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0일부터 행정부를 포함 공기업 등 국정 전반에 걸친 국정감사가 시작됐다. 국회의원들은 소관 상임위원회별로 맡은 감사대상 기관에 보고서 등 서류 제출 또는 증인 출석을 요구할 수 있다. 국정감사는 국회의원들이 ‘국민의 대표’로서 공공기관의 잘못된 부분을 지적하고 개선케 함으로써 향후 국정의 방향을 보다 올바르게 잡아나간다는 데에 의의가 있다.

 

‘망신주기’에 ‘면죄부’

 

국정을 담당한 모든 이들이나 공기업 관계자들의 잘잘못을 따지기 위해 국회의원들이 서류 제출과 증인 출석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행사함으로써 소위 ‘국회의 꽃’이라고도 불리워진다.

그러나 ‘국회의 꽃’은 이제 국민들에게는 ‘공분(公憤)’을 유발하게 하는 진원이고, 참담한 심정으로 더욱 절망하게 하는 도화선이 된 지 오랜 일이다. 단지 국회의원들만 모를 뿐이다.

권한을 이용한 무조건 불러놓고 보자는 식의 ‘증인 채택’과 정부 편들기로 작정한 여당의 의도적 반대로 시작 전부터 지들끼리 호들갑을 떨더니 막상 불러온 증인이나 사안에 정확한 증거를 바탕으로 한 핵심 찌르기의 ‘송곳 질의’도 없다. 그저 ‘망신주기’나 ‘면죄부’를 부여하는 자리로 전락한지도 오래다.

여와 야가 증인들 앞에서 설전을 벌이며 시간을 축 내는 동안, 뭔 질의를 하는 지 알 지도 못한 채 멍하니 지켜보면서 알 듯 모를 듯 야릇한 웃음까지 짓는 증인들이나, 대기실 안팎에선 수많은 자료를 들고 땀으로 얼룩지고 구겨진 와이셔츠를 입은 채 차례를 기다리며 서성이는 공무원들은, 막상 국감장에 들어서면 왜 저런 의미 없는 질의를 위해 많은 시간 공을 들이며 자료를 준비 했나 어의가 없다.

이 모든 광경을 실시간으로 지켜보는 국민들의 심정을 왜 저들만 모르는 걸까. “정말 해도 해도 너무 한다”며 허탈해 하며 TV에서 눈을 떼고 자신의 일과로 돌아가는 사람들은 그나마 감정이 무딘 사람인지도 모른다.

 

국민도 깔아 뭉개진다

 

그런 사람들 조차 채택된 증인들의 모르쇠와 무성의 답변은 물론 심지어 국회의원의 질의를 조롱하기까지 하는 모습을 보면 마치 자신이 무시 당하고, 조롱 당하는 착각이 드는 것은 웰까. 국민을 대변하는 국회의원 모두가 공분해야 할 심각한 국민 우롱인데도 남의 당이라고 넘어가고, 질의가 심했다고 오히려 동료를 깔아 뭉갠다. 덕분에 국민도 깔아뭉개진다.

말 끝마다 ‘국민을 대표한다’는 국회의원들은 어떤 것이 국민을 대표하는 지 도대체 알기나 하는 지 참 모를 일이다. 국민은 절망하는 데 그들은 왜 국민이 절망하는 지 모르니 말이다. 그들은 그것이 정부의 잘못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하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정부의 잘못을 국민을 대변해 지적하고 충고하고 질타해서 바꿔달라는 것이다. 한술 더 떠 ‘맹구 짓’이나 하고 있는 작태가 절망에 이르게 하는 것임을 말이다.

그러니 행정부의 관료들이나 기업가들에게 엄숙한 국정 감사의 자리에서 무시당하고 조롱당하는 것이다. 자원 외교나 4대강 사업 등 수십 조원의 국민 혈세를 낭비한 정부의 무책임을 지적하고, 그에 합당한 책임 소재를 밝히고 처벌해 다시는 그와 같은 일들이 재발하지 못하도록 엄중함을 보여줘야 함에도 오히려 면죄부를 주는 자리가 되니 국민들의 울화통이 안 터질 리가 없다.

돈을 빌려줄테니 얼른 집을 사라고 꼬득여 부동산에 활기를 불어넣음으로 경제 활성화를 꾀한다는 ‘박근혜노믹스’는 결과적으로 가계 부채를 늘려 전세값을 올리고, 거기서 떠밀린 서민들을 이제 ‘월세 유랑자’로 전락시키고 있다.

경제를 활성화 시키려면 기업을 살려야 한다는 이유로 ‘부자 감세’를 유지하면서 부족한 세수를 회사원의 ‘유리지갑’에서 보충하고, 청년들의 일자리를 만든다는 이유로 이번엔 ‘쉬운 해고’를 선택한다.

스탠더드앤푸어스(S&P)의 국가 신용등급이 상향 조정되자 박 대통령은 “비관과 비판의 늪에서 빠져 나와 경제 체질을 바꿔 혁신을 이뤄야 한다”면서 경제정책이 실패했다는 주장을 반박한다.

 

말 다르고 행동 다르고

 

낙하산 인사를 하지 않는다고 했던 박 대통령은 임기 3년 동안 역대 어느 정권보다 더 많은 낙하산 인사를 했다. 공기업의 경영이 무너지는 가장 큰 원인을 스스로 제공한 셈이다. 세금을 감면해 주고, 임금피크제를 밀어 부쳐 현실화하면 기업들은 청년 일자리를 늘릴 줄 알았지만 올 채용규모는 오히려 줄었다.

국내외 각종 연구기관의 연구 발표를 보면 부의 편중이 심각하고, 행복감을 느끼는 숫자가 급격히 줄고 있다. OECD 국가에서 자살률도 가장 높다. 국민들의 체감은 후진국보다도 더 열악한 데 정부는 자화자찬이다.

국회는 한술 더 뜬다. ‘김영란법’ 이 잘못 됐으니 농축산물은 예외로 해야 한다고 농림축산식품부장관에게 따진다. 자신들이 만들고 입법과 관계없던 장관을 닦달하는 것이다. ‘맹구짓’도 이런 ‘맹구짓’이 없다.

진영의 논리가 강조되면서 그동안 지일파(知日派) 중 일부는 알음알음 포장을 뜯어내고 친일(親日)의 본색을 드러내고 있다. 40대에서 보이는 한국 고유의 정신질병인 ‘울화증’ 즉 ‘화병’이 20~30대에서 급격히 확산되고 있다. ‘헬조선’은 물론 ‘짱돌을 던지자’에서 ‘죽창을 들자’로 바뀌어 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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