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갑자기 중국 요우커(遊客·관광객)들의 행렬이 뜸해지거나 사라졌다고 가정해 보자. 중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여행사는 물론이요, ‘패션 거리’에서 ‘화장품 거리’로 탈바꿈한 명동의 상가들, 여행지나 관광지역의 외식업체들, 저가 항공으로 흑자 시대를 맞이했던 항공사들, 강남의 유명한 성형외과와 치과를 중심으로 한 병원, 심지어 약국들까지 줄도산의 사태를 우리는 맞게 된다.

 

중국 종속화 심각

 

한류를 타고 우리가 상상도 하지 못했던 요우커들의 발걸음으로 관광 수익이 크게 나아졌다. 매년 요우커들의 한국 관광이 급증하면서 그들이 연간 한국에서 소비하는 돈이 무려 14조원에 달할 만큼 엄청난 경제 효과를 내고 있다. 화장품 매장이나 유명 브랜드 매장의 끝에서 끝까지 진열된 상품을 한번에 모조리 구입하는 통큰 요우커들의 구매형태 때문에 대다수의 업장은 그들의 입맛에 맞게 상품을 진열하거나 아예 취급 상품을 바꾸었다. 그들이 선호하는 상품의 색상까지 붉은 색으로 포장하거나 개발하기도 했다.

요우커들의 매출에서 가장 크게 차지하는 부분이 쇼핑과 관광이고, 그 다음이 외식업과 숙박업이고, 한국 화장품과 의류는 한류의 영향으로 그들이 좋아하는 배우들이 광고하는 것이면 모두 상종가를 치고 있다. 요우커의 발걸음이 주춤거리기 시작하면 그들이 즐겨 찾는 업계는 곧바로 불황에 빠지게 될 것이 불보 듯 뻔한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혹자는 요우커들의 한국 사랑은 계속 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시진핑 주석과 박근혜 대통령의, 이전에는 없었던 유례없는 친밀감은 양국 관계의 우호감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과연 그럴까? 개인적인 친분감이 양국 관계를 부드럽게 만든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이 양국의 호혜평등의 무역으로 발전했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 중국은 여전히 탈북자들을 단속하고, 대한민국 영해를 침범하며 불법적인 조업을 계속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정부는 강력한 대항은 둘 째 치고 뭐 하나 속 시원하게 항의 한 번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상생하는 것이 목적

 

머릿수를 내세운 요우커들의 행렬로 우리가 얻는 수익 때문에 그들이 거리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흡연을 하고, 쓰레기를 버리고, 떠들고, 공중 화장실에서 온갖 난장을 벌여놔도, 그로 인한 주민들의 불편에도 별다른 대응조차 못한다. 그만큼 요우커를 앞세운 중국인들의 씀씀이에 종속(?) 당하고 있는 형국이다. 그렇다면 우리도 그만큼의 혜택을 중국에서 누려야 하는 데 지금 중국은 자국 산업의 보호·발전을 위해 수출국에 대한 다양한 규제를 마련했거나 진행 중이다.

요우커의 발길이 끊기는 일이 예상할 수 없는 일이라고 하지만 그것은 터무니없는 기대감이거나, 중국인들의 습성을 너무 우리의 입장에서 해석하는 ‘아전인수(我田引水)’식의 발상이다. 중국 요우커들의 한국행은 한류의 영향이 컸지만 일본과의 냉각된 관계도 한몫을 해 왔다. 원전사고와 아베 정부가 일본의 태평양전쟁을 침략전쟁이 아니라 ‘대동아공영권’으로 역사를 되돌리면서 반일감정의 폭발에서 비롯됐다. 그 반사이익을 우리가 봤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중국의 20~30대 요우커를 중심으로 발걸음이 한국에서 일본으로 점차 되돌려지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을 찾는 요우커들의 발걸음이 아직도 대단하긴 하지만 매출 신장률을 따지면 크게 둔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중FTA는 기존의 분위기를 보다 활성화시키고, 그것을 통해 양국 산업의 균형 발전을 도모한다는 것이 목적이다. 우리가 대하는 중국과 중국이 대하는 우리의 경우는 같지 않은 모양이다. 중국과의 교류를 통해 한 쪽으로 심하게 기울어 종속화(?) 되면서는 더욱 그렇다.

무슨 터무니 없는 주장이냐고? 산업 간의 갈등을 조장하는 괜한 소리 말라고 지적한다면 1999년 ‘마늘파동’을 잊었느냐고 묻고 싶다.

이미 한 번 「협상에는 항상 상대방이 있다」는 가락골에서 지적했듯이 중국이 근거없이 화를 내도 우리는 이를 막을 다른 방법이 없다.

 

항의나 한번 하겠나

 

쉬운 예로 불법 조업을 단속하다가 생명의 위협을 느낀 우리 해경이 권총을 발포해 피해를 입혀도 그들은 적반하장이고, 중국 언론은 이를 자신들에게 유리한 입장으로 보도했다. 중국 정부는 그것을 근거로 한국 정부에 유감의 뜻을 표한다. 이때 유감은 우리의 입장에서는 강력한 항의로 받아들인다. 경제에 타격을 입을까 전전긍긍이었다. 이것이 중국과의 무역 또는 교류의 현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국과의 자유로운 무역협정이 도대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정부는 이번 한중FTA에서 국내 농축산물의 주요 품목들은 모두 양허제외 됐다고 농민들에게 안심하라고 다독였지만, 이번엔 중소기업 업계에서 반발이 심하다. 그리고 그들은 그것이 농축수산물 보호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주얼리 제품의 국내 관세율이 즉시 철폐되는 대신, 중국은 제품에 따라 10~15년 동안 균등 철폐되는 데 이 모든 것이 농축수산물 보호 때문에 발생됐다는 것이다. 참으로 한심한 발상이다. 정부의 협상력 부재의 탓을 다른 곳에서 찾는 어리숙함이다. 지금 국내는 한중FTA를 두고 모든 산업 간·계층 간의 극심한 갈등을 겪고 있다. 우리끼리의 싸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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