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출하우 장려금 2·3등급에도 지급

 
 

업계에서 ‘파격적’ 장려금제도

전북한우조합이 운용하고 있는 ‘브랜드 출하우 장려금’은 업계에선 사례를 찾아 볼 수 없다. 그만큼 파격적이다.

통상 1+등급 이상 생산 농가에 고급육 장려금 명목으로 지원하는 거세우의 출하장려금을 2등급과 3등급 생산농가에 함께 지급하는 것이다.

전북한우조합은 올해부터 1++등급에 지급하던 장려금 40만원을 절반으로 줄이고 대신 2, 3등급 생산농가에 각각 20만원을 지급하고 있다. 2~3등급을 생산해도 지원금을 받는 것이다. 1+에 지급했던 20만원의 장려금역시 10만원으로 줄여 이를 1등급 생산 농가에 지원한다.

서영선 전북한우협동조합 전무는 “전북한우조합원들의 경우 현재 1+등급 출현율이 60%이상을 넘어서고 있다”면서 “대부분의 조합원이 높은 등급으로 생산비 이상의 소득을 보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장려금으로 추가 지원해주는 것은 등급에 따른 농가들의 소득구조를 더욱 악화하고 있어 이를 개선한 것”이라고 말했다.

2~3등급 한우 생산농가에 지원금을 지급하는 안이 현실화하기까지 내부적으로도 반대가 적지 않았다. “저등급 육질의 한우고기 생산을 독려하겠다는 것이냐”는 비판이 고조되기도 했다. 고급육 생산으로 매번 장려금을 수령했었던 기존 농가들의 반발은 더욱 심했다.

 

빈익빈부익부 소득구조 개선

전북한우조합도 대부분의 한우브랜드경영체나 축협처럼 1+과 1++등급 생산농가들에게 장려금을 지원해왔었다. 1++등급 생산농가에게 60만원 장려금을 지급한 때도 있었다.

그러나 장려금 지급 체계 개선의 필요성에 동감한 조합 임직원들의 생각은 달랐다.

등급간 가격차가 확고해 높은 등급을 생산할수록 고소득을 보장받는 현실에서 보조금 때문에 2~3등급을 생산코저하는 농가는 없을 것이라는 것이다. 그동안 꾸준한 개량사업과 사육기술에 대한 경영 노하우로 이미 1등급 이상 출현율이 65% 수준에 달하고 있는 상황에서 ‘장려금’까지 지급해 가며 독려할 필요성도 명분도 없어진 상황이었다. 누구나 노력은 하지만 뜻하지 않게 2등급이나 3등급을 생산한 부분에서도 생산비 보전금 조로 지원금을 주는 것이 농가들의 소득을 제대로 보전해 줄 수 있다는 주장에 오히려 더욱 힘이 실렸다.

전업농가들의 경우 한우사육에만 매진할 수 있지만 경종을 겸업하거나 소규모 농가의 경우 이들에 비해 사육 성적이 낮을 수밖에 없어 조합의 장려금 지원 방식 변경은 이들을 보호하고 육성하는 역할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조합은 이를 실행에 옮겼다.

 

생산비 절감·적당한 마블링 두 마리 토끼 목표

전북한우조합이 1+등급 이상 고급육 생산농가에만 지급하던 장려금을 이처럼 파격적으로 조정한 데는 빈익빈부익부가 더욱 심화하고 있는 농가들의 ‘양극화’ 소득 구조를 개선하겠다는 의지와 함께 최근 변화하는 소비패턴은 이같은 안을 현실화하는 중요한 원인으로 작용했다.

올해 6월 판매장을 개설하기 전까지 가공장을 직접 운영하며 전북도 또는 시주관의 소비촉진 행사를 진행해온 조합은 행사 때 마다 1+ 등급 이상 등심 등 구이용 부위의 소비가 크게 둔화되어 애를 먹어 왔다.

대신 지방이 적은 안심이 가장 먼저 소진되고 지방이 적절한 1등급 한우고기 선호현상이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는 게 조합의 설명이다.

서영선 전무는 “지방이 적고 부드러운 안심이나 1등급 한우고기에 대한 소비자 선호는 늘어가는 한편 지방을 기피하는 소비자 성향이 뚜렷이 나타나면서 1++등급이나 1+등급 한우는 판매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건강, 웰빙의 식생활을 강조하는 소비패턴 확산으로 1+등급 이상 등심과 채끝 부위 등 구이용 고급육의 구매 의향이 현저히 줄고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소비 동향은 전북한우조합이 고급육 중심의 출하장려금을 개선하고, 조합원들을 설득할 수 있는 배경이 됐다.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찾는 1등급 중심의 한우고기 생산을 확대하는 등 이를 장려하자는 것이다.

특히 1등급 한우고기 생산은 최근 변화하는 소비 패턴에 부합할 뿐만 아니라 장기 비육 자제에 따라 불가식 지방을 줄이는 대신 고기양은 늘리고 여기에 생산기간은 단축해 농가들의 생산비를 크게 감소시킬 수 있을 것으로 조합은 기대하고 있다.

 

2016년 새로운 장려금 지급 계획

생산비의 감소는 농가들의 소득 보전은 물론 더욱 저렴한 가격의 한우고기 공급으로 결국 조합원 생산자는 물론 소비자들까지 윈-윈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 수 있다는 데 착안, 이를 강력히 주장했고 결국 조합원들의 동의를 얻어냈다.

김창희 조합장은 “한우고기의 경쟁력은 곧 근내지방으로 인식되었던 때가 있었고, 고급육 시장이 여전히 존속하는 것은 맞지만 소비자의 선호가 저지방, 웰빙을 선호하는 가운데서 한우농가 모두가 1++등급 생산에 매진하는 것은 농가는 물론 국가적으로도 큰 손실”이라면서 “근내지방도 중심의 한우정책과 생산 방향도 재고해 보다 다양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방을 위해 보다 길게 오래 키우는 사육방식 대신, 적정한 지방과 고기중심의 한우고기 생산을 위해 27~28개월령 사양방식에 대한 장려금 지급 등이 그것이다.

전북한우조합은 2016년부터 1++등급 농가의 생산장려금을 완전히 없애고, 장려금은 2, 3등급 생산 농가에게 생산비 보전차원에서 지급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불가식지방 생산 억제를 위해 C등급 생산 농가는 제외하겠다는 복안도 가지고 있다.

전북한우조합 관계자는 “새로운 장려금 지급 체계는 사육기간 단축과 1등급 생산 위주의 한우고기 생산과 공급으로 조합원들이 안정적 소득은 물론 저렴한 한우고기 공급을 통한 소비 활성화에도 큰 몫을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면서 “전북한우조합이 한우고기 생산과 소비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등급 출현율만을 목적으로 사육기간을 무조건 오래 끌고 가는 것은 농가와 소비자는 물론 국가적으로도 큰 손해가 아닐 수 없습니다.”

김창희 전북한우협동조합장은 국내 축산업 여건상 대부분의 배합사료 원료를 해외 수입에 의존하는 현실에서 현재 장기비육에 의한 사양방식은 ‘비합리적’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김 조합장은 조합원들의 생산 기준과 목표를 ‘1등급’에 맞춰놓았다.

그는 “한우산업이 지속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를 위한 길을 모색해야 하는데, 이는 모두를 위한 최적의 대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정부와 업계가 한우 생산비를 낮추기 위해 내놓았던 다양한 정책과 방안은 ‘마른 수건을 짜는 수준’에 불과했지만 근내 지방을 다소 포기하고 사육기간을 줄이는 것이 생산비를 낮출 수 있는 가장 현실적 방안이라고 김 조합장은 강조했다. 보다 저렴한 가격의 한우고기 생산과 공급은 곧바로 소비자의 편익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게 그의 신념이다.

근내지방도를 중심으로 20여 년전에 설계된 지금의 등급체계, 이에 가장 적합한 최고의 등급 한우고기를 목표 하고 있는 농가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과열 경쟁과 높은 생산비 부담을 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물론 지금까지 고급육 생산을 위한 개량사업 추진과 각종 보조금 지원과 사양기술 개발 등 정부와 관련업계의 노력은 한우고기의 차별화와 농가 소득 보전이라는 효과도 분명히 있었지만 이제 달라진 시대적 환경과 소비자 요구에 맞게 한우고기 생산 체계도 변화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사육월령을 단축하면 한우고기의 맛이 싱거워지고 깊은 맛이 없어져 소비자 선호가 하락할 것이라는 의견에 대해 김 조합장은 “옛날 말”이라고 일축했다.

정부가 27~28개월령으로 한우 사육기한을 단축하려했던 2010년 당시만해도 우려가 높았지만 최근 숙성 등 저장기술이 다양화되고 발달해 사육기간을 단축해도 경쟁력은 분명히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이같은 사육방식은 최근 저지방, 저칼로리 등 건강과 웰빙을 강조하는 소비패턴에도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어 소비자들의 요구에 부응할 수 있다고 그는 힘주어 말했다.

김 조합장은 “아무리 좋은 정책과 사육방식이라해도 변화하는 시대적 상황, 소비패턴에 부합하지 않고 경직되어 있다면 산업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키는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현명하고 바람직한 한우고기 생산 방식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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