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의 농축산물 교역을 가장 불안하게 만드는 2가지의 문제점은 앞에서 말해온 것처럼 상호 협정에 의해 교역이 이뤄지지 않을 확률이 높다는 것이 그 첫째요, 정부의 확고한 전략 부재가 둘째이다.

전략의 부재는 체계성이 없음을 의미한다. 말은 희망을 이야기하고, 수출의 수치는 편리한대로 부풀리면서 중국 농산물(아직 전반적인 축산물의 수입은 되고 있지 않지만)의 수입과 그 영향에 대해서는 축소하는 자기 편의대로 늘이고 줄이는 ‘편의성’ 정책 때문에 신뢰를 잃었다는 점이다.

 

국제 정치력 높여

 

중국의 농축산업이 발전하면서 세계 곡물 수출에서 수입국으로 전환되자 중국은 농축산업을 비롯 모든 시장의 ‘어머니’로 등장했다. 그리고 식량 부족 지역이 있다는 점을 고려해 볼 때 중국이 강력한 농축산물 구매자로 출현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이러한 구매력을 배경으로 국제사회의 정치력까지 확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 때 미국곡물협회에 몸담았던 케빈 나츠(Kevin Natz)는 “중국이 잉여 농산물 흡수력 덕분에 워싱턴에서 세력을 키웠다”면서 “중국은 천안문 광장 사태가 정치적 압력에 놓일 때면 미국으로 달려와 육류나 밀을 한 아름 사들고 가서 미국 정치인들의 시름을 덜어 준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는 지속적으로 자국의 식량 생산을 설계하고 아르헨티나와 브라질과 같은 주요 식량 공급 국가와 관계를 다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한 자국에서 흡수하는 식량의 양으로 인해 세계 식량 변화를 전략적으로 세심하게 살피고 있다.

베이징의 중국 농업대학교 연구실에서는 중국의 식생활이 서양식으로 변할 때 전 세계가 그 과정을 감당할 수 있을 것인지를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현재의 육류 소비조차 국내 시장과 세계 시장을 긴장시키고 있는 데, 과연 중국의 GDP가 대만이나 홍콩 수준으로 높아질 경우 세계 식량 사정이 어떻게 바뀔지 상상이 안 간다고 세계 식량 전문가들은 말한다.

중국에 대한 이같은 분석은 월스트리트 저널지에서 기자로 근무했던 폴 로버츠(Paul Roberts)의 기사에 근거한 것들이다. 중국은 자신들이 세계 식품시장으로부터 곡물과 육류 등을 구입하는 구매파워의 영향력을 너무 잘 알고 있고, 그것을 무기로 세계에서 중국의 정치적 파워를 키워가고 있는 중이다. 때문에 중국과의 식품 교역에서 가장 우선시해야 할 것들이 14억 인구라는 ‘매력’에만 관심을 가져선 안된다는 사실을 늘 염두에 둬야 한다.

 

전략 혼돈 그 자체

 

중국과의 FTA는 그런 의미에서 기회이면서 위기이지만, 정부가 농축산인들에게 늘상 강조하는 희망이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차분하게 전략을 세우고, 지속적으로 접근해야 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대한민국의 농업 특히 축산업에 대한 전략은 혼돈 그 자체이다. 때문에 정부의 정책이 신뢰를 얻지 못하는 데 있다.

우유를 비롯한 유제품을 제외하곤 대중국 수출에 적합한 축산물도 없다. 중국의 20~30대들과 부유층을 중심으로 식생활 패턴이 서양식으로 바뀌면서 돼지고기를 중심으로 한 육류소비가 쇠고기로 돌아선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쇠고기의 경우 가격이 비싸지만 판매량은 크게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중국 내부의 식생활패턴 변화를 고려하면 국내산 쇠고기의 수출 가능성도 크고, 전문가들의 분석도 비싼 한우라도 승산이 있다는 것이다.

또한 중국인들이 자국산 농축산물의 부정·불법 유통으로 대형 식품사고가 빈발하면서 고품질의 외국산으로 소비 패턴을 바꾸고 있는 것도 우리에겐 좋은 기회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이같은 호기를 활용하기 위한 국내 농축산물 대중국 수출 전략은 미약하기 그지 없다. 쉽게 말하면 느닷없이 “자 대륙의 문을 열었으니 마음껏 뜻을 펼치라”면서 치적으로 자랑할 뿐이다.

최근 축산업에 대한 정부의 정책을 보면 그도 아니다. 대륙으로의 수출을 강조하면서 국내 축산업을 강하게 규제하는 ‘말 따로 행동 따로’의 엇박자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축산업에 대한 당국자들의 축산 몰이해 뿐만 아니라 업무 태만까지 겹치면서 국내에서는 축산업을 하지 말라는 것과 다름이 없는 규제들이 속출하고 있는 것으로 설명이 가능하다.

 

말은 지원 실상 규제

 

당초 농축산부·국토부·환경부 등 관련부처가 합동으로 방침을 확정한 ‘무허가 축사 합법화’의 경우 국토부 담당공무원이 바뀌면서 갑자기 ‘불가’로 입장이 바뀌고, 농축산부와 환경부가 공동으로 추진했던 ‘가축분뇨 실태조사’는 환경부가 단독으로 마련해 행정예고하고 나섰다. 이는 지자체들의 가축사육제한을 공고히 하는 기준으로 작용함으로써 축산농가들의 입지가 더욱 좁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축산관련 각종 규제는 쏟아지고 있는 데 농축산부는 그 뒤만 좇는 형국인데다, 해당 공무원들은 전문성이 없어 무엇이 중요한지도 모르고, 성과 위주로 ‘빨리, 많이 처리’에 매달려 있다. 지금 축산농가들은 생존이 위협받고 있는 데 수출을 꿈꾸는 것은 언감 생심이다. 진정으로 국내 축산물의 대중국 수출을 통해 축산업이 활성화되고, 말 그대로 축산업의 제2 전성기를 맞이하려면 규제도 현실에 맞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못하면 한중FTA는 국내 농축산업의 발전이 아니라 무덤이 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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