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중앙회 축산경제가 큰 어려움에 처했다. 대표의 불미스러운 사퇴는 갑작스럽게 이뤄졌다. 때문에 현재 축산경제는 대표없이 비상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대표를 선출해야 하는 조합장들이 서둘러 모임을 갖고 향후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를 논의했다. 선거관리위원회가 중앙회장 선거와 축산경제대표 선거와 관련 조합장들의 모임을 갖는 것은 불법이라고 지적하면서 조합장들끼리 허심탄회한 논의도 할 수 없다.

축산발전협의회에서조차 향후 농협중앙회 축산경제대표 선출에 대해 말하지 못했다. 당초 불미스러움을 씻기 위해서는 추대형식이 가장 바람직하다는 데 뜻을 모으긴 했지만, 각 조합장들의 뜻이 달라 그것도 현실화되지 못했다.

 

마음 놓고 논의 못해

 

그러다 보니 대표직을 놓고 중앙회장이 누구를 낙점했다느니, 누구는 비리에서 벗어날 수 없다느니, 심지어 누구는 여리고, 또 누구는 건방지다느니, 거론되고 있는 이들 모두가 보기 싫어 외부에서 영입해야 한다느니 온갖 말들이 오가고 있는 상황이다. 제삼자의 입장에서 보면 이게 무슨 초등학교 반장선거도 아니고 난장도 이런 난장판이 없다. 심지어 이런 말들을 옮기는 일부 조합장들의 수준에는 더욱 할 말을 잃는다.

협동조합 밖의 일반인들에게 농협중앙회 축산경제대표는 농협목우촌 대표보다 인지도가 떨어진다. 무엇을 하는 자리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내부와 축산인들의 입장에서 보면 축산경제대표의 자리가 얼마나 중요한지 말하지 않아도 안다.

농협 축산경제대표 사퇴에 즈음해 일부 생산자단체가 투명한 농협으로 환골탈태하는 것만이 농협이 나아갈 길이라는 성명을 발표하면서 농협이 진정한 농민의 권익대변단체로 거듭나기를 바란다고 간곡히 당부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농협중앙회 축산경제 대표는 2015년 3월 현재 중앙회와 지주, 지역축협, 품목축협 등 총 1만3928명의 정규직원과 1000여명의 파견·자체직을 통솔하는 자리이고, 139개의 지역과 품목축협과 연계하면서 대한민국 축산업을 지탱하는 대들보 역할을 하는 위치이다.

경황없이 닥친 축산경제대표의 공석이 직원들은 물론 지역의 조합장들에게 황망함을 던져주었다고 해도 이에 대처하는 일련의 과정은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거론되는 이가 후보에 들어서는 안되는 이유가 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어떤 행사에서 자신을 무시했다는 것이고, 말투나 하는 행동들이 맘에 안 들어서라는 몇몇 조합장의 설명에는 숨이 탁 막힌다.

 

특권 낭비 말아야

 

불미스러운 일을 당해 수장을 잃고 주변으로부터 온갖 비아냥 소리를 들으며 자괴감에 빠져 있는 직원들은 대표를 둘러싼 이 같은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조직에 대한 허탈감과 부끄러움으로 몸들 바를 모른다.

일선조합은 항상 “협동조합의 주인은 조합원”이라고 소리 높여 왔다. 조합은 조합원의 출자금으로 설립됐고,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중앙회는 일선조합이 주인이다. 그런 주인들이 자신들이 가진 특권을 허투루 낭비하는 것을 보면 협동조합의 앞날도 암담하다.

현재 농협은 농협이 수행하는 다양한 사업이 농협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사업 조직이 되지 말고 가장 어려운 처지에 있는 농민의 이익을 위해 일하고 농촌을 지키는 공익조직으로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는 요구에 직면해 있다.

축산경제 대표를 선출하는 일선조합장들 역시 대표가 더 이상 조직을 더럽히지 말고, 전체 축산업의 발전만을 위해 사심 없이 업무에 임해주기를 바란다. 때문에 이런저런 대안들을 제시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지연이나 학연, 혈연 등에 얽매이지 않고 투명하고 정도를 지키는 경영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우선이라고 주장하는 것도 같은 이유이다.

그러나 대표직에 도전하려는 후보군들에 대한 철저한 검증보다 선입견을 앞세우거나, 확인되지 않는 근거 없는 소문을 퍼뜨리는 일부의 움직임에 가볍게 처신하는 것은 주인으로서의 자세가 아니다. 후보군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찾아내야 한다. 그렇지 못한 것은 그 중요성에 대해 체감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고 자신의 권리행사에 무책임한 것이다.

 

‘끝장토론’ 해보자

 

필요한 사람, 대표의 무게를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은 검증하지 못하면 알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또 후보군을 왜 꼭 눈 앞에 있는 사람으로 규정하려는 지 다시 한 번 되물어 볼 필요가 있다.

누구는 농협 출신이라 안 되고, 누구는 이 사태를 만든 장본인으로 의심되니 안 되고, 누구는 지나간 사람이니 그렇고…. 이도 싫고 저도 싫으니 외부 추천위원회를 만들어 거기서 추천하는 사람으로 대표를 추대하자는 안도 제기됐다. 139개 조합장의 수준이 낮으니, 아니면 우린 힘이 없으니 다른 사람에게 자신들의 조직을 맡기자는 말이다. 그러면 그 대표가 하는 일마다 전폭적인 지지를 해 줄 수는 있는 것일까? 물론 그 안은 빗발치는 반발에 의해 수그러들었지만 다시 한 번 조롱거리를 만들어줬다.

스스로 해결할 능력이 있음에도 그렇게 하지 못하는 것은 스스로를 과소평가하거나 자신 외의 다른 조합장을 믿지 못하기 때문이다. ‘끝장토론’이란 것이 있다. 되도록 많은 후보자를 선정하고 치열하게 토론하고 검증해야 한다. 잘못된 선출은 선거권자에게도 책임이 있다. 한국 축산업의 존속이 달린 문제이다. 아직 시간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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