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농림축산식품부와 대한한돈협회는 산림조합중앙회와 함께 전북 정읍 돼지농가 성산농장에서 「아름다운 한돈농장 가꾸기」 캠페인의 일환으로 나무심기 행사를 가졌다. 이영균 대표는 “휑하고 삭막했던 축사 주변이 울창한 측백나무로 뒤덮힐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설레고 뿌듯하다”고 기대한다.

축산업에 있어서 악취문제로 제일 골머리를 앓고 있는 축종은 양돈과 양계이다. 축산 이외의 일반인들에게는 고약한 냄새와 지저분한 축사의 모습 자체가 뇌리에 박혀 있고, 최근 악성 가축전염병의 발병으로 그 인식이 더 악화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홍보이자 자정 노력

 

축산업은 2010년 말 「안동발 FMD」의 이전과 이후로 패러다임 자체가 바뀌었다. 350여만 마리의 가축이 매몰되고, 3조가 넘는 엄청난 자금이 소요됐을 뿐만 아니라 관광산업, 지역 경제에 막대한 피해를 입히면서 아이러니하게도 축산업이 단지 축산이라는 하나의 산업이 아니라 국가 경제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했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계기가 됐다.

그러나 ‘막연한’ 산업에서 어느날 갑자기 국민들 앞에 툭 튀어 나온 모습이 긍정적이고 환영받을 만한 것이 아니라 부정적이고 ‘더러운’ 모습이어서, 당황스러운 국민들은 마치 오염물질로 인식해 몸을 피하고 가까이 하기를 꺼려했다. 당황스러운건 축산인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미안해 했고, 몸둘 바를 몰랐던 것이다. 그리고 마치 쓰나미처럼 몰려오는 부정적인 시각에 대응할 방법을 몰라서 어쩔줄 몰랐다.

일반인들의 축산업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조금이나마 해소하고자 ‘나눔축산운동’을 통해 이웃과 상생하는 모습도 보였다. 하지만 사실 이러한 상생은 일부에서는 이미 해 오고 있던 것이었다. 특히 양돈의 경우는 협회를 중심으로 눈에 띄지는 않았지만 원로들의 기부가 잇따르고 있었다. 아름다운 목장 가꾸기 역시 낙농을 중심으로 스스로 해 오던 일들이다.

이미 해 오던 일들을 굳이 ‘나눔축산’이니 ‘아름다운 목장가꾸기’니 캠페인으로 전개하는 중요한 이유는 홍보이다. 일반인들에게 “우리도 당신들이 그렇게 더럽다고 하는 목장이나 농장을 아름답게 가꾸기 위해 이만큼 노력하고 있으니 알아 달라”는 일종의 호소이자, 내부로는 현재의 생업이 지속 가능하기 위해서는 자구노력을 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자체의 경고이다.

정부가 주도하던 생산자단체가 주도하던 중요한 것은 아니다. 일반인들을 향한 홍보가 진정성을 가지고, 다양하고 지속적이면 당연히 효과가 있다. 그러나 농장이나 목장을 ‘아름답게’ 꾸민다는 것은 좀 ‘오버’가 아닐까 싶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다. 모든 일에 과한 것은 부족한 것만 못하다. 과장된 홍보나 표현은 오히려 진정성을 잃는다.

왜 한 때 추진하던 ‘깨끗한 농장(목장)가꾸기’가 ‘아름다운’으로 바뀌었는지 궁금하다. 아무리 나무를 심고 그 나무가 커서 울창하게 농장을 뒤덮는다고 원하던 대로 농장이 아름다워질까? 그 아름다운 농장에 도시락을 싸들고 가서 아름다움을 만끽하면서, 동물체험을 하면서, 하루를 보낼 수 있을까?

 

‘생각의 오류’에 빠져

 

우리들은 가끔 ‘하면 된다’는 군인 중심의 사고에 빠진다. 특히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그 군대식 사고가 어떤 효과를 가져 왔는지도 알고 있다. 그리고 그 무대포(?) 긍정적 사고가 얼마나 큰 힘인지도 안다. 그러나 그 사고에 젖어 있으면 정말 안되는 것도 노력을 하기만 하면 될 수 있다는 ‘생각의 오류’에 빠진다. 생각의 오류는 착각과 다르다. 남자는 아이를 낳을 수 없다. 그러나 이전에는 성(性)의 전환은 불가능했다. 그것이 가능해졌다. 그렇다면 연구를 거듭하면 성 전환한 여성(?)도 아이를 낳을 수 있다? 그러니 좀더 연구에 매진하자? 생각의 오류는 어떤 의미에서 자기 최면이다.

축산업과 ‘악취(?)’는 땔래야 땔 수 없는 일이다. 농장을 가꾸는 일은 아름답게 꾸미는 일이라기 보다는 깨끗이 정리하는 것이라고 표현해야 맞다. 농가 스스로 농장을 아름답게 꾸미려고 하는 것은 스스로 힘을 낭비하는 일이고 그럼으로써 좌절하게 하는 일이다.

 

생명산업을 인식케

 

일본의 낙농체험 취재를 가서 보고 놀랍고 부러웠던 것은 일반인들과 축산인들의 관계가 참 일상적이라는 것이다. 우리의 입장에서 보면 어떻게 저런 농장이 체험농장으로 지정됐는지 의아스러울 정도로 아름다움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린이들은 더럽다고, 냄새난다고 뒤로 빼지도 않았다. 시골을 처음 접했다는 몇 몇 아이들은 잠시 멈칫하다가 이내 다른 아이들과 함께 젖소의 온기를 느끼면서 어울린다.

이들 체험목장은 처음부터 정부의 지원으로 시작된 것도 아니다. 스스로 소득원 창출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던 중 생명의 존엄성과 인성교육 차원으로까지 발전되면서 지자체의 지원이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축산업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긍정으로 전환시키는 일은 축산이 국가 경제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도 중요하지만, 생명을 다루는 산업이라는 사실을 깊이 이해시키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인간을 위해 키워지며, 오폐수가 어떻게 재자원화가 되는지, 냄새는 그 부수적인 것이며, 그것을 저감하기 위해 농가가 어떻게 노력하는 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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