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블링 건강과 연관” 잇딴 보도…소비자들 혼란

 
 

한우,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다

지난 연말 육우자조금관리위원회가 제공한 한 보도자료는 업계에 적지 않은 파문을 낳았다.

육우자조금은 홍보 대행사를 통해 “마블링은 씹을 때 육즙의 고소한 맛은 일품일 수 있으나 포화지방과 트랜스 지방 함유량이 높아져 평소 비만이나 심혈관질환을 걱정하는 사람은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무조건 높은 소고기 등급이 건강과 직결된다고는 볼 수 없는 만큼 맛 위주보다 건강을 생각하는 등급체계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마블링이 건강에 좋지 않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는 한우협회와 한우자조금 등 한우업계의 강력 반발로 자료를 제공한 담당자 문책과 육우자조금의 사과 등으로 마무리됐다.

하지만 당시 보도자료로 촉발된 논란은 단순한 ‘마블링’ 해프닝으로 종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점에서 사안의 심각성을 가진다.

최근 들어 각종 방송매체와 언론에서는 지방을 중심으로 한 등급제, 마블링과 건강과의 상관관계를 들면서 소고기 등급제와 관련해 소비자가 혼란을 겪고 있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이들은 지방 함량이 높은 순위에 따라 서열식 등급 판정방법이 이뤄지면서 맛에는 좋지만 건강에는 좋지 않은 등급 판정은 비합리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동안 한우의 등심내 마블링 침착을 품질고급화의 가장 중요한 수단이자 목표로 설정하고 매진해왔던 한우업계와 한우농가들은 최근 ‘건강지향적 소비 문화’의 확산 속에 새로운 도전과 저항에 직면하고 있다.

이와 관련 강성기 전 한우자조금관리위원장은 “한우고기에는 수입육에 비해 불포화지방산이 월등히 많다는 점을 홍보해왔지만 지방자체에 대한 소비자들이 거부감이 높아지고 있어 소비자를 설득하고 납득시키는 데 많은 어려움을 느꼈다”면서 “저지방 웰빙의 소비문화가 확산 되는 가운데서 한우고기의 새로운 생존전략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우산업 발전 견인해온 도체 등급제

’93년 소도체 등급판정제도 시행 이후 쇠고기 등급별 출현율은 육질 상위 등급의 출현율이 증가하는 등 한우농가와 업계는 시장 변화에 따라 긴밀히 움직여왔다. 더욱이 높은 등급과 낮은 등급간의 가격 격차는 등급제도 시행초기에서 시간이 흐를수록 가격 격차가 더욱 심화하면서 현재에 이르기까지 한우농가들의 소득을 보장하는 제도로 자리매김해왔다. 물론 근내지방도 중심의 등급기준은 사육기간이 길어지고 생산비가 많이 들지만 높은 등급일수록 많은 소득을 올릴 수 있기 때문에 농가들 모두 고급육 생산에 몰두하게 됐다.

여기에 구이용 문화가 발달한 국내 시장에서 식감이 부드럽고 풍미가 높은 품질은 수입육과의 확실한 차별화라는 데 한우 업계와 농가 모두 인식을 함께하며 한우산업 발전의 근간을 이뤄왔다.

정부 역시 높은 등급의 한우고기 출현율을 독려하기 위해 ’02년부터 ’05년까지 1등급 이상 한우고기 생산 농가에 장려금을 지급해왔으며 지역축협을 중심으로 결성된 한우브랜드경영체들은 1+이상 한우고기에 현재까지 품질고급화 장려금을 지급하며 고급육 생산을 장려하고 있다.

소고기 등급제는 이처럼 농가들의 소득 증진과 한우고기의 품질 고급화에 지대한 역할을 해 온 것은 틀림없지만 최근의 건강을 중시하는 소비패턴이 확산되면서 등급제를 유연하게 개선하거나 다양한 소비자의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도록 출구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고급육 생산의 명암

이처럼 지금까지 높은 등급의 한우고기는 ‘고급육’으로 분류되며 한우고기의 경쟁력이자 고 소득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해왔다. 그러나 40kg 남짓 나오는 등심의 마블링 형성을 위해서는 28개월령 이상의 장기비육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불필요한 근간지방 침착이나 과도한 불가식 지방이 형성되면서 자원의 효율적 측면에서도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박영만 농협음성축산물공판장 중도매인협의회장은 “지육 상태의 한우고기를 정형 작업하다 보면 불가식 지방이 많게는 마리당 100~150kg 이상씩 나온다”면서 “kg당 2만원 수준의 낙찰가격을 감안하면 우지 값을 감안한다 할지라도 소 한 마리당 150만원에서 200만원이 버려지는 셈”이라고 말했다.

김연화 한국소비생활연구원장은 “한우 등심을 구매할 때 소비자들의 가장 큰 불만은 먹을 수 없는 근간지방까지 함께 구매해야 하고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점”이라면서 “근간지방이 손질되어 있지 않은 음식점이나 판매점을 제외하곤 불가식 지방 가격까지 소비자가 부담하는 부분은 늘 불만”이라고 토로했다.

한우의 과도한 지방침착은 한우고기에 대한 소비자들의 부정적 인식과 클레임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이희석 신세계백화점 바이어는 “명절 선물세트로 한우고기가 높은 인가를 얻고 판매부문도 상위에 랭크되면서 백화점부문에서 중요한 매출구조를 이루고 있지만 명절 뒤엔 한우 갈비의 과도한 지방에 대한 반품 요구 등 소비자들의 클레임이 높아 후속처리에 해마다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배합사료 위주의 장기 사양방식은 도체중량과 근내지방도 개선엔 도움이 되고 있지만 C등급 출현율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어 대응 방안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한우의 도체중량은 ’02년 330.6kg에서 ’12년 365kg으로 ’14년에는 378.8kg으로 늘었다. 육질 1등급 이상 출현율도 지난해 말 평균 65.0%로 전년(61.2%) 대비 3.8%P 증가했다. 반면 한우의 등지방두께는 ’02년 9.0mm에서 ’12년 12.0mm로 ’14년에는 12.3mm로 증가했다. 육량등급별출현율의 C등급 출현율은 ’02년 10.8%에서 ’12년 18.7%로 ’14년에는 22.8%로 급증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정부와 축평원은 ’11년과 ’13년 두차례 C등급 출현율 감소를 위해 육량등급개정을 시행했지만 성과를 얻지 못하면서 육질위주의 개량과 사양방식에 한계가 온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 대두하고 있다.

 

맛-건강 이중식 소비구조 필요

업계 관계자들은 ++등급 한우는 등심뿐만 아니라 정육부위까지 마블링이 침착되어 이들 부위를 구이용 부위로 활용해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최근 동물복지 등 친환경축산에 대한 소비자들의 요구를 생각할 때 과도한 배합사료 급여방식은 한우산업과 한우고기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대안 마련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일부에선 정육 부위를 구이용 부위로 사용하는 몇몇 식당과 10% 안팎의 1++고급육 생산을 위해 한우산업과 농가 전체가 이에 매진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더욱이 인터넷 발달과 SNS를 통한 소통의 문화 확산으로 다양하고 전문적인 지식이 공개되고 공유하면서 옥수수를 중심으로 한 장기 사육과 급여방식은 오메가 3지방산과 오메가 6지방산의 조성 비율 등으로까지 확대되고 재생산되면서 한우사육방식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우업계 한 관계자는 “그동안 ‘한우 꽃등심’은 높은 소득 수준의 계층이 섭취하거나 접대용 식사를 위한 고급 음식으로만 여겨졌지만 맛을 좋게 하기 위해 과도하게 배합사료를 급여하는 사육방법에 대한 거부감이 높아지고 있다”면서 “맛을 다소 포기 하더라도 윤리적 소비를 중시하거나, 건강을 중요시하는 소비자들이 많아지고 있어 맛을 중시하는 소비자와 건강을 중시하는 소비자들을 위한 2중의 소비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2등급 한우고기의 약진 주목해야

식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건강 지향적 소비 추세는 한우 도매시장 가격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1+등급 이상 한우고기 가격은 현재까지 가장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지만 등급간 가격차는 ’10년을 정점으로 서서히 줄어들고 있는 추세가 뚜렷해지고 있다.

1++등급과 3등급간 가격차는 ++등급이 신설된 ’04년 3418원에서 시작돼 점점 벌어지다가 ’10년 kg당 8818원 최고점을 찍은 이후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14년 6541원으로 좁아진 최고등급과 최저등급간 가격차는 지난 8월 현재 6525원으로 줄어들었다. 눈에 띄는 것은 2등급 가격의 약진이다.

현재 도매시장 한우가격은 공급량 부족으로 전 등급에 걸쳐 강세를 나타내는 가운데 9월 21일 현재 한우고기 평균거래가격은 2등급의 경우 1만7748원으로 전년 말 월 대비 무려 40.1% 올랐다. 이는 1++등급과 1+등급 가격이 평균 26.1% 32.7%보다 각각 7.3~13.9% 많이 오른 것이다.

2등급의 도매시장 가격은 1등급을 100으로 보았을 때 ’10년 당시는 82.6였다가 ’14년에 86.7로 상승했다. 지난 8월에는 1등급의 무려 93.3까지 올랐다.

업계에선 2등급 가격의 이같은 상승세는 저지방 한우고기를 찾는 소비자들의 구매 요구변화와 최근 보편화된 숙성기술의 발달, 여기에 외식업계를 중심으로 소비가 확산되고 있는 드라이에이징 등 새로운 숙성기법과 소비 증가의 원인으로 분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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