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 깊은 불신·선입견에 휘둘리는 현장

 

“아줌마들만 보면 저는 가슴(심장)이 떨립니다.”

내년도 예산·기금 편성 방향과 관련해 지난달 14일 이천일 농림축산식품부 축산정책국장과 축산관련단체장과의 간담회에서 김명규 축산물처리협회장이 한 말이다.

김 회장이 언급한 ‘아줌마들’이란 도축장의 HACCP 운용 수준 평가를 위해 작업장을 방문하는 소비자단체 회원들을 지칭하는 것으로, 도축장 HACCP운용 수준 평가 방식에 대한 도축업계의 뿌리 깊은 불신과 반발을 압축하고 있다.

김 회장은 이날 간담회에서도 “전문성 없는 소비자의 HACCP 평가 참여를 더는 묵과할 수 없다”면서 “도축업계의 위생·안전성 관리 강화가 목표라면 업계가 납득할 수 있는 제도적 방안을 마련해 달라”고 주장했다.

 

◆ 10년 맞은 HACCP평가 여전히 잡음

도축장 HACCP운용 수준평가는 도축장 자체의 안전관리인증기준과 운용의 적정성 평가를 위해 지난 ’05년 도입돼 올해로 10년을 맞았다. 평가방식은 도축장 인프라와 HACCP 인증기준 운용실태 등 평가표에 근거한 상·중·하로 평가, 위반사항에 대해선 행정처분 조치한다.

’11년까지는 상위 도축장에 대한 무이자자금 지원 등 인센티브도 있었지만 현재 정부지원은 없다.

HACCP운용 수준 평가와 관련한 도축업계의 가장 큰 불만은 평가반 구성 문제다.

HACCP 평가반은 3인1반의 14개 반으로 구성된 가운데 3인중 1인이 소비자단체 소속이다. 도축업계는 이와 관련해 ‘비전문가의 HACCP 평가’라면서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해왔다.

축산물처리협회는 최근 규제개혁과 관련한 건의에서도 “소비자단체의 경우 1년에 한번 1박2일 워크숍만으로 평가 자격을 얻어 도축장 위생 수준을 평가하고 있다”면서 “전 세계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는 소비자단체의 도축장 직접 평가를 배제해 달라”고 요구했다.

 

◆ 규제에 규제 도축장 ‘이중감시’

도축장 HACCP 운용 평가와 관련해 도축업계의 반발을 사고 있는 또다른 문제는 평가방식, 그리고 위생과 관련한 정부의 지나친 규제 등이다.

HACCP 운용 수준과 관련한 결과에 대해 정부의 지원은 전무한 반면 도축장들을 상·중·하로 평가하면서 작업장들의 영업권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도축업계는 도축장들의 등급을 절대 평가방식이 아니라 적합, 비적합 등으로 평가함으로써 하위 도축장들의 위생수준을 계도하는 방식으로 변경 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더욱이 업계는 정부당국의 도축 위생 정책이 산업의 ‘육성’이 아닌 ‘규제’ 중심으로 강화되고 있다는 점을 우려하며 반발하고 있다. 실제로 도축장의 경우 시도지사가 임명한 축산물검사관(수의사)을 비롯해 방역지원본부의 축산물검사원, 축산물품질평가원의 품질평가사 등 준공무원 7~10명 이상이 상주하고 있는 가운데 각종 위생수준평가를 통해 ‘이중감시’체계를 유지하는 현실은 정부가 도축업계를 규제 대상으로 관리하고 있다는 근거라며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 HACCP평가 이제는 바뀌나

축산물처리협회는 최근 규제개혁 요청과 관련해 최근 정부에 HACCP 적정성 평가와 관련된 협회 의견을 전달했다. 그동안 업계가 줄기차게 요구해온 전문성 없는 소비자단체 평가 배제, 평가방식 개선, 이중 감시 철폐 등이 골자다.

정부는 도축업계의 이같은 주장과 입장을 이해하면서도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정부로선 소비자단체 참여 등을 통해 도축장에 대한 소비자들의 이해를 높여 이들을 우군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이지만 평가방식에 대한 업계 반발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어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김호길 축산물처리협회 전무는 “현재 도축장에 상주하고 있는 검사관의 능력과 권한만으로도 위생수준 평가가 충분하다는 것이 협회의 입장”이라면서 “HACCP운용 방식을 기존의 상·중·하 평가가 아닌 절대평가방식으로 개선하고 전문성이 결여된 소비자단체의 도축장 평가는 배제해 줄 것을 지속적으로 요구해 나갈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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