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국경제인연합회의 한 간부는 중앙일간지의 기고를 통해 “농업에 주식회사를 허(許)하라”고 주장했다. 몇 년 전 중국 중앙방송(CCTV)에서 방송했던 ‘스페인·포르투갈·네덜란드·영국·프랑스·독일 등 9개 강대국의 흥망사’의 기억을 되살리면서 남한 국토 면적의 절반도 되지 않는 소국(小國) 네덜란드의 예를 들었다. 그 소국이 어떻게 세계 무역의 반을 독점하며 해상제국을 건설할 수 있었느냐며 그 해답은 ‘주식회사’의 탄생이었다고 했다. 한국의 농업에도 이를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생산농가들이 주도

 

세계를 호령했던 강대국들 힘의 원천에는 그의 말처럼 자본을 끌어 모아 투자할 수 있는 ‘주식회사’ 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그렇게 할 수 있었던 기틀은 농업의 안정에서 비롯됐다는 것도 정설이다. 때문에 유럽이나 미국 등 소위 강대국이라는 국가들은 모두 농업 강대국이다.

그러나 작지만 강한 유럽의 농업을 놓고 볼 때 그것을 온전히 ‘주식회사’라고 하는 것은 겉만 보고 판단하는 성급하고도 단순한 견해이다. 전업·기업화되면서 농가들이 자발적으로 연대하는 협동조합형이기 때문이다. 네덜란드의 주된 산업은 식품가공업, 화학제품업, 석유 정제업, 기계 및 장비업 등이다. 그러나 이 소규모 국가는 농산업을 특화해 자국 경제의 원동력을 삼고 있다. 미국에 이어 세계 2위 농산품 수출국(2012년 현재)으로 754억 달러의 수출 실적을 올렸다. 나라의 면적으로 치면 네덜란드와 비슷한 덴마크 역시 전 세계를 대상으로 돼지고기 수출을 활발하게 전개하고 있는 데, 이를 주도하고 있는 ‘데니쉬 크라운’ 역시 돼지를 사육하고 있는 농가들이 조합원으로 참여하는 협동조합형이다. 네덜란드나 덴마크의 농축산업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이유는 바로 농가의 규모화·전문화를 통해 일종의 기업 형태를 취하고 있는 데에서 찾아볼 수 있지만, 이를 일반적인 주식회사로 오인하는 것은 그 내용을 깊이 들여다 보지 못하고 판단한 어설픈 견해이다.

이를 통해 현재 잇따른 자유무역협정과 수십 년 째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는 정부의 농축산물 수급안정시스템으로 인해, 풍년과 흉년을 겪으면서 빈곤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한국 농업이 살 수 있는 길이 ‘주식회사’라는 것은 도무지 찬성할 수 없는 주장이다.

 

민간기업 분쟁 야기

 

미국의 델몬트나 농업 강국인 뉴질랜드의 제스프리 키위 같은 경우도 내용을 모르면 일반 기업과 같은 형태로 착각하기 쉽지만 이들 역시 100% 생산자들이 지분을 나눠 소유하는 협동조합 성격의 자생적 기업이다. 이 부분에 대한 언급이 없는 것을 보면 아마도 그는 주식회사인 대기업의 농업 참여가 한국 농업을 살리는 길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듯 하다.

지난달 27일 국회의원 회관에서 「가금산업 발전을 위한 역할과 과제」를 주제로 토론회가 개최됐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가금산업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주식회사인 대기업의 참여를 막고, 생산자 중심의 협동조합형 계열화 사업으로의 체계 전환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왜 이들이 대형 축산기업 중심의 민간 계열화에 반대하고 있는가? 이유는 간단하다. 민간 기업 중심은 독과점 문제를 발생시킬 뿐만 아니라 계열사와 농가 간 과열경쟁, 기업의 정보 비공개로 인한 기업과 농가와의 갈등이 발생할 소지가 다분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반면에 협동조합 중심은 이윤 극대화보다 농가의 보호와 유지를 상위 목표로 삼기 때문에 민간 중심의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미국 굴지의 축산기업인 타이슨의 경우, 계열사에게 지침을 부여하는 데 그 지침대로 하면 소위 ‘공장식 축사’를 운영하지 않을 수 없고, 다량의 항생제를 투여하지 않을 수 없다고 계열농가는 폭로했다. 이런 대량양산체제로는 친환경을 하고 싶어도, 동물복지에 관심이 있어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계열사의 지침을 따르지 않는 농가의 경우 계약 파기는 다반사였다고 한다.

대기업의 농업 참여는 ‘농업을 살리느냐’ 아니면 ‘농촌을 살리느냐’는 목표 설정에 좌우되기는 하지만 농업도 살리면서 농촌을 함께 살리는 것이 협동조합형 계열화라는 것이 이날 참석자들의 요지였다.

 

협동조합형이 해답

 

국제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안이 농축산업의 규모화 또는 기업화라는 사실에는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그리고 어떻게 그 과제를 달성하느냐는 방법에서도 ‘협동조합형’에 찬성하고 있다.

민간형태의 주식회사는 주주들의 이익을 목표로 함으로써 최대의 수익이 지상과제이다. 그 목표를 달성해 가는 과정에서 계열농가의 이익은 최소화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그런 의미에서 ‘농업 회생’이라는 국가적 목표는 달성할지 모르지만 자율적 생산은 목표 지향으로 바뀌고, 그 속의 농축산인은 자영업자에서 노동자로 전락하게 되는 것이다. 이는 심각한 사회적 갈등을 야기한다.

협동조합형 패커사업이나 계열화도 일종의 주식회사지만 주주가 모두 생산자들이기 때문에 수익의 대부분은 생산자들에게 돌아간다. 오히려 최대의 수익을 목표할수록 더 많은 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점에서 적극 육성해야 한다.

따라서 정부는 대기업의 사업 참여를 지양하고, 협동조합형 사업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펀드 조성이나 지원 형태를 적극적으로 개선해 나갈 필요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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