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 작지만 강하다 '네덜란드'

 

세계 최대의 원유생산을 자랑하는 유럽의 낙농산업이 갈림길에 섰다. 지난 30년간 지탱해 온 유럽연합(EU) 국가별 우유 생산량 할당제(쿼터제)가 올해 4월부터 폐지되면서 전환기를 맞이했다. 우유 생산량 제한정책의 폐지를 맞아 유럽의 낙농업계에는 희비가 갈리고 있다.

EU는 세계 낙농시장에서 주요 역할을 하고 있으며 치즈 등 많은 낙농제품을 수출하는 선진 수출국으로 EU 유제품 수급 동향이 국제 가격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어 세계 낙농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우리나라 낙농업 또한 EU의 수급 상황의 영향권에 있다. 유럽의 값싼 유제품의 원료들과 유가공품들의 물량공세 속에서 경쟁력 강화와 자급률 수호를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특히 유럽의 선진 낙농국들을 중심으로 쿼터 폐지에 따른 생산량 증가를 해소하기 위해 해외 시장 개척에 집중하는 등 국가별로 쿼터제 폐지라는 거대한 산을 넘기 위해 제 각기의 노력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네덜란드는 국가경제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낙농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단기적인 성장이 아닌 중장기적인 관점으로 환경문제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역사와 전통이 깊은 치즈의 대표 본고장 스위스는 쿼터제 폐지로 낮은 가격의 원유가 범람하면서 위기를 맞이한 가운데 이를 타개하기 위한 방안 마련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EU내에서도 많은 원유를 생산해 내고 있는 독일 낙농업계도 운영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낙농 장비로 교체하는 등 생산비 절감 방안 마련에 집중하고 있다.

작지만 강한 나라 네덜란드와 역사와 전통을 지난 스위스, 기술집약적 낙농 강국 독일을 방문해 그들이 낙농 강국으로 성장 할 수 있었던 주요 성공요인과 사례를 중심으로 둘러보고 앞으로 우리나라 낙농이 나아갈 방향을 가늠해본다.

 

정부는 단지 거들 뿐…농가들 스스로 경쟁력 강화

 

온 세상이 평평한 나라 네덜란드.

‘낮은(neder) 땅(land)’이라는 의미를 갖은 네덜란드는 산이 없고 대부분의 국토가 낮고 평평하다. 전체 면적의 25%가 해수면 보다 낮은 곳에 위치하고 있어 지리적, 환경적으로 다른 유럽의 국가들에 비해 어려움을 가지고 있는 네덜란드는 오히려 지리적 약점을 강점으로 승화시켜 농축산업을 집약적으로 발전시켰다.

 

# 생산자 주도 농축산업

네덜란드 농축산업 발전의 주요한 성공요인은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부는 단지 기술개발과 교육에 집중 투자하고 이를 개별 농가 스스로가 수행함으로써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유도하는 역할만을 하고 있다.

또한 정부정책은 집약화에 따른 환경문제에 대응과 농촌경관유지와 보전, 한계 농가의 탈농지원을 비롯 유럽공동농업정책에 의한 생산과 연계되지 않는 직불금 지원을 통해 환경과 경관을 보전하고 농가경제를 안정시키는 것에 집중했다. 교육기관 또한 생산자들에 의해 만들어지고 현재까지 운영되고 있다. 대표적인 농축산업 전문 실습센터 PTC+는 네덜란드에서 뿐 아니라 전 세계 80개국이 넘는 나라의 수강생들이 센터를 찾고 있다.

시장논리에 따라 자연스레 개개인 농가의 경쟁력이 높아지면서 국가 경쟁력 또한 높아 졌다. 네덜란드 낙농은 경제적 환경, 제도, 시장조건 등의 여러 상황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처함으로써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 전업·규모·전문화

네덜란드 농업은 역사적으로 특정 품목이나 기능에 전문화된 협동조합의 형태로 발전돼 왔다. 낙농업 또한 협동조합형태의 전문경영체를 중심으로 발전했다.

네덜란드에서는 1만 8000농가에서 157만 마리의 젖소가 연간 127억kg의 우유를 생산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의 생산량에 6배에 달하는 양으로 엄청난 규모의 생산량이다. 특히 우리나라 절반 이하의 국토에서 6배 이상의 우유가 생산된다는 것, 그들의 생산성은 주목할 만하다.

이렇듯 전문화와 규모화 그리고 기술개발 노력 등을 통해 네덜란드 낙농업은 높은 토지생산성을 기반으로 기술집약적 수익산업으로 성장을 거듭해왔다.

그 결과 좁은 국토 면적에도 불구하고 네덜란드는 독일, 영국, 프랑스. 폴란드에 이어 EU에서 5번째로 규모가 큰 우유 생산 국가로 EU내 총생산량의 8%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독일과 뉴질랜드에 이어 세 번째 낙농 수출 국가이다. 지난해 낙농부문 수출액은 7억 유로로 전체 농식품부문 수출의 8.7%를 차지하는 한편 무역수지 흑자도 15.2%(43억 유로)를 차지하는 등 수출 역군으로 큰 포지션을 자리하고 있다. 특히 네덜란드에서 주요 수출품목을 다룰 때에도 유제품류가 상위권에 포진하면서 네덜란드 농식품산업에서 낙농업이 차지하는 경제적 위치는 매우 중요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 자연순환 모델 구현

네덜란드 낙농업의 특징은 100% 자연방목 시스템을 표방하고 있다는 것이다. 송아지부터 육성우, 건유우 들은 하루 종일 들판위에 서서 목초를 먹는다. 또한 각각의 목장에서 생산된 분뇨는 자체 시설을 거쳐 목초에 뿌려지게 되어있다. 대부분의 낙농가들은 자신들의 목장에서 나온 분뇨를 자신들의 방목지에 뿌려 비료로 이용하고 있다.

네덜란드 낙농업은 역사적으로 오랜 기간 특정지역에서 뿌리 깊게 정착돼 왔다. 가축과 자연이 끈끈하게 연결된 네덜란드의 축산농가들에게는 자연을 보호해야한다는 동기부여가 확실하다. 또한 우리나라에 절반에도 못미치는 작은 국토에 간척지로 이뤄져 자원이 부족한 나라에서 작은 것으로 더 많이 이뤄야 한다는 이데올로기가 자리잡고 있다. 때문에 정부차원에서도 자연친화적인 축산업을 영위할 수 있는 전락과 과제, 관리지표들을 세우고 매년 성과를 평가하면서 환경문제를 개선해 나가고 있다.

 

피티씨플러스는 50여년의 전통을 지닌 농축산업 전문 실습 센터이다.

PTC+는 자발적 교육기관이다. 현장에 접목할 수 있는 농축산업의 기술이 필요했던 생산자들에 의해 1960년대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 없이 만들어졌다.

PTC+는 ‘Learning by doing’ 즉 ‘행함으로 배운다’를 모토로 200여개의 농장을 기반삼아 기업, 학교, 협회 등과 협력해 현장에서 가장 가까운 교육을 실현하고 있다. 낙농, 양계, 양돈의 사양관리 및 사료, 시설을 비롯해 시스템과 인력관리를 포함한 전반적인 목장경영관리 시스템을 교육하고 실습한다.

각각의 분야에는 전문가들이 포진하고 있어 세부적인 교육이 가능하고 짧게는 하루 길게는 2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과정의 교육프로그램을 가지고 있어 전 세계 80개국이 넘는 각국의 수강생들이 센터를 찾아들고 있다.

PTC+는 원칙적으로 장기교육을 시키지 않고 짧은 기간에 특정그룹을 효과적으로 교육 시켜서 실질적인 효과를 내도록 하여 일하면서 배우는 것이 PTC+의 모토이다. 프로그램은 학생들이 다양한 배경을 가질 수 있도록 주요 초점을 각 개인의 아이디어에 맞추고 있으며 수강생들의 전문지식 습득을 위해 전문 트레이너들이 끊임없는 연구와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

 

#유기농 목장
- Boerderij de StadsHoeve(도시농장)

 

도시근교 유기낙농 실현

부부 가족농 4대째 가업

교육·파티 부대사업 다양

 

암스테르담 북부에 위치한 도시 농장은 암스테르담 근교에서 유일하게 초원을 가지고 유기낙농을 실현하고 있다.

암스테르담 인근에는 100여명의 축산관련 종사자들이 있었는데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1/4 가량이 폐업을 하거나 타 작목으로 전환을 하면서 이제 축산업을 영위하는 사람은 손꼽을 정도로 남게 됐다. 이 가운데 도시농장은 1861년부터 150여 년간 이 자리에서 낙농업을 유지하고 있으며 현재 목장주인 앨버트는 4대째 가업을 이어가고 있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이목장 역시 알버트와 아내 안젤라가 가족형태로 운영하고 있으며 도시 인근에 위치하고 있는 지리적 특성상 아이들을 위한 교육농장 프로그램도 갖추고 있다.

도시농장은 100% 유기농업 형태로 농약을 사용하지 않은 상태로 방목을 하는 것이 특징이다. 전체 28마리의 젖소들이 하루 평균 두 번 착유를 하고 있는데 일반우유보다 20센트 가량 많은 유대를 받고 있지만 생산비에 대비해서 생산성은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다.

특히나 유기농법으로 젖소를 사육하기 때문에 연간 생산량이 일반 농가의 80% 수준이다. 수익성을 위해서는 현재 사육규모의 2배 가량을 늘려 50마리 이상 착유를 해야 하지만 암스테르담 근교에 초원을 얻을 수 없기 때문에 사실상 목장의 규모를 늘리는 것은 불가능한 상황이다. 때문에 부가적인 수입을 얻기 위해 교육농장 운영과 파티 등 다양한 부대사업도 겸하고 있다.

어린이들의 교육목장으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은데 암스테르담에 거주중인 사람들 중 대부분이 과거 농장을 했거나 농장 주변에 거주했던 사람들로 구성되어있어 자신들이 경험했던 것을 자녀들에게 알려주거나 먹거리의 소중함을 깨우치기 위해 목장을 찾는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알버트 도시농장 대표는 “우리목장은 현재 유일한 암스테르담의 초원지대”라면서 “가업을 잇는다는 자긍심이 없었더라면 목장을 유지하기는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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