인간으로 만든 것은 물론 고기가 아니다. 여러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상호 작용을 해 선조들에게 생리학적 변화를 낳았고, 결국엔 근대적 인간이 탄생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동물성 음식을 주로 먹지 않았다면 이들 신체와 두뇌가 커질 수 없었다는 사실 또한 분명하다. 신체와 두뇌가 크지 않았다면 아프리카에서 중동, 아시아 나아가 유럽까지 인류가 빠르게 확산되지도 못했을 것이다. 인류학자들이 제시하는 인류의 변화 과정이다. 고기가 인류의 변화에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했는지를 보여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육류를 많이 섭취하면 이것들을 분해하는 과정에서 요산, 유산, 인산, 초산, 염산 등 유해한 강산류가 발생하고, 이 강산류로 피가 산성화되면 인체의 면역성이 저하돼 세균에 대한 저항력이 심각하게 떨어지고, 온갖 성인병이 유발된다는 등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 육류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확산되고 있다.

 

축산물 부정 아냐

 

그러나 이런 시각들은 2005년부터 2014년까지의 국민 1인당 육류 소비량 증가추세(32.1kg에서 45.6kg으로)로 판단하면 육류 자체에 대한 ‘부정’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공장식 축산업의 현실과 몰지각한 일부 축산 농가들의 행태가 불러온 부작용이다. 게다가 잊을만하면 터지는 악성가축질병으로 인한 일반인들의 불편함이 “이럴 바에는 아예 축산업을 없애고 외국에서 생산하는 것을 수입해다 먹자”는 생각을 뇌리에 박히게 하는 격이다.

악성가축질병이 터질 때마다 잘못을 따지고, 보상을 생각한다. 질병의 발생은 엄청난 물질적 피해를 야기하지만 100% 보상했다고 해서 끝나는 문제가 아니다. 특히 악성가축질병이란 전파력이 매우 빨라 피해가 확산된다는 점에서 근절해야 되겠지만, 발생 후 이동이 통제되면 이제는 축산업만의 문제가 아니게 된다. 불편함을 겪는 국민들이 그 원인을 찾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나부터 먼저 바꾸자

 

그리고 열악한 사육환경과 축산업을 둘러싼 근본적인 문제를 보기 이전에 현장은 ‘더럽고’, 축산농가는 ‘나쁘고’, 축산물 유통업자는 ‘사악’하다는 생각이 먼저다. 한 번 갖게 된 선입견은 쉽게 바뀌어지지 않는 것이 인간이다.

한우수출의 물꼬를 텄지만 그동안 청정지역으로 인식됐던 전북은 ‘혜택의 테이블’에서 빠져야 했다. FMD 발생 때문이다. 백신을 접종하면서 농가들이나 정부나 모두 FMD 방역에 해이해졌다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발병 사실을 신고하면 누구 말마따나 욕이나 먹고, 오히려 손해나 보니 알고 있으면서도 그럭저럭 넘긴다.

소·돼지의 경우 축산물 가격이 좋으니 더욱 그렇다. 하지만 그렇게 유유자적하는 사이에 외국산 축산물은 집안에 물이 새 듯이 조금씩 그 세를 확장해 간다. 호주산 쇠고기가 ‘청정’이라는 광고는 이미 소비자들의 뇌리에 박혀 있다. 수입 쇠고기에 대한 소비자들의 생각도 달라졌다. 그 요인에는 축산농가들 개개인의 태만도 있다.

설 명절이다. 모처럼 긴 휴일이다. 하지만 질병 바이러스에는 휴일이 없다. ‘고기’는 국적도 없고, 죄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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