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농협축산경제대표에 선출된 김태환 대표는 바로 그 다음날 FMD 발생지인 전북을 찾아 김제완주축협과 김제시청 현장 관계자들을 격려했다. 이어 18일 업무보고회를 개최하고 ▲정도경영 ▲공감경영 ▲직원 우선 ▲화합 중시라는 ‘4대 경영기조’를 발표했다. 이를 바탕으로 농협중앙회 축산경제가 139개의 일선축협의 중심체 그리고 10만 양축가를 대변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초심만으로 안된다

 

초심(初心)은 어떤 일을 시작할 때 갖는 처음의 마음, 순백의 도화지에 붓을 긋는 결연함, 반드시 하고자 하는 의지를 말한다. 그러나 일은 초심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초심을 잃지 않겠다’는 각오만으로는 부족하다. 즉 마음과 행동이 어떻게 일치되느냐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앞선 축산경제대표들도 시작은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하나 같이 끝은 좋지 못했다. 마음 따로, 말 따로, 행동 따로였다. 축산경제의 자리를 권력화했고, 작은 일 하나에서 열까지 권위를 내세워 ‘내가 아니면 안된다’는 안하무인식의 업무처리로 일하는 분위기를 망치고, 직원들의 능력을 뭉개고 결과적으로 자신도 망쳤다. 그들 모두 초심을 몰라서가 아니다. 어떻게 일해야 하는지, 자신의 역할이 무엇인지 성찰의 시간을 갖지 못한 결과이다. 유아독존은 평범한 사람의 것이 아니다. 아무나 범접할 수 없는 천재나 신들의 영역일 뿐이다. 따라서 불행은 스스로 평범함을 비범함으로 착각할 때 시작된다.

현 축산경제대표는 일처리에 있어서 꼼꼼함과 치밀함으로 정평이 나 있는 인물이다. 자기 절제력이 강하고, 부지런하고 독서를 통해 많은 것들을 배우려는 지식욕구도 강하다. 지식욕에 빠진 사람들은 자신보다 지식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모든 것을 자신이 주도하지 않으면 못 견딘다. 주변을 쉽게 신뢰하지 않는다. 이러한 상사 밑의 직원들은 일에 대한 열의를 갖지 못하고, 창의성을 발휘하지 못해 자신이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 조차 모르게 된다. 그 결과는 이미 전임자들에게서 수없이 봤다.

 

대표로서의 역할을

 

직원일 때와 팀을 이끄는 리더가 되었을 때가 다르고, 임원일 때와 대표일 땐 또 다르다. 그 지위에 맞는 역할이 있고 그에 따른 책임이 따르기 때문이다. 대표는 단순히 대차대조표에 맞춰 비용과 지출을 따지며 수익을 내는 자리가 아니다. 조직 전체가 내일·모래 그리고 더 먼 훗날까지 온전하게 유지·발전할 수 있는 비전을 찾아내고, 어떻게 그것을 현실화 시킬지를 고민하는 자리이다. 이는 결코 ‘혼자서’ 해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때문에 그에 맞는 조력자인 조직원을 적재적소에 배치해 현장의 목소리와 주변의 흐름에 유연하게 대처해야 할 필요가 있다.

아프리카의 속담이라고 전임자들이 즐겨 사용했던 ‘빨리 가려면 혼자서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말은 참 그럴 듯 했지만 정작 그들은 ‘혼자’였다. 학연에 지연에 혈연까지 동원되면서 조직 문화를 해쳤다.

‘함께’라는 공동체 의식의 함양은 눈높이에서 나온다. 스스럼없이 이야기하고, 자유롭게 노닐면서 형성되고 하나의 뜻으로 뭉쳐진다. 거기에 권위가 등장하게 되면 곧바로 경색되고 일방통행이 돼 버린다.

139개의 일선축협의 중심체로써 협동조합의 가치를 실현하고, 10만 양축가를 대변해 대한민국 축산업을 이끌어 가기 위해서는 조직 내부와의 유기적 연계와 생산자단체들과 같은 외부조직들과의 연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국내 축산업의 환경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에서 농협축산경제의 역할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은 아무도 부인하지 못하는 엄연한 사실이다. 생산자단체인 전국한우협회가, “왜 남의 조직에 감 내놔라 대추 내놔라 하느냐”는 핀잔을 들어가면서까지 농협중앙회장 선거 당일 본관 앞에서 제대로 된 회장을 선출해야 한다고 기자회견을 한 것도 이 때문이다.

아이리버(iriver)가 mp3플레이어를 세계시장에 처음 출시했을 때 많은 사람들은 소니의 워크맨 신화를 떠올렸다. 아이리버는 신기술 개발로 mp3플레이어 시장을 주도했다. 하지만 2003년 등장한 애플의 아이팟(iPod)과의 경쟁에서 주도적 지위를 내어주고 말았다.

 

강한 것이 능사 아냐

 

스티브 잡스의 보완재를 탁월하게 활용한 경영전략 때문이었다. 애플의 아이팟은 단순한 mp3가 아니다. 아이팟의 위력은 플레이어 그 자체에 있다기 보다 음원제공서비스인 아이튠즈iTunes에 있었다. 애플은 아이팟을 구입하면 아이튠즈로부터 곡당 99센트의 가격에 음원을 합법적으로 다운로드할 수 있도록 했다. 아이팟과 아이튠즈는 보완재 관계에 있는데 이를 활용해 하나의 산업생태계를 형성했던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아이리버는 그냥 mp3였을 뿐이다.

아이팟은 ‘함께’였고, 아이리버는 ‘혼자’였다. 대표가 시시콜콜, 사사건건 나서서 “이거 해라, 저거 해라” 지시를 하고, 이것은 안된다. 저것도 안된다. 왜 이렇게 했느냐 따지고 들면 그 순간부터 대표가 아니다. 그냥 일개 부서장에 불과할 따름이다. 청렴한 시스템은 혼자서 만들겠다고 해서 만들어지지 않는다. 공감대를 형성하고 그에 맞게 일할 인재들과 손을 잡아야 가능한 일이다. 강한 것이 능사가 아니다. 유연함이 필요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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