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생각이었을까? 홍콩 정부와 한국산 쇠고기 검역·위생 협상을 타결하고, 열린 수출 길을 따라 한우고기를 홍콩으로 내보낸 것은. 지난달 23일 홍콩 현지 육류 전문수입 및 유통업체와 요식업체 관계자를 초청해 한우고기의 우수성을 홍보한 것은.

한우의 우수성을 효과적으로 알릴 수 있도록 특별히 제작된 홍보 영상에는 가장 주된 것이 ‘안전과 위생’이 확보된 것이었음이 분명하다. 잇따른 FTA 체결을 두고 ‘위기가 기회’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던 농축산부를 비롯한 정부에게 한우고기의 홍콩 수출은 시사하는 바가 컸으리라.

 

연속성이 있어야지

 

‘그런데 뭐?’ 의문만 남는다. 이것이 연속성이 있는 것인지, 보여 주기 식인지, 알 수가 없으니 답답한 일이다. “봐라. 정부가 국내산 축산물의 해외수출을 위해 이렇게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을…그리고 그 결과물도 나오지 않았느냐?”고 말할지 모른다. 아니 그렇게 말하고 있지 않은가?

‘침묵의 살인자’라는 말이 있다. 바로 질병을 말한다. 소리 없이 찾아오거나 또는 우리가 깨닫지 못하는 징후를 보낸 후 습격하는 질병은, 예상치 못한 만큼 인체에 막대한 타격을 가해 목숨을 빼앗거나, 삶의 의지를 거두어 간다. 요행스럽게 병을 극복해도 그때까지 많은 금전적·육체적 출혈을 요한다.

정기적인 건강진단을 받고, 약간의 징후만 있으면 병원을 찾아가는 것은 질병으로 인해 발생되는 많은 후유증을 사전에 예방하기 위한 것으로, 소위 ‘호미로 막을 걸 가래로 막지 않겠다’는 경험에서이다.

정부가 한우고기의 홍콩 수출에 들떠 있을 때 청정지역의 한 곳인 전북 김제에서 FMD가 발생했다. 그리고 일시이동중지명령이 내리고도 고창에서 두 번째 FMD가 발생했다. 15년 만에 재개된 한우고기의 수출에 제동이 걸렸다. 지난달부터 적은 양이지만 홍콩으로 보내던 전북산 한우고기의 수출은 홍콩과의 검역협정에 따라 즉각 중단된다.

전북 익산에 있는 수출작업장인 ‘축림’에서의 작업이 중단되면서 수출물량은 육지에서의 마지막 청정지역인 전남지역으로 돌리게 될 것으로 보이는데, 전남지역도 FMD 차단을 위해 비상이 걸렸다.

 

걸맞는 시스템 우선

 

지난해 4월 충남 홍성에서 마지막으로 발생한 후 9개월 만이고, 전국 확산 때에도 청정을 유지했던 전북이 무너졌다. 전북도의 농수산식품 국장은 FMD가 발생한 적이 없기 때문에 이론적으로는 FMD 바이러스가 전북도에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발병 원인과 역학조사가 진행 중이지만 그와 같은 이유로 충남 등 타지역에서 바이러스가 유입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항체 형성률이 20~30% 정도라고 말하지만 농가의 백신접종 소홀을 탓할 수도 없다. 출하를 앞둔 돼지라는 점에서 그렇다. 고창의 경우 사료 차량이 돌았던 8곳 중 한 곳이다. 하지만 지적하고 싶은 것은 FMD 발생이 아니다.

지금과 같은 정부의 ‘몰빵’ 또는 ‘한탕’정책으로는 국내 축산업의 지속 가능은 힘들다는 점이다. 그리고 국내산 축산물의 ‘수출’로 축산업에 새로운 활로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상품이 우수하다’는 한 부분만 똑 떼어낼 수가 없다는 것이다. 축산물이 브랜드화 되긴 했지만 공산품과는 전혀 다르다는 사실을 수시로 잊기 때문이다.

정부가 국내산 축산물의 해외수출이라는 활로를 모색해 축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극대화하려 했다면 그에 걸맞는 제도적 시스템 구축에 우선적으로 초점을 갖췄어야 했다고 주장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때문에 ‘15년 만의 한우고기의 수출’을 국내 축산업의 새 전기라고 말하지 못한다.

FMD에 관한 우려는 최근 농축산부가 FMD 감염축 신고 유도를 위해 도축장 출하 시 NSP(FMD 야외바이러스) 항체 검사를 상시화해 지난달 24일 기준 발표한 결과에서 이미 나왔다. 10월 22일 기준 153건보다 15.6%가 넘는 177건이 적발됐다. NSP 항체 검출은 해당 우제류가 과거 FMD에 감염됐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부 슬로건 공허

 

한 전문가는 확산 속도가 상당히 빠른 전염병임을 감안할 때 바이러스가 광범위하게 확산됐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추측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특히 겨울철에는 FMD 활동이 왕성해지는 시기로 소독은 물론 축산관련 차량의 왕래 시 더욱 조심해야 한다고 경고한 바 있다.

질병의 확산 속도는 빠르고, 이에 대응하는 정부의 방역정책은 항상 뒤를 따른다. 이래서는 결코 질병을 잡을 수 없다. 질병을 잡지 못하면 수출도 없다.

최근 한우고기 수출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전남의 한 한우광역브랜드 사업단을 찾았다. 친환경을 모토로 하는 전남의 정책과 맞물려 FMD의 청정화를 자부하는 이곳은 말 그대로 그 때문에 수출이라는 호기를 맞았다. 정부의 관심과 그에 걸맞는 지원도 약속하고 있다. 하지만 행정 경계선을 맞대며 청정화를 구가했던 전북에서의 FMD로 확산 저지를 위해 사활을 걸고 있다.

질병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고, 효율적인 대책도 없이 ‘우리도 축산물을 수출할 수 있다’·‘수출로 위기를 극복하자’는 정부의 슬로건이 얼마나 공허한지 이제는 좀 깨달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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