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관련 국내 최대 행사인 「2015 A Farm Show-창농귀농(創農歸農)박람회」가 지난달 30일 막을 내렸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그리고 공기업과 대기업 등이 참여했고, 청년층을 비롯 중장년층 5만여명이 다녀간 것으로 주최 측은 집계했다.

기존에 알음알음 진행해 왔던 귀농 관련 행사와 달리 이번 행사는 은퇴 후 시골에서 노후를 보낸다는 단순한 ‘귀촌(歸村)’ 개념에서 청년들이 벤처정신으로 농촌에서 창업하고, 기업들이 가진 첨단 기술과 경영 노하우를 농업과 접목하는 ‘창농(創農)’시대의 계기를 마련했다고 스스로 평가했다.

 

몸만 농촌으로 이주

 

베이비부머 세대(1955년에서 1963년까지)를 포함의 은퇴가 가속화되면서 장년·노년층을 중심으로 한 귀농귀촌이 크게 부각됐다. 이 세대는 전체 인구의 14.6%인 712만여명에 달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이들의 82.8%가 도시에 거주하며, 이들 중 66.3%가 은퇴 후 농촌 이주를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88.5%가 10년 이내에 이주하고 싶어했다.

각 지방자치단체들도 농촌이 초고령화에 접어들어 농촌 마을 존립기반이 흔들리자 귀농과 귀촌을 희망하는 이들을 유입하기 위해 지원조례를 제정하고, 귀농정착 장려금 지급, 귀농인의 집 운영, 현장체험 투어, 교육·훈련비, 주택 알선과 빈집 수리·이사비용 보조, 귀농인턴제·멘토제 운영 등 다양하고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상황이 이러자 귀농·귀촌 가구가 크게 늘어 2013년 3만2424가구(5만6267명)에서 2014년 4만4586가구(8만855명)로 37.5%가 증가했다. 그러나 귀농의 경우는 1만923가구에서 1만1144가구로 2% 늘었을 뿐이다.

대다수가 몸만 농촌으로 이주했을 뿐 정작 농촌에서 농업에 종사하는 수는 그다지 증가하지 않았음을 나타낸다. 때문에 전체적으로 연령층을 낮추긴 했지만 ‘농업의 활성화’라는 궁극적인 목표는 아직도 요원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 정부의 ‘창농’도 이러한 문제점과 젊은이들의 일자리 창출을 함께 해결하기 위한 방안에서 비롯됐다. 귀농이 부각되면 될수록 ‘탈귀농’의 문제도 부각된다. 탈귀농의 가장 중요한 요인은 농촌에서 ‘일할거리’가 없기 때문인데, 창농을 중심으로 농촌을 변화시키면 젊어진 농촌에서 농업이 활력을 갖게 될 것은 자명한 일이다.

 

지속시킬 의지 있나

 

그러나 최근의 ‘창농 붐’을 바라보면 또 말만 앞세우는 것은 아닌지, 정책을 지속시킬 의지는 있는지 궁금하기 짝이 없다. 농업이 미래산업이라는 슬로건이 쉽게 믿기지 않는 것은 최근 정부의 경제정책을 봐도 그렇다.

지난달 27일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내년 예산안 편성 방향을 설명했다. 최근 벌어진 남북의 대치상황에 편승돼 국방부의 예산이 거의 대부분 반영될 것이지만 농림, 연구개발(R&D), 산업 분야 예산은 삭감 내지는 동결될 것이라고 밝혔다.

예산의 초점은 일자리 만들기나 창조경제 육성 같은 정부의 중점사업에 맞춰질 것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창농은 일자리 만들기에 포함되는 것인지, 농림축산식품부에 포함되는 것인지 알송달송하다.

정부는 귀농·귀촌 인력이 농촌에 정착할 수 있도록 자금을 지원하기 위해 예산을 2013년 185억원에서 2014년 197억원, 2015년 209억원으로 매년 늘린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고용노동부의 올해 일자리 지원 예산이 14조3000억원인 것과 비교하면 ‘쥐꼬리’만 하다. 도대체 창농지원은 어디에서 나와야 하는 지 이 참에 묻고 싶다. 미래창조과학부인지, 농림축산식품부인지, 고용노동부인지 말이다.

농업을 살리고, 청년 일자리를 만든다는 일석이·삼조 효과를 노리고 추진되고 있는 일련의 농업 정책들을 보면 알맹이인 1차 산업이 빠져 있다는 우려감마저 든다. 농업을 6차 산업화 한다며 체험과 관광만을 부각하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창농’도 마찬가지이다. 창농을 창업에 맞추게 되면 말 그대로 ‘앙꼬 없는 찐빵’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핵심은 ‘1차 산업’

 

1998년 외환위기로 경제 성장률이 마이너스 5% 이하로 추락했을 때 귀농자는 6000가구를 넘었다. 전년대비 무려 3.5배나 높은 수치였다. 2002년 경제성장률이 7.4%로 안정을 되찾자 귀농자는 700가구로 확 줄었다. 경제성장률이 또 다시 4% 미만이 된 2011년부터 다시 증가세를 보였다. 이것이 무엇을 말하는가. 경기 침체와 정년 연장 등으로 기업들이 채용 규모를 줄이면서 일자리가 급감하는 현재의 상황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귀농은 삶의 터전을 도시에서 농촌으로 이전한다는 의미에서 이민과도 같다. 주택이 있어야 하고, 땅이 있어야 한다. 초기 투자가 만만치 않다는 뜻이다. 경제력이 약한 젊은 층에게는 상황이 더욱 나쁘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부나 지자체가 지금까지 지원해 온 단기적인 방법으로는 효과가 날 수도 없다.

농업은 도피처가 아니다. 도시민으로서는 전혀 생소한 환경에 접하게 된다. 막상 이주하고 나면 미처 몰랐던 많은 문제들에 부닥친다. 그래서 귀농 선배들은 3~4년 준비해야 한다고 충고하는 것이다. 창업도 쉬운 문제가 아니다. 제대로 지원하려면 변하지 않는 지속성과 확실성을 함께 보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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