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소가 2등급이라고?…초음파 진단과 다르다” 분통

 

"'이의신청제도' 활용하라"

품질평가원은 권유하지만

농가대부분 있는 줄 몰라

뒤늦게 신청해도 소는 없어

 

농가들 '초음파 진단' 맹신에

중도매인들 '자기중심' 일침

객관적인 판정기술 도입필요

'이의신청제도' 적극 홍보해야

 

전북 정읍에서 20년 넘게 한우를 기르는 농가 고 모씨는 5월 초 출하한 소들의 등급판정확인서를 받아들고 허탈감을 감추지 못했다. 출하 전 촬영한 초음파 검진 결과 모두 1등급 이상이 확실한 것으로 판정받았으나 실제 도축 후 받아본 성적표는 ‘2등급’이었다.

등급판정 결과를 납득할 수 없었던 고 씨는 재 등급판정을 문의했으나 해당 작업장에서는 대상 도체는 이미 팔려 나가고 없어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고 씨는 “초음파 진단 결과와 실제 등급판정 결과가 이렇게도 차이가 나는 것인지 의문이 풀리지 않는다”면서 “등급 간 가격차를 고려할 때 마리당 최소 50만원이 넘게 손해를 보았다는 상실감과 2년 반 동안 자식처럼 키운 소가 헐값에 처분됐다는 생각을 떨치기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 끊이지 않는 등급판정 시비= 현재 등급판정사업은 쇠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계란, 오리고기를 대상으로 실시되고 있는 가운데 한우 부문의 민원이 가장 높다. 한우의 경우 타 축종에 비해 사육기간이 길어 생산비 부담이 큰데다 등급판정에 따른 가격 차가 확실해 농가들의 실질적 수입과 직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민원의 대부분은 위의 사례와 같이 ‘등급판정결과’를 둘러싼 부분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으로 조사된다. 이 같은 민원과 관련해 축산물품질평가원은 “한우 도체 등급판정은 각 도체별 평가사들이 나누어 실시하지만 최종 등급 판정과 날인 작업에 앞서 작업장 모든 평가사들이 함께 참여해 확인 작업을 거치는 등 최대한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진행되고 있어 오류가 나기 어렵다”고 설명한다.

◆ 등급판정 이의신청 제도= 그렇다면 축산물등급판정 결과는 번복이 가능할까.

축평원에 따르면 ‘축산물등급판정 결과 이의 신청제도’가 마련되어 있다. 등급판정 결과에 대한 이의가 있을 경우 해당 농가가 ‘이의신청’, 말하자면 재심을 청구하는 제도이다.

등급판정을 받은 출하자(이의신청인)가 판정 결과에 이의가 있을 경우 ‘이의신청서’를 작성해 해당작업장으로 제출하면, 작업장 품질평가사는 각 지원 사무실로 보고한다. 이 때 지원의 선임 축산물품질평가사(경력 만 15년~21년 미만)가 해당 작업장에 방문해 재판정을 하고, 결과를 이의 신청인에게 안내한다. 이의 신청인이 재판정 결과에 대해서도 불복할 경우는 본원으로 재심을 청구한다. 본원에서는 책임 축산물품질평가사(경력 만 21~30년 미만)가 재판정을 하고 재심결과를 최종 안내한다. 이의 신청은 위 사례와 같이 해당 축산물이 이미 팔려나간 상황에선 불가능하다. 이의 신청은 비록 많은 건수는 아니지만 꾸준한 가운데 재 등급판정으로 번복되는 사례는 거의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 초음파 육질진단 맹신 피해야= 축평원은 민원과 관련해 ‘이의신청 제도’ 등을 활용해 줄 것을 당부하면서 아울러 초음파 육질진단은 등급판정 결과를 예측하기 위한 프로그램 인만큼 육질진단 결과에 대한 과도한 신뢰를 피해줄 것을 주문한다.

유무상 평가사업본부장은 “초음파 육질진단은 측정자와 분석자의 숙련도, 측정시 개체의 보정여부 등 외적 변수에 영향을 받는 등 정확한 결과를 예측하는 데 한계가 있다”면서 “축평원이 운영 중인 축산물등급판정 설명의 날을 신청해 참여하거나 또는 출하시 직접 작업장에 참여해 참관하는 등 출하시기에 좀 더 관심을 가질 경우 많은 오해를 풀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민원 해소를 위해 축평원은 지난 한우 거세우 3등급의 사진 촬영을 통해 농가에 제공하는 서비스를 운영 중에 있다. ’13년 1월부터 3등급을 판정받은 해당 도체 출하 농가에 연락을 취해 등급판정 결과를 설명하고 사진 자료를 공유하는 등 민원 해소와 함께 등급판정 결과에 대한 출하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시행 중이다.

◆ 보다 공정한 등급판정 작업에 대한 요구= 한우농가들은 ‘등급판정이 보수적’이라며 민원을 제기하고 있는 반면, 도매시장의 중도매인들은 ‘지나치게 생산자 편익 중심’이라는 상반된 주장을 내놓고 있는 상황이어서 더욱 공정하고 객관적인 등급판정 사업을 위한 제도 도입과 기술 개발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최근 축평원 주최로 열린 기술교류회에서 일본 화우 육종전문가 구찌다 케이코 교수에 따르면 화우의 경우 거울형 소 도체 촬영장치 개발과 적용으로 보다 정확한 등급판정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호주 등 축산 선진국에서도 수입해 활용중인 촬영 장치는 대당 약 5000만원 수준이어서 축평원은 시범사업을 위한 최소한의 기기 도입 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등급판정 이의신청 제도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의 필요성도 함께 대두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장에선 이의신청제도 등 구제 방안에 대해 제대로 알려지지 않아 이를 인지하고 활용하는 농가들은 일부에 불과해 민원과 불만이 되고 있다”면서 “축산농가 대부분이 고령화되고 이로 인해 정보 전달이 제대로 되지 못하는 부분이 있는 만큼 제도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를 통해 출하자들의 만족도 제고와 민원 해소에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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