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중국 간의 FTA가 체결됐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양허 제외 농산물에 고추·마늘·양파 등 주요 양념 채소류와 배추·당근이, 축산물에선 쇠고기·돼지고기 등 대부분의 품목이, 과수의 경우엔 사과·배 등 총 610여개 품목이 포함됐다. FTA가 발효되더라도 이 품목들에 대해서는 관세를 인하할 필요가 없음을 뜻한다.

 

기아에도 손 안벌려

 

때문에 정부는 크게 걱정할 것이 없다고 했다. 국내 농업분야의 위기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인구 14억(통계상으로)의 중국시장이 눈 앞에 활짝 열렸음으로, 오히려 대중국 수출을 크게 늘릴 수 있는 기회가 왔으니 한국 농업의 재도약의 계기라고 강조한다. 말 그대로라면 콜럼부스가 신대륙을 발견하고 ‘황금이 가득한 보장받은 땅’으로 인식해야 할 대목이다.

그러나 중국을 아직도 저개발국가로 선진문물에 일방적으로 ‘하오(好)’만을 외칠 순진한 나라라고 생각했다면 근거 없는 우리만의 자만이요 크나큰 오산이다. 중국은 현재 모든 면에서 미국을 위협하는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이다. 중국이 쉽게 보이는 것은 단지 빈부의 격차가 너무 커 평균에 익숙한 우리의 착각이 불러 일으키는 착시(錯視)일 뿐이다.

중국은 1958년을 전후해 미국인들이 넘쳐나는 곡물로 허우적댈 동안 3년 간 지속된 기아 상태로 적어도 3000만명(한 나라의 인구만큼이나 많은)이 목숨을 잃었고, 전 지역의 식품시스템이 10년 정도 퇴보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족한 외환 보유고를 열어 곡물을 수입하지 않았다. 그 대신 ‘한 가족 한 자녀’라는 산아제한 정책을 썼다. 당연히 남는 곡물이 중국으로 옮겨갈 것이라 여겼던 미국과 유럽 국가들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그리고 현재는 급성장의 페달을 밟고 있다.

이를 두고 미국 농무부 해외농업청의 중국 전문가였던 프레드 게일(Fred Gale)은 “중국은 특별한 나라이다. 수십 년간 전쟁을 겪고 어리석은 농업정책을 썼음에도 불구하고 일단 경제를 자유화하자 아주 빠르게 약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에 농축산물을 수출하지 말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무한한 잠재력이 있는 그 광활한 시장을 버려두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문이 열린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외국산 농수축산물이 우리 밥상의 대부분을 차지한 상태에서, 또 중국산 저가 농산물이 시장을 점령해 오고 있는 상황을 고려해 보면 우리도 우리의 농축산물을 해외로 수출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수시로 수출국 딴지

 

그러나 대통령 말 한마디에 제대로 된 전략도 전술도 없이 무작정 들뜨지 말자는 말이다. 시간이 조금 걸리더라도 중국을 정확히 꿰뚫어 봐야 한다는 것이다. 상대의 전략도 모른 채 적진으로 돌진하는 것은 ‘몰살’과 다름이 없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식품인 ‘김치’의 경우를 보자. 중국산 김치는 4년째 연간 20만톤 넘게 수입돼 한국인의 밥상으로 파고 들고 있다. 그러나 김치 원조인 한국산의 중국 수출실적은 미미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는 중국 정부가 김치를 발효식품으로 인정하지 않고, 자국의 가열 처리 채소절임인 파오차이(泡菜)의 검역 기준을 적용하고 있어서다. 5년간 무역적자가 무려 8409만 달러(한화 917여억원)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중국은 지난해 5월부터 중국 수출을 원하는 외국 유제품 제조회사의 현지 공장을 직접 방문해 평가한 뒤 기준을 통과한 업체에만 수입을 허용하는 ‘해외 유업체 등록제’를 시행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중국 정부는 한국 흰우유 수출업체들의 살균 기준을 문제 삼아 등록을 보류하고 자국으로의 수출을 막았다.

품질 좋은 한국산 유제품들에 대한 자국민들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트집을 잡았다는 것이 업계의 판단이다. 결과적으로 중국 정부가 이같이 수입제품을 규제하고 나서는 것은 기술이 덜 발달됐거나 품질이 떨어지는 자국 제품을 보호하고, 자국 산업을 발전시키는 최선의 방법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 때문에 유제품을 아름아름 수출하던 한국 유업체들은 된서리를 맞았다.

 

전술·전략 갖춰져야

 

중국의 산아제한 조치가 완화될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현 상황에서 중국 조제분유 시장은 너무 매력적이다. 시장의 규모도 2012년 13조원에서 2013년 15조, 지난해에는 18조로 급성장하고 있으며, 올해는 23조까지 확대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만큼 중국 정부는 다양한 형태로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제주산 돼지고기가 홍콩으로 수출됐다. 소량이지만 FMD 발생으로 인해 중단됐던 수출이 재개된 것으로 농축산물의 대중국 수출의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발표가 이어졌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중국의 전략이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됐다. ‘지역화’를 공론화하기 위한 사전작업이 의심스럽다는 것이다. 지역화가 시행되면 수출할 여력이 부족한 우리와 달리 중국의 막대한 축산물이 폭발적으로 수입될 것은 불보 듯 뻔한 일이기 때문이다.

중국과 지리적으로 가까운 우리로서는 중국 시장은 너무 매력적이다. 때문에 반드시 뚫고 들어가야 할 시장임에는 틀림이 없다. 인구가 몇 명이고, 시장 규모가 얼마나 큰 지 파악했다고 침만 흘릴 것이 아니다. 어떤 전술을 가지고, 어떤 전략을 통해 진출할 것인지 구체화하지 않는다면 ‘그림의 떡’일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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