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시작인가? 메르스 정국을 어떻게 돌파할 것인지 궁금하던 차였다. 세월호를 경험했던 박근혜 정부에 대한 ‘혹시나’ 했던 바램은 ‘역시나’로 끝났다. 그러나 이번의 승부수는 박 대통령의 마지막 수로 보인다. 내심 그의 복심이 무엇인지를 국민들에게 확연히 보여줬기 때문이다.

여야가 합의한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배신의 정치, 국민이 심판해 달라”는 그의 준엄한(?) 한마디는 또 다시 진영의 논리로, 자신의 진영에 대해 메르스 난국을 돌파하도록 결집해 달라는 호소다.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희생양을 삼겠으니 집중하라는 일종의 신호이다.

 

사과 한마디도 없이

 

‘그냥 감기보다 조금 더 독할 뿐’이라는 메르스 감염으로 벌써 30여명이 사망했다. 대부분이 70세 이상의 고령이고 기저 질병을 앓고 있어 시기가 문제였을 뿐 조만간 세상을 뜨게 될 상황이었으니 너무 심각하게 과잉반응을 보일 필요가 없다는 것이 보건당국 설명의 행간이다.

남편과 아내가, 아버지와 어머니가 각각 따로 사망하고도 자식들과 친지들은 임종을 지키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급하게 화장당하는(?) 황망함을 경험했다. 도대체 난데없이 벌어진 이런 사태를 정부는 어떻게 책임질 것인지도 궁금하다.

병원을 공개하지 않았을 때 장모가 위급한 상황이었다. 아내는 장모를 모시고 아산병원 응급실로 내달렸다. 급한 고비를 넘기고 다시 집으로 모셨다. 그리고 다음날 정부가 병원을 공개했다. 메르스 확진환자가 아산병원을 거쳐 갔다는 것이다. 날짜를 따져 보니 하루 차이였다. 가슴을 쓸어내리던 아내는 분노에 차서 한마디 했다. “어머니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결코 참지 않겠다. 반드시 정부를 상대로 소송하겠다”고.

메르스 사태를 지켜보면서 많은 사람들이 지난해 300명이 넘는 젊은 학생들과 일반인들이 정부의 무능과 부정·부패로 차가운 바닷속에 수장된 세월호 참사를 떠올리는 것은, 정부 내의 아무도 세월호 참사를 되씹고 정신을 차리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메르스 사태가 진정 기미를 보이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아직도 잠복기가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번 메르스 사태는 지난해 세월호보다 경제에 더 큰 악영향을 끼친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는 파탄 나는데

 

기업들은 3분기 수출 경기가 악화될 것이라는 비관론을 내놨다. 한국무역협회가 지난달 29일 국내 755개 수출업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전망지수 조사에 따르면 그렇다는 말이다. 일본 수출 비중이 큰 농수산물 수출도 원화환율 변동성 증대 등으로 채산성이 나빠져 타격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소비가 급격히 냉각되고, 행사가 줄지어 취소되면서 모두가 죽는 소리이다. 그리스 발(發) 악재에 금융시장도 출렁이고 있다.

국민들은 여야가 합의한 「국회법 개정안」이 무슨 내용인지도 모른다. 상황이 그러니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것에 대해서도 별다른 감흥이 없다. 법 절차대로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면 될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권분립의 정신에 위배된다면서 ‘배신의 정치’ 운운하고, ‘국민의 심판’을 들먹이면서 국회를 겁박하는 것 역시 삼권분립 정신과는 거리가 먼 행위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국민’은 도대체 어떤 국민을 말하는 지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다.

최근 국회의원들의 행태와 그것을 증폭시키는 종편들의 덕택(?)에 국민들은 정치에 환멸을 느끼고 있다. 그래서였을까. 박 대통령은 무슨 큰 일만 발생하면 그 모든 책임을 국회로 돌린다. 이러한 분위기에 편승해 국회와의 대결구도로 가면 반드시 이긴다는 생각에서였을 것이다.

국민들은 유승민 원내대표가 무엇을 잘못했는 지도 잘 모른다. 단지 “얼마나 잘못했길래 ‘배신’이라는 단어까지 써가면서 정계에서 완전히 매장시키려고 할까?”가 관심이다. 그는 박근혜 정부의 공약의 큰 줄기인 ‘증세없는 복지’는 허구라며 국민에게 솔직하게 털어놓고 증세를 신중하게 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당시 박 대통령은 크게 노한 것으로 알려졌다.

 

혈세 빨아먹기 바빠

 

그런데 가만히 지금까지의 과정을 따져 보면 말만 아니라고 하지 실제로는 ‘꼼수 증세’를 해 온 것이 아닌가? 무려 80% 이상을 올린 담배세가 그렇고 최근엔 교부금을 빌미로 지방자치단체가 주민세를 대폭 인상하도록 압박을 가하고 있는 것이 그렇다. 당연히 서민 부담이 커졌다.

정치에는 아군도 적도 없다는 것이 정설이다. 오늘의 적이 내일의 아군이요, 아군이 적으로 바뀌는 것은 비일비재하다. 자신의 사리사욕을 위해 옮겨 다니는 철새 정치가 아니라 소신과 정책에 따라 얼마든지 당적을 바꿀 수 있는 것이 정치이다. 배신이란 패거리 정치나 조폭의 세계에서나 존재하는 행위일 뿐이다.

박 대통령은 메르스 사태에 대한 제대로 된 사과 한 번 하지 않았다. 국민들은 메르스로 엄청난 고통을 받고 있다. 책임은 지지 않은 채 배신자를 엄단해 달라고 한다. 누군가 말한다. “썩어 가는 국회나 자기 위주에 빠진 정부나, 차라리 옛날처럼 군부라도 들고 일어나지…”. 몰라서 하는 말이다. 군부는 지금 방산업체와 짬짜미해 국민의 혈세를 빨아먹기 바쁘다는 걸 말이다. 2015년 7월 대한민국 현재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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