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각종 사안을 두고 싸우던 여야의 정쟁(政爭)이 갑자기 ‘영화전쟁’으로 번졌다. 거의 같은 시기에 상영된 「연평해전」과 「소수의견」이 그것인 데, 싸우다 싸우다 이젠 영화를 놓고 싸운다.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의 심정은 참담하다.

그 뜨거웠던 2002년 월드컵 열기가 막바지에 달할 때 발생했던 북한 고속정과 참수리 357호정과의 실전을 다큐멘터리 형태로 담담하게 그려낸 것이 「연평해전」이고, 용산참사를 모티브로 했으나 원작과 달리 철거 현장에서 빚어진 2명의 젊은이의 죽음과 그 원인을 규명해 가는 내용이 「소수의견」이다.

 

감동 강요하는 언론

 

전자의 경우 손꼽히는 보수언론이 이례적으로 ‘전폭적인 띄우기’가 적중해 7월 중순 현재 박스 오피스 600만명을 돌파한 반면, 후자는 제목만큼 ‘소수’에 그쳤다. 어느 기업 하나 제작에 관심 갖는 곳이 없어서 10년 동안 표류했던 「연평」은, 제작비 때문에 촬영이 여러번 중단됐다가 7000여 명의 국민성금과 후원금 그리고 일부 출연배우들이 ‘노 개런티’를 자청하면서 완성된 작품이다.

그동안 국민들의 기억에서 잊혀졌던 ‘참수리호 6용사’들-윤영하 대위(정장), 조천형 하사, 황도현 하사, 서후원 하사, 한상국 하사 그리고 부상으로 국군수도병원에 입원 후 끝내 숨진 박동혁 상병-의 영전(靈前) 바치는 헌정(獻呈)이다. 죄스러움에 대한 반성이다.

‘연기의 극치니, 감동적이니’ 영화를 보기도 전인 국민들에게 ‘자신과 같은 감동을 요구하는’ 보수언론의 지나친 평가는 그렇다 쳐도, “대통령 한 번 잘못 뽑으면 이렇게 된다”는 한 여당 국회의원의 말은 순수한 헌정의 의미에 재를 뿌리는 행위이다.

영화를 본 사람들은 시나리오부터 배우들의 연기가 어떻다고 굳이 기존 영화와 같은 평가를 내리지 않는다. 실화 그 자체이기 때문이고, 월드컵에 도취해 있는 동안 황망하게 스러져간 ‘6용사’들의 대한 자책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반공영화’라고 폄하하는 일부의 소리도 불경으로 치부됐다.

「소수」 역시 마찬가지이다. 철거 현장에서 2명의 젊은이-의무경찰과 학생-의 죽음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법정 공방이다. 경찰이 엉겁결에 학생을 죽이고, 그 경찰을 그 학생의 아버지가 죽인 상황 속에서, 경찰을 동원된 철거용역 깡패로 둔갑시킨 사실을 은폐하는 공권력과 이를 파헤치는 변호사와 기자 등이 주인공이다. 아들들을 잃은 아버지들의 아픔도 있다. 그들의 법정 화해도 있다. 사실 양자 모두 전정권의 희생이 아니다. 과거가 아니라 현재 진행형이란 말이다.

총격을 받기 전에는 NLL을 침범해도 선제적 대응하지 말라고, 도발의 조짐을 알고도 대비하지 않던 정부다. 철거 현장에서의 살인이 정부 비난으로 확대되는 것을 막기 위해 왜곡하는 것도 정부다. 가해자는 모두 그릇된 정부요, 피해자는 선량한 국민이다. 누가 누구를 욕할 일이 아니다.

민생법안 의원 입법발의로 해당 산업의 발전을 꾀한다고들 하지만 작은 것 하나까지 싸움을 위한 싸움을 해 대면서 법안으로 채택되지도 못한다. 정치는 실종되고, 비노니, 친노니, 친박이니 비박이니 하면서 내 편과 내 편이 아닌 ‘적’만 존재한다. 이건 마치 패거리끼리 움직이는 ‘막장’이다.

 

내편 아니면 모두 적

 

인간은 정치적 동물이다. 동물의 경우엔 태어나면서 자기 앞가림을 하지만, 인간은 어느 정도의 양육 기간을 거쳐야 독자성을 가지며, 타인들과의 협력으로 생을 유지할 수 있다. 모든 생활을 혼자서 할 수 없으므로 타인들과 불가분의 관계를 맺지 않으면 안된다. 서로의 이익을 위해 타협을 하게 되는데 이게 바로 정치다.

인간은 선천적으로 이기적인 동물이다. 때문에 그러한 인간과 인간이 만나면 이기심과 욕심으로 항상 싸움이 발생된다. 이럴 경우 대부분이 폭력으로 비화해 사회적 문제가 야기된다. 이를 타협으로 풀어가는 과정이 바로 정치행위이다. 인간이 이기적이어서 서로의 이익 만을 위해 싸울 것 같지만 그럴 경우 피차가 손실을 입는다는 그 이기적인 특성 때문에 대화와 타협을 통해 서로의 이익을 조율한다.

 

국민은 죽겠다는데

 

인문학자로서 철학과 역사와 문화를 위시해 다양한 분야의 인문학 책을 쓰거나 번역하면서 주로 대학 밖에 있는 공공 영역에서 인문학을 강의하고 있는 강유원 씨는 한국 사회에서 정치의 주체는 인민(people)이며, 개인인데 지난 50년 간 대통령 1인이 주권을 강탈·독점해 나머지 사람들은 정치의 객체로서 신민이나 병졸과 다름없었다고 지적한다. 모든 위정자나 행정가 등은 엄연히 일시적인 정치대리자이고 ‘머슴’일 뿐인데 말이다.

밖으론 일본의 재무장 진척과 중국의 패권주의가 팽창해 가고 그것을 막기 위한 차원에서 미국은 일본과 긴밀한 연대를 맺고 있다. 이걸 토대로 일본은 지속적으로 ‘독도는 우리땅’을 외치며 분쟁화 하고 있다. 일본 국민 절반이 정말 독도가 자신들의 땅으로 알고, 대한민국이 불법 점거하고 있다고 오해한다고 한다. 언젠가 일본은 독도를 빌미로 또 다시 도발할지도 모른다.

외교 전문가들은 현재 대한민국의 현실을 구한말에 비유한다.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는 긴박하게 돌아가고, 안으로는 고율의 세금과 실업으로 경제가 바닥을 치고 있는 데, 정부와 의원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편가르기에 여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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