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축산부가 당초 10일 발표키로 한 가축질병 방역체계 개선방안이 16일로 연기했다. 이번 방안에는 FMD·AI 상시 예방을 위한 추진 체계 정비와 단계별 방역 효율화, 백신 대응 체계 개선 등이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농축산부는 지난 1일 먼저 ‘FMD 방역대책 개선방안’ 공청회를 개최했다. 이날 공청회에 참석한 수의전문가들과 생산자단체장, 농가들은 일관되게 정부의 개선방안을 ‘다시 개선하라’고 주문했다. 정부의 안대로라면 FMD가 재발할 경우 축산농가들만 큰 피해를 입게 될 것이 뻔하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초동방역 실패 자인

 

농축산부는 2014년 12월 충북 진천에서 FMD가 발생한 이후 올 4월28일까지 7개 시도 33개 시군에서 총 185건 17만마리를 살처분하면서 당시의 방역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7가지로 분류해 지적했다. ▲질병 발생 후 사후 대응중심 방역체계의 한계점 ▲중앙정부 주도의 방역추진으로 지자체·농가 및 계열화사업자 등 책임 방역 주체의 방역의식 약화 ▲방역 기관 간 위기 대응 역할분담 체계가 미흡하고, 지자체 방역 인력이 부족해 현장 방역 관리 기능이 저하됐고 ▲농가의 신고 지연과 기피로 초기 방역 및 차단에 허점이 발생 ▲백신에 대한 관리 소홀 및 국내 유입 바이러스에 대한 사전 예측의 한계 ▲발생 초기에 초동방역조치 및 도축장·축산차량 소독 관리 미흡 ▲의무적 백신 접종에도 불구하고 농가별 백신접종 미흡이 그것이다.

위에서 열거한 문제점을 살펴보면 2000년부터 7번이나 FMD를 겪었고, 이에 대응해 마련된 SOP는 미진했거나, 매뉴얼이 있었는데도 정작 FMD가 발생했을 때는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원활한 연계가 되지 못하고 우왕좌왕 했으며, 백신에 대한 관리 소홀과 국내 유입 바이러스에 대한 사전 예측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정부의 초동방역 실패’를 인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선안을 보면 마치 남의 일처럼 자신들의 실수를 농가나 계열화사업자 그리고 수의전문기관인 검역본부 쪽으로 은근히 책임을 떠넘기는 듯 보인다. 게다가 인력이, 장비가 턱없이 부족한 현실만 한탄(?)하고 있다. 그러니 개선 대책이 현실과 너무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책임은 농가에 전가

 

질병 발생 후 긴급 방역 조치만으로 효율적인 대처가 어려웠다고 서술적으로 지적할 것이 아니다. 그 대책 방안을 마련하는 곳이 농축산부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잘못을 인정하기가 어려웠을까. 농가의 방역의지가 약화된 것이 중앙정부 주도, 다시 말해 살처분 보상금, 매몰비 지원 때문이라는 풀이는 너무 자기 방어적이다. FMD·AI 등 악성가축전염병의 경우 일차적 방어선은 국경방역이다. 그 국경 방역의 실패를 당연히 지원해야 할 보상금과 매몰비로 돌리는 것은 책임을 농가에게 전가하는 것이다.

수의전문가들은 “악성가축전염병이 발생했을 때 확산되는 사태를 조기에 막기 위해서는 사전에 자금과 매몰지가 확보되어 있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서둘러 보상금을 지급하고 발병축을 재빨리 매몰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발생 비용을 농가에게 돌리는 ‘역발상’은 악성가축전염병을 조기에 차단하자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확산시킬 위험이 크다고 우려한다.

게다가 왜 농가의 ‘신고 지연’과 ‘기피’가 발생하느냐에 따른 정확한 원인을 분석하기에 앞서 ‘도덕적 해이’로 규정하는 것도 책임 회피의 같은 맥락이다. 이동제한 기간 중 돼지를 불법 반출한 후 FMD가 발생한 경우는 극히 일부분의 예이다. 때문에 농가로부터 이를 확대 해석하는 것은 보상금에 대한 모호한 기준을 희석시키려는 짓(?)으로 비난받고 있는 것이다.

백신접종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백신관리의 소홀보다 농가는 믿기 어렵다는 데 백신을 믿으라는 검역당국의 빗나간 확신이 더 큰 문제였다. 여기에 백신접종으로 불거진 ‘화농’, 젖소의 유·사산이나 유량 감소 문제도 해결되지 않았다. 1회의 접종으로도 이상육 발생으로 양돈농가들의 피해가 큰 데, 2회 접종을 실시할 경우 불보듯 뻔한 경제적 피해는 고스란히 농가의 몫이다.

 

검역본부로 끝나서야

 

정선현 대한한돈협회 전무는 최근 실험 결과의 예를 들면서 “1회 접종 시 접종 부위의 목살에서 이상육 발생이 30%였고, 2회 접종 경우엔 90%의 이상육 발생을 보였다”면서 “발생 사실을 숨기려는 농가는 분명히 그 이유가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농축산부가 발표한 FMD 방역 관련 검사결과에 따르면 효능이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백신이 사용된 것으로 밝혀져 시중의 ‘물백신’논란이 사실로 드러났다. 검역본부는 효능이 더 좋은 백신이 해외에서 개발됐음을 확인하고도 2월 FMD가 확산되기 전까지 새 백신 도입을 검토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효능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고 이에 농축산부는 검역본부의 주장을 신뢰할 수 없다고 밝혔다.

농축산부는 이러한 검역본부의 부적절한 대응과 백신접종의 관리·감독을 소홀히 한 점 등을 들어 검역본부장의 직위 해임과 관련 공무원 등 32명에 대해 징계를 내렸다. 그러나 정작 검역본부의 업무 태만을 감독하지 못한 농축산부는 아무도 책임지지 않았다. 대책의 대부분을 농가의 부담으로 돌리려면 최소한 먼저 책임을 지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그래야 농가도 희생을 각오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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