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전 캐나다의 지방에 체류할 때 일이다. 인터넷을 하려니 그 다운타운에 인터넷망이 제대로 연결되지 않아 설치하는 데 일주일도 넘게 걸렸다. 무료한 시간을 달래려 영화 한 편을 다운받는데도 해도 2시간은 훌쩍 넘었다. 다운 받는 동안 인터넷이 끊기는 경우도 허다했다. 한국에서의 생각처럼 되지 않아 혼자서 욕을 하기도 수 십 차례였다.

홈스테이 집 할머니는 인터넷이 뭔지도 몰랐다. 가까운 곳에 사는 그 분의 아들은 주말마다 가족이 함께 하는 디너 때 방문하는 데 그때마다 초청해 저녁을 먹었다. 대한민국이 어떤 나라인지 소개 좀 해 달라서 딱히 그들이 번쩍 하고 기억할만한 것을 생각하다가 2가지를 말했다.

 

‘IT강국’ 우쭐

 

“지금 너희가 사는 이 주는 한반도의 3배가 넘는 큰 땅이지만 인구는 130만명으로 알고 있다. 우리는 수도권에만 1200만명이 넘게 사는 아주 역동적인 곳이다. 또 우리는 인터넷으로 영화 한 편 받는 데 걸리는 시간이 몇 분이다. 놀랍지?”

나와 연배가 비슷한 그 아들은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대한민국에 대해 전혀 몰랐던 그는 자신들이 너무 뒤쳐져 있다면서 더 많은 정보를 얻기 원했다. 현대 자동차가, 삼성 휴대폰이 한국의 기업이라는 말에도 역시 놀라는 그의 모습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우쭐하면서 웃었던 기억이 난다.

외국 기업들 특히 IT관련은 한국에서 먼저 출시해 시험해 본다고 한다. 전국에 광케이블이 깔리고, 어린 학생들을 비롯해 경제활동 인구나 전업주부들 대부분이 걸어다니면서도 인터넷을 할 정도이니 세계 그 어느 곳에서보다 효과를 빨리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례들을 보고 우리는 우리가 인터넷 강국이라고 자부했다. 해킹 등 각종 인터넷 범죄에 당하면서 소스라치게 놀랄 때까지는 말이다.

은행의 업무가 마비되고, 원자력 발전소의 세세한 내용까지 털리며, 하루에도 수 만 건의 해킹 시도가 이뤄지고 있으며, 그 중 많은 부분은 걸러낸다고 해도 국민 개인의 정보가 수 십군데로 빠져나가는 현실을 접하면 인터넷 속도와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의 수는 IT 강국과 하등의 관계가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사육형태 변화 당연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아이디어들이 앱이나 인터넷상에서 현실화되고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것을 농업과 축산 현장에 접목시키는 시도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축사 내에 CCTV가 설치되는 것은 기본이고, 그것에 더해 사료량을 측정하는 기기, 가축의 발정기를 알려주는 기기, 온·습도와 풍향 등을 측정해 효율적인 관리를 가능케 하는 첨단기기들이 등장했다.

이러한 첨단기기들의 발명은 조만간 농업과 축산의 사육형태를 급격하게 변화시킬 것은 틀림없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에서도 고령화시대 농업과 축산업의 유지 발전을 위해 이 같은 산업에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여기서 두 가지의 예를 들어 본다.

# 사례 1

2012년 한우 우수농가로 지정된 경북 상주의 한 농가는 한우 150여 마리를 사육하고 있었다. 당시에는 도난을 방지하기 위해 농가들이 드문드문 우사에 CCTV를 설치하고 있었는데, 그는 도난방지 뿐만 아니라 1km 이상 떨어진 자신의 집에서 우사를 관리할 목적이었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한우만 사육하는 것이 아니라 축산기자재 사업을 함께 하고 있었다. 이러한 원격관리가 그를 한우농가 우수사례로 선정되게 한 것이지만 그 이듬해 그리고 지금까지 우수농가로 다시 인정받지 못했다. 왜 그럴까. CCTV를 설치했다고 모든 관리가 쉬워진 것은 아니다. 가축과 농작물은 주인의 발소리를 들으며 큰다고 한다. 결국엔 ‘정성’이라는 말이다.

# 사례 2

창녕에서 한우 200여 마리를 키우는 한 농가는 정부 연구기관에서 발명했다는 재귀발정을 알려주는 기기를 암소 다리에 달았다가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떼어 버렸다. 처음엔 그렇게 하면 시간의 여유가 생길 줄 알았으나 잦은 움직임에 따라 착오가 발생해 밖에 나왔다가 되돌아가길 여러 번이었다는 것이다. 차라리 이전처럼 매일 시간날 때마다 우사를 둘러보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판단이 섰다는 것이다.

 

‘열정’과 ‘정성’ 우선

 

그는 기계만 믿고 있다가 그동안 자부했던 우량 소가 망가질 뻔 했단다. ‘ICT 융복합 기술을 농업과 축산업에 접목시켜야 한다’는 시대적 욕구에 대해서 수긍하지만 자신은 그냥 예전처럼 하겠다고 한다.

기계적 오류가 잦으면 결국엔 정부의 의욕적인 ‘농업의 미래지향산업화’는 현장의 혼란을 가중시킬 것이 뻔하다. 물건만 팔고 애프터서비스에 대해선 나 몰라라 하는 업체들의 이기주의나 한탕주의를 엄벌할 대책을 만들지 않으면 정부의 정책과 현장은 또 커다란 괴리감만 갖게 된다.

이 뿐만이 아니다. ICT융복합 기술 접목은 농업과 축산업을 한 차원 업그레이드 시키는 단계이지만, 그 어떤 경우에라도 이전과 마찬가지로 농가의 헌신적인 노력이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주지시켜야 한다. 기술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말이다. 최근에는 성공 사례가 솔찮게 들려오기도 한다. 그러나 그 성공은 기술 접목에서가 아니라 스스로의 노력과 정성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것을 현혹시켜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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