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체로 우뚝…‘협동조합의 협동’ 가치 실현

 

축산물에 대한 수입 개방이 본격화되면서 외국산 축산물과의 가격 경쟁에서 열세를 만회하기 위해 추진된 국내산 한우의 브랜드화는 ‘품질 고급화’ 열기에 불을 당겼다. ‘지역 간의 협력’·‘협동조합의 협동’을 통해 농가를 조직화하려는 정부의 브랜드 정책에 힘입어 전국 최초의 한우광역브랜드인 ‘지리산 순한한우’가 태어났다.

2003년 전남 동부권 7개 축협(고흥·곡성·구례·보성·순천광양·여수·장흥축협)이 공동 출자한 사업단은 2014년 NH순한한우조합공동사업법인으로 재출범하면서 우여곡절을 털어내고 한우광역브랜드의 맏형으로서 다시금 기지개를 켰다. 순간의 경영부실로 파산 지경에 이르렀던 사업단이 눈부신 성장을 거듭하게 된 계기는 2003년 브랜드 정착을 위해 백방으로 노력해 온 당시 농협중앙회 축산유통부의 엄기대 팀장을 영입하면서부터였다.

 

 

법인 대표로 영입된 엄기대 대표는 지리멸렬된 롯데마트와의 연결고리를 되찾아 이었을 뿐만 아니라 전매장으로의 납품이라는 쾌거를 거뒀다. 그동안 그가 보여준 열성과 신의가 롯데마트로부터 전폭적인 신뢰를 얻어낸 것이다.

2014년 조합공동법인의 재출범은 파산위기에까지 몰려 있었던 ‘지리산 순한한우’가 제자리를 찾아가면서 당초 목표인 협동조합의 협동을 실현하고자 겨우 살려낸 불씨에 기름을 붓는 격이었다. 엄기대 대표는 조합 파견직원 전원을 조합으로 복귀시키고, 공채를 통해 직원들을 새로 뽑고, 사무직을 포함한 전직원을 2차에 걸쳐 식육학교 단기과정을 이수케 했다.

“NH순한한우 조공법인은 생산자 집단인 조합들이 투자해 만든 유통전문업체입니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느냐면 축산 조합원들이 생산한 고품질의 축산물을 적정한 가격에 소비자에게 공급함으로써 「판매농협」이라는 협동조합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실천해 가겠다는 의지입니다. 때문에 유통에 관한한 전문화가 절실히 필요했습니다.”

엄 대표의 설명이다. 이같은 움직임은 재출범 원년부터 큰 효과를 발휘했다. 고급육 4000여마리 출하, 매출목표 209억2100만원 대비 175% 초과달성한 306억5100만원을 기록하면서 참여조합들에게 두둑한 배당도 실시했다. 한 번 속도가 붙은 성장세는 지난해에도 이어져 매출 480억으로 당초 373억원의 목표를 127% 초과달성했다. 당기 순이익도 5억5000만원을 거두면서 조합별로 7000만원의 출자 배당도 실시했다.

순한한우 조공법인은 여타 사업단이 판매망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오히려 ‘물량이 없다’는 즐거운 고민에 빠져 있다. 롯데마트 전매장에 부분육으로 납품이 이뤄지면서 현재 취급하고 있는 1+ 등급 이상의 고급육 취급물량 3500마리로는 ‘정시정량’이라는 브랜드의 기준을 맞추기 어려워 항상 물량 확보에 식은땀이 흐른다고 한다.

 

든든한 아군 역할을 해 주고 있는 대형 고정 거래처를 확보하고 있는 순한한우는 효율적인 매장관리를 위해 롯데마트 바이어를 영입하는 묘수를 썼다. 또한 적체물량을 해소하기 위해 쇼핑몰 등 온라인 판매는 물론 중소업체·식당 등 다양한 판로를 확보하고 신규 채용 후 전문화 교육을 거친 전문인력을 투입함으로써 배송·정산·영업까지 일목요연한 시스템도 갖췄다.

완전히 규모를 갖추고, 설립 당시의 목표를 완성한 순한한우는 지난해 7월 지역 조합들이 공동출자한 ‘지리산 순한한우 TMF사료공장’이 적자 운영으로 허덕이자 이를 합병했다. 파산 위기까지 몰렸던 순한한우가 단 몇년 만에 무려 60억 규모 공장을 떠안게 된 것이다.

“어차피 사업단도 새로운 사업을 시도하면서 규모를 키울 필요가 있고, 자금 여력도 있었습니다. 사료를 공급하고, 공급받는 농가의 한우를 팔아주는 것이 사업단으로써 양축농가들에게 도움을 주는 일이라 생각했습니다.”

사업단이 협동조합의 소속이므로 당연한 생각이라고 엄기대 대표는 말한다. “사료공장 따로 사업단 따로 경영되는 구조로는 두 조직의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없었다”는 설명이다. 사료를 공급하고 그 사료를 먹은 축산물을 팔아주는 ‘세트형’의 서비스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고 그는 내다봤다.

그의 생각은 적중했다. 사료공장을 맡아 3개월 간 본격적으로 영업에 돌입하면서 이전의 2배 이상의 판매량 증가를 이끌어 냈다. 사료 포대당 1000원에서 1500원까지 할인 판매한 것이 주효했다고 하지만 이를 통해 그동안 ‘지리산 순한한우 TMF사료공장’의 고품질화 노력을 농가들이 알게 됨으로써 탄력을 받았다고 한다.

“이전의 사료공장은 어떻게 하면 사료의 품질을 향상시킬 수 있느냐에 초점을 두었습니다. 공동출자한 조합들도 있으니 고품질 사료를 생산하면 판매는 저절로 될 것이라는. 하지만 인근 경쟁 사료업체가 있어서 우리 사료에 대한 관심이 적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가격을 인하하면서 관심을 유발시켰고, 그 관심은 ‘아 정말 좋은 사료구나’라는 신뢰를 유발한 것이지요.”

엄기대 대표는 농협사료와 기술협약을 맺고, 사료 이름은 ‘농협안심애(愛)사료’로 바꾸었다. 농협은 기존의 배합사료와 이곳에서 생산하는 TMF사료를 판매하는 것은 물론이고, 품질 고급화의 설계를 제공한다. 사업단에선 제조 품질을 책임진다. 현재 시설 보강을 하고 있는 ‘사료공장’은 시설이 완비되면 올해는 폭발적으로 판매량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엄기대 대표는 이 모든 사업의 활성화가 바로 유통의 성공에서 비롯됐다고 평가한다.

“사업단이 본래의 목적대로 성공하면서 자금의 여유도 생겼습니다. 자금의 여유가 생기자 인근 사업들과 연계할 수 있고, 그것들이 시너지효과를 거두면서 사업 규모도 튼실하게 커져가고 있습니다.”

순한한우는 지난해 유통센터 인수를 적극 검토했다. 전국에 판매되고 있는 ‘순한한우’는 하나에서 열까지 순한한우의 스펙에 맞춰져야 한다는 것이다. 엄 대표는 “가공품 등 현재 외부에서 해 오고 있는 것들은 안전과 위생에 아무 문제가 없지만 지속적으로 순한한우가 유지 발전해 나가기 위해서는 이러한 모든 것들 통합관리하는 ‘통합안전관리시스템’이 중요하다”면서 “출자 조합들과의 심도있는 논의를 통해 올해 인수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것이 순한한우가 유통업체로써 자리매김할 수 있는 최종적 단계라고 덧붙였다.

사업단의 안정적 경영은 ‘수익의 사회 환원’이라는 ‘지역사회 상생’으로까지 연결됐다. 사업단 앞 직영식당에서는 고품질의 순한한우를 저렴한 가격으로 지역주민들에게 공급하고 있을 뿐 아니라 지역의 독거노인, 소년소녀가장 등에게 수시로 무료 점심을 제공하고 있다. 여기에 대표·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성금을 모아 불우이웃돕기 지원에 나서고 있다.

“사업이 정상궤도에 접어들면 반드시 지역사회로의 환원사업을 진행하겠다는 취지로 시작했지만 결과적으로 사업단 경영 활성화의 도움으로 되돌아 왔습니다. 어르신들이 가족 행사를 꼭 여기서 합니다. 당신들은 우리에게 감사하다고 하셔서 오시는 것이지만 사실은 우리가 더 많은 감사를 해야 할 판입니다.”

엄기대 대표의 말대로 현재 직영식당은 지역사회 명소로 자리잡았다. 유통전문법인이자 협동조합의 기본이념을 실천하는 전도사, 현재 순한한우사업단의 현주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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