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연히 ‘양분총량제’ 들먹 ‘지속 가능 축산’ 취지 망각

 

가축분뇨처리 및 악취 문제 해결을 목적으로 설립한 축산환경관리원(원장 장원경, 이하 관리원)이 구설수에 올랐다. 농가에 불리한 양분총량제 도입을 사실화 하는 발언을 공공연하게 한 데다, 기존 축산 관련 단체들과 제대로 소통하지 못한 점이 문제를 키웠다.

일각에서는 관리원이 지속가능한 축산업 발전에 이바지 한다는 설립 취지를 망각한 것이라며 분노하고 있고, 다른 한편에서는 관리원이 가축분뇨 처리 및 악취 감소를 명분으로 새로운 규제를 만들어 낸다면 축산농가와 대척점에 서며 마찰을 빚을 것이라 우려하고 있다.

관리원 설립에 참여했던 A씨는 “최근 관리원 임직원들이 가축분뇨 관련 회의에서 양분총량제 도입 내용을 언급한다”며 “반복되는 내용을 살펴보면 관리원이 관련 제도 도입을 기정사실로 여기고 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장원경 원장은 실제로 지난 7월 21일 산청군청 회의실에서 열린 가축분뇨 해결을 위한 협의회에서 “전국의 가축분뇨 총량현황(실태조사)을 파악해 해당 지역에서 해결 할 수 있는 대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양분총량제가 사육두수 제한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 축산농가들은 강하게 반대하고 있음에도, 관리원장이 나서서 가축분뇨 실태조사 실시를 해야 한다고 한 발언은 업계의 공분을 사기에 충분하다.

관리원 홈페이지에도 비슷한 내용이 게재되어 있다. 사업소개에서는 “양분총량제 도입에 따른 축산농가의 존속위기에 대응할 수 있도록 지원을 위한 자료조사를 한다”고 명시했다. 결국 양분총량제 도입을 인정하는 꼴이다.

소통 부재도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관리원은 개원 이후 새로운 사업을 실시하는 과정에서 농축산부나 특정 소수와 의견을 나눌 뿐 정부의 가축분뇨 종합대책을 진행해온 농협, 한돈협회, 실용화재단 등 기존 기관 단체들과의 소통은 거의 하지 않고 있다. 이는 소통의 횟수만큼이나 소통의 의지가 결여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심지어 개원(5월 8일) 이후 이사회를 단 한 번도 소집하지 않은 상태다. 본지 취재 후에야 이사회 날짜를 잡은 것으로 확인됐지만 개원한지 6개월이 다 되도록 이사회를 한 번도 하지 않은 것과 관련해 “이사회를 허수아비로 만들고 있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이제 관리원에 대한 불만과 우려는 다방면에서 한계점에 이른 상황이다. 가축분뇨 전문가 B씨는 “관리원이 각종 규제들을 만들어 농가들에게 명령하며 군림 하고자 한다는 소리가 들린다”며 “농축산부 사업을 위탁 받아 시행하는 과정에서 일명 ‘완장’ 역할을 하려는 거냐”고 성토했다.

그는 또 “관리원 설립을 관심 있게 살피고 돕던 사람들이 관리원의 독단적인 행보에 등을 돌리고 있다”며 “이런 상황을 인지하지 못한 채 정원 늘리기에만 급급해 하는 모습이 답답하고 위태롭다”고 일갈했다.

또한 “관리원이 설립 취지가 무색하게 자체 의견 없이 농축산부의 꼭두각시 노릇만 하게 되는 것 아니냐”며 “관리원이 국내 축산농가가 아닌, 농축산부 퇴직 공무원을 위한 조직이 되지 않으려면 지금이라도 주위의 의견에 집중하라”고 꼬집었다. 축산업계 원로 C씨는 “전 세계적으로 가축분뇨 관련 문제를 인위적으로 노력해 해결한 사례가 없는 상황에서 관리원의 존재 의미조차 불분명해지고 있다”며 “관리원이 제 역할을 잘 하는지에 대한 지속적인 감시와 견제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장원경 원장은 “양분총량제가 시행될 경우를 대비해야 피해를 줄일 수 있다는 의도로 말을 한 것”이라며 “양분총량제를 홍보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또 “이사회 소집은 필요가 있을 때 실시하려 했다”며 “소통 부재는 말도 안 된다”고 덧붙였다.

또 “직원들이 7월 8일 발령 이후 현장에서 땀 흘리며 일하고 있고 호평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안다”라며 “적은 인원으로 많은 일을 감당하려다 보니 오해가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관리원은 지속 가능한 축산업 발전을 위해 우리가 도와야 할 것들에 대해 늘 생각하고 있다”며 “이를 위한 교육, 컨설팅, 회의 등을 기본적으로 하고 있다”고 전했다.

축산환경관리원은 가축분뇨의 관리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의해 설립된 정부 산하 공공기관이다. 친환경적인 가축사육환경 조성 및 가축분뇨의 자원화를 통한 이용촉진을 효율적으로 수행함으로써, 환경과 조화되는 지속가능한 축산업의 발전 및 국민건강 향상에 이바지 하는 것이 목적이다.

지금의 관리원이 본래의 취지에 맞게 축산농가를 위한 역할을 감당하며 국내 축산업을 이끄는 견인차 역할을 할지, 불통의 아이콘으로 농가를 규제하며 비난의 중심에 설지, 축산업계의 눈과 귀가 관리원을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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