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알리바바 그룹의 기업 대 고객(B2C) 전자 상거래 플랫폼인 T몰에 한국관이 개설됐다. ‘T몰 한국관’은 한국 농식품은 물론 공산품·관광상품 거래를 두루 담당하게 된다. 지난달 18일 서울 aT센터에서 가진 'T몰 한국관 개통식'에서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전자 상거래는 중국 내수시장에 고부가가치 최종 소비재를 수출하는 가장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고 기대를 나타냈다.

 

받을 땐 대가도 생각

 

T몰은 2003년 설립된 중국 최대의 기업-소비자 간 인터넷 쇼핑 사이트이다. 정부는 'T몰 한국관 개통'을 계기로, 세계 최대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에 청년 인턴을 파견하고 한국을 알리바바의 글로벌 물류거점으로 육성하기로 했다.

마윈(馬雲) 회장이 친구 17명과 1999년 창업한 알리바바 닷컴은 2013년 연간 총 거래액이 2480억 달러로, 한화로 환산하면 254조2000억원으로 아마존과 이베이를 합친 금액보다 많다. 연간 활성 구매자가 무려 2억3100만명에, 활성구매자 1인당 49개 품목을 구매할 정도로 엄청난 파워를 자랑한다. 이러한 인터넷 쇼핑 사이트에 한국관이 개설됐으니 한국 농식품을 포함한 공산품 등의 수출이 크게 활성화될 것이라는 기대는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1988년 이후 20년 동안 30억 달러를 벗어나지 못했던 농식품 수출은 2007년 38억달러를 넘어선 이후 2014년 203개국을 대상으로 653개 품목(79억달러 규모)을 수출했고, 올해 91억 달러를 달성하면 곧 100억 달러 수출을 달성하게 될 것이라는 정부의 희망찬 목표도 조만간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을 비관적으로 보는 시각은 없다.

하지만 일각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함께 나오는 것은 다른 의미이다. 알리바바의 마윈 회장의 속내는 다른 곳을 지향하고 있다는 시각이다. 한국이 알리바바의 한국관에 매달리는 사이, 마윈 회장은 알리페이를 앞세워 간편 결제 시장을 비롯해 한국 내수 시장 진출 등에 관심이 있다는 것이다. 유통업계는 한국 제품의 중국 수출 확대보다 알리바바가 한국 법인을 설립해 오픈마켓을 띄우는 등 한국 진출을 본격화할 것이라는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과포장 이제는 그만

 

간편 결제 등을 취급하는 알리페이는 중국 전자 결제시장의 48.8%를 점유하고 있고, 연간 결제액이 450조원, 전 세계 가입회원 수는 무려 8억2000만명을 자랑하는 업체이다. 이를 바탕으로 지금 알리바바 그룹은 전자 상거래 시장을 넘어 금융과 인프라 투자 분야로 보폭을 넓히고 있는 중이다. 이것이 바로 협상이다. 우리가 하나를 얻어 기뻐하는 사이에 중국은 그 이 외의 사업 구상을 조용히 그리고 힘차게 진행 중이다.

정부는 잇따른 농축산 강국들과의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면서 가장 피해를 많이 입는 농축산업을 보호하겠다는 명목으로 농축산물의 대중국 수출이나 할랄 시장으로의 진출을 과포장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진행 중인 ‘정부 주도의 FTA 바람’은 국가 전체의 이익을 따져보기도 전에 산업 간의 갈등을 조장하는 꼴이다. 절대적으로 수혜를 입은 대기업과 일부 중소기업을 제외하곤 농축산과 대다수 중소기업 간의 갈등이 그것이다.

중소기업중앙회의 한 임원은 “한·중FTA협상에서 농수산물 보호를 위해 제조업 시장 개방을 양보한 결과 한국의 제조업은 값싼 중국 제품에 밀려 국내 산업 기반이 붕괴될 위기에 처해 있다”며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발언 요지는 ‘왜 농축수산물을 보호했느냐’는 것이다. 농축산업이 제조업보다 못하다는 차별화 발언이다. 이 사태가 발생된 원인은 정부임에도 불구하고 그 원망을 농축산업으로 돌리고 있으니, 이는 제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인식과 하나도 다를바 없다.

그렇다면 제조업으로부터 원망을 들어가면서 정부가 주도하는 농축산물의 수출은 제대로 방향을 잡아가고 있을까? 결과부터 말하면 ‘아니올시다’이다. ‘T몰 개통’이 농축수산물과 기타 상품들에게 수출의 기회를 제공했다고 해도, 향후 중국의 제품이 홍수처럼 밀려들어오면 또 다시 ‘농축수산업에 대한 원망’을 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구체적 전략 마련을

 

그리고 ‘T몰 개통’으로 마치 한국의 농축수산물의 중국 수출이 대폭 늘어나 한국 농축수산업의 경기가 되살아 날 것이고, 그에 대한 책임을 다한듯한 인식과 태도는 산업에 큰 도움이 되지도 못한다. 중국 시장을 공략할 전략도 전술도 없고, 고부가가치화된 농축수산물도 거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만을 이야기하고 있다.

‘중국은 소비자들의 르네상스’라며 중국 시장에 저돌적으로 뛰어든 네슬레는 자체적으로 ‘중국의 지도’를 만들었다. 바로 「맛의 지도」가 그것이다. 이슬람 교도들이 많은 서쪽 지방 소비자들은 매콤한 고기 요리에 강하게 끌리는 반면 베이징 소비자들은 자극적인 맛, 밀가루 음식, 고염분 요리를 선호한다는 등의 구분이다.

이런 중국 기업과의 합작과 독립법인을 만들어 현지 상황에 맞게 탄력적으로 대응하고, 다양한 소비자들의 입 맛에 맞춰 상품을 개발하는 적극적인 시장 점유 전략이 없이 쉽게 생각하는 우리의 대응을 그래서 ‘소탐대실’이요, ‘우물 안 개구리’라고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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