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키호테식의 열정’…축산 기술 최고 명인에

 

직원 시절부터 한우산업을 중심으로 축산 발전 하나만을 바라보고 생활해 온 문홍기 장흥축협 조합장을 주변의 사람들은 ‘돈키호테’라고 부른다. 그런 그가 농촌진흥청이 농업관련 5개 분야에서 창의적 노력과 지속적인 기술력 향상으로 성공한 농업인을 대상으로 선정한 ‘최고농업기술명인’에서 축산부문 명인으로 선정됐다.

축협의 말단 직원시절부터 한우와 관련된 축사 시설은 물론 효율적인 우분 처리 등에 깊은 관심을 갖고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지속적인 기술 개발에 힘써온 공이 인정된 것이다.

 

문홍기 조합장은 조합의 말단 직원이었던 1974년 국립종축원(현재 축산과학원)에서 처음 젖소 정액 제조기술을 배웠다. 그리고 처음 이 기술을 활용해 인공수정을 활성화시키면 한국 축산업을 한 차원 업그레이드 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얻었다고 한다. 그리고 조합에서 직접 정액을 생산했고, 처음으로 송아지를 낳았을 때 과학과 기술의 중요성을 깨달았다고 한다.

“나는 천주교 신자입니다. 종모우를 만들어 지역 축산농가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나아가 한국 축산업의 강한 토대를 만들어내는 것이 나에게 주어진 소명이요, 사명이라고 생각합니다. ”

인공수정에 대한 중요성을 설파하게 된 것은 그때부터였다고 그는 설명한다. 하지만 그에겐 또 다른 목표가 있었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까지 많은 시간과 시행착오를 겪었다. 그것이 바로 ‘지붕개폐식 우사’였다. 아무도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던 시절부터 그는 농가의 생산성을 높이는 가장 큰 일이 지붕개폐식으로 우사를 전환하는 것이라고 확신했다.

이를 현실화하기 위해 한우 200여 마리 규모에서 일괄사육해 온 그는 자신의 축사를 개폐식으로 바꾸었다. 당시 지붕이 열리는 것이 뭐가 그렇게 중요하냐는 주변의 핀잔에도 불구하고 시도한 개폐식 우사는 지붕이 열리면서 들어오는 햇볕에 축사가 쾌적해지면서 소의 건강이 좋아지고 비육도 훨씬 잘된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소는 주야 온도차가 30℃ 이상이 되면 크질 않습니다. 여름의 경우 그 무더움 속에서 소가 잘 자랄 일도 없고, 야간에 우사가 덮혀 있으면 저녁의 서늘한 바람도 아무런 도움이 되질 않습니다. 야간에 지붕이 열리면 시원한 바람이 우사의 열기를 식혀줄 뿐만 아니라 톱밥을 말려줌으로써 쾌적함을 보태 소의 스트레스 감소 효과까지 나타나게 됩니다.”

그는 지붕개폐식 우사는 인건비와 톱밥 구입 비용까지 절감할 수 있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현재의 상태까지 이르기까지에는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다고 한다. 이를테면 초기 센서의 오작동으로 비가 들이치는 경우 생각지도 못한 피해를 입었고, 그때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시작됐단다. 아이디어를 내면 인근 기자재업체에서 만들어 주었고, 이러한 과정이 몇 번을 반복하면서 완성단계에 이를 수 있었다. 문홍기 조합장이 명인 선정 소감에서 ‘열정을 이해해 주고, 뒷받침해 준 ‘그들’과 믿고 따라준 지역 한우농가들 덕분’이며 ‘장흥 축산인 모두가 명인들’이라고 말한 것도 그런 의미이다.

문홍기 조합장의 열정은 여기서 끝난 것이 아니다. 10월 우시장에 4단계 방역시스템을 갖춘 것도 끊임없는 관심에서 솟아난 것들이다. 일반 우시장의 경우 입구에서 출입차량에 대한 분무소독만 있거나, 좀더 질병에 관심있는 우시장은 주변 소독이 대부분이지만 장흥축협의 우시장의 경우에는 여기에 출입자의 생석회 발판 소독은 물론 우시장 천장에 소독 파이프를 설치하고 전체를 분무소독하게 되어 있다.

문 조합장은 “지역 전체에서 소가 모여드는 데 만일의 경우 환축이 들어오면 우시장은 악성 가축질병의 온상이 될 우려가 크다”면서 “그런 만큼 철저한 차단방역이 중요하다”고 설치 배경을 설명했다. 천장의 소독 파이프는 소독 후 바로 에어로 물을 밀어내 겨울철 동파의 위험도 없다. 문 조합장은 우시장의 소독시스템이 전국 우시장으로 확산되기를 바랬다.

문홍기 조합장이 공들이고 있는 또 하나는 ‘경축순환자원화’로, 양질의 가축분 퇴비 활성화사업이다.

장흥지역에서 사육하고 있는 축산농가의 우분을 주원료로 만든 ‘장흥축협 표고골한우 퇴비’는 최신 통풍 교반식 시설로 60℃~80℃의 고온에서 발효, 부숙해 유해 병원균과 해충, 잡초의 종자를 사멸시키고, 한약추출물과 EM미생물을 가미해 미생물이 풍부해 토양 개량과 농작물에 종합적인 영양분을 공급한다. 이 퇴비는 농진청 친환경 유기농자재 인증 ‘제11-유기-3-566호’로 친환경 농산물 생산에 적합한 가축분 퇴비이다.

문홍기 조합장은 이 퇴비의 효과를 입증하기 위해 산을 깎은 흙 25톤을 시험포에 부어 새로운 땅을 만들고, 퇴비공장 3개 라인 중 1개 라인을 이 시스템으로 전용해 참외, 호박, 가지, 오이고추, 수박을 일반 발효퇴비와 비교 실험한 결과 월등한 수확과 우수한 작물을 생산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해금 골드키위, 참다래 농가들은 한 번 써보고 지속적으로 구매해 오고 있다고 한다. 현재는 제주도 진출도 계획하고 있다. 가격도 25kg들이 한 포에 3200원인데, 군에서 2000원을 보조하고 있다.

문 조합장의 다양한 노력들의 궁극적인 목표는 잇따른 축산 강국들과의 FTA로 벼랑 끝에 선 축산인들의 생존력을 강화시키는 것이고, 축산업이 오염을 발생시키는 불명예 산업이 아니라 명실공히 한국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는 일이다.

“이제 소비자들은 아무리 신토불이나 애국심, 고향의 맛을 강조한다고 해도 맛이 없으면 국내산 축산물이라고 해도 외면하기 일쑤입니다. 따라서 우리 축산인들이 스스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안전하고 위생적이고 고품질인 축산물을 생산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그가 한우대학을 신설해 농가를 대상으로 지속적 교육을 실시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그리고 그 교육 내용에 현장교육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교육이 새로운 지식에 대한 ‘일깨움’이라면 현장은 그 일깨움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느냐를 가르쳐 주는 지표이기 때문이다.

또 하나 교육과정 제일 앞에 전문가들의 ‘한우산업의 전망’을 배치한 것은 보다 넓은 눈으로 축산업을 바라보게 되면 ‘지금 내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알게 해 주기 때문이다. 한 예로 2013년 전망을 통해 교육에 참여한 농가들이 규모를 늘리면서 지금 많은 이익을 얻었다고 설명했다.

문 조합장이 지향하는 사회는 ‘농경문화’의 회복이다. 농경문화는 3가지의 정신이 어우러진 사회라고 하는 데, 땅에 들인 노력만큼 수확을 얻을 수 있으니 ‘근면’해야 하고, 결실은 거짓말을 안하니 ‘정직’은 기본이고, 그렇게 얻어진 결실은 혼자만의 것이 아니므로 ‘나눔’이 항상 바탕에 깔려 있기 때문이란다. 지금처럼 강조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체득(體得)되는 것이 농경문화라는 것이다.

문홍기 조합장은 광주농고 축산과를 졸업했으며, 한우 교육교재를 저술하는 등 축산분야의 전문가로 인정받아 왔다. 지붕 개폐형 우사를 개발 보급하는 한편 축사표준설계도 심의위원으로 활동, 축산 선진화에 기여해 왔다. 이러한 공을 인정받아 전남도지사상·농림축산식품부 장관과 농촌진흥청장 표창 등 많은 상을 받았다. 현재는 300여 마리의 한우를 직접 일괄사육하면서 체득한 경험을 주변의 농가들에게 보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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