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가 들어서 하도 ‘창조’라는 말을 여기저기 쓰다 보니 기존에 있던 것들은 모두 시대에 뒤떨어진 구태(舊態)로 보인다. ‘없던 것을 새로 만든다’는 본래의 뜻이 크게 퇴색돼 아이들도 창조라는 말을 쓰면 뭔가 색달라 보인다고 한다. 내용이야 어찌됐던 포장만 좋으면 좋은 상품이라는 착각을 불러 일으키기 쉽다. 결국 따지고 보면 별 다른 것도 없는 데 말이다. 중동 아시아 방문 이후 할랄식품 붐이 일더니 몇 개월 지난 사이 철 지난 유행처럼 조용하다.

젊은이들에게 중동으로 나가라고 등 떠밀더니, 이젠 농촌에 노다지가 있으니 도시에서 빈둥거리지 말고 농촌으로 내려가라고 독촉이다. 정보와 기술을 접목하면 향후 미래에도 번영이 보장된 산업은 농업 말고는 없다고 강조한다. 외국 미래학자들의 주장을 인용하면서 돈도 꿔줄테니 냄새나는 옛날 농업 방식 말고 번듯하게 한 번 해 보라고 꼬득인다.

 

정부주도 되레 안돼

 

농림축산식품부는 10일 전국 17개 창조경제혁신센터 안에 창농(創農·창조농업 및 농촌창업)과 귀농·귀촌을 돕는 창농센터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전국에 하나만 존재하는 귀농귀촌종합센터로는 창농 지원에 한계가 있다는 이유에서 이다. 물론 농촌경제 발전을 위해서는 늦었지만 쌍수를 들어 환영할만한 조치이다. 이대로라면 조만간 한국 농업·농촌은 크게 발전하고, 단기간 대한민국은 농업강국으로 발돋움할 것이 기대된다.

하지만 이런 붐을 걱정하는 것은 정부가 농업을 살리겠다고 주도적으로 나서서 잘된 경우를 거의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1990년대 말에서 2000년대 초 농민을 조직화해 농업과 농촌을 살리겠다고 영농조합법인 육성을 적극 지원했지만, 결과적으로 남아서 지금까지 당초의 목적대로 왕성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는 영농조합법인은 극히 드물다.

 

소홀한 관리와 감독

 

누구는 정부의 보조금이나 저리의 융자금을 생활비로 쓰거나, 숙박업소을 사들여 농업과는 전혀 다른 짓거리(?)를 하다가 들통이 나기도 하고, 보조금을 타내기 위해서 농민을 위장(?)하기도 했다. 관리·감독에 소홀해 부실을 키워 국민의 혈세를 낭비했다는 이유로 농림부는 엄청난 질타를 받았다. 당시에 유행한 말이 있다. “정부의 눈먼 돈을 타내지 못하면 바보”라는.

최근 협동조합법이 바뀌어 5인 이상이면 누구나 협동조합을 설립할 수 있게 된 이후에도 이런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이전의 경험으로 문턱은 높아졌지만 지원 자금과 저리 융자에 눈독을 들이고 계획적으로 협동조합을 설립하는 예가 없어지지 않았다.

왜 철저하게 관리·감독을 하지 않느냐는 비난이 있을 때마다 정부의 단골메뉴는 ‘인원 부족’이다. 인원 부족은 처음부터 예상했던 문제이다. 문제는 원인을 알면서도 해결하려는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것은 공무원의 권위의식에서 비롯된다. 국민의 공복(公僕)이라는 희생과 명예보다 정책의 칼자루를 쥐고 있다는 선민의식이 앞서 주변의 관련 단체들과 연계하지 않기 때문이다.

작은 조직이 같은 업종의 다른 조직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연관 조직들과 탄력적이고 효율적으로 연계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제품을 만들고, 마케팅과 홍보를 모두 하려면 웬만한 규모를 갖추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 나의 장점과 필요한 부분을 보충해 줄 수 있는 다른 조직과의 긴밀한 연대가 바로 상생이다.

그런 의미에서 농축산부의 최근 주변 조직들과의 연계는 바람직하지만 이전처럼 농촌·농업 문제가 유행처럼 번지는 것은 그다지 환영할만한 일은 아니다. ‘관리와 감독’이라는 숙제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이전과 마찬가지로 이를 주도한 공무원은 다른 자리로 이동하고, 농업과 농민의 삶은 말 그대로 피폐해지기 때문이다.

지난 27일 농협중앙회 축산경제는 「축산후계종합지원센터」 현판식을 갖고 본격적으로 지속 가능한 축산업 생산기반 다지기에 들어갔다. 통계청의 ‘농림어업조사’에 따르면 2013년 농촌의 60세 이상의 인구 비율이 47.8%였다. 농촌에 젊음을 불어넣고, 농업에 활력을 주기 위한 농축산부의 창농 지원도 농업에 편중돼 있어 국내 축산업을 걱정하는 입장에서는 소외된 감을 갖지 않을 수 없었다. 왜냐 대한민국 축산업의 인구 비율은 농업보다 훨씬 더 노쇠한데다 후계까지 걱정해야 할 판국이기 때문이다.

 

연계가 바람직하다

 

축산의 경우에는 규모가 커 귀농인들이 쉽게 진입할 수 없어서 국내 축산업의 미래는 암울 그 자체이다. 은퇴를 염두해 둔 도시민들이 귀농 교육과정 중 축산업의 현실을 접하면 “아파트 팔아 도시생활 정리하고 시골 내려가 소·돼지나 키우지”라는 말을 더 이상 할 수 없게 된다. 어느 정도 자금이 있는 이들의 경우가 이런 데 의욕과 힘만 넘치는 젊은이들의 축산 접근이 어려운 것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그런 의미에서 축산경제의 「축산후계종합지원센터」는 시기적절하다.

그러나 축산경제의 이같은 사업은 농협 혼자의 힘만으로는 불가능하다. 축사 은행·축산단지·후계창업지원사업 등은 정부 사업과 긴밀한 연계가 우선이기 때문이다. 효율적인 관리와 감독을 위해서도, 사업의 지속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도 그렇다. 정부는 향후 10년을 한국 농축산업이 살 수 있는 골든타임이라고 규정했다. 또 한 번의 실패는 한국 농축산업이 돌이킬 수 없는 파국으로 치달을 것을 인지했기 때문으로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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