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4개국을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은 중동의 경제적 가능성을 연일 설파하고 있다. “열사의 땅에서 새로운 희망을 찾았다”고 스스로 극찬하면서 ‘하늘의 메시지’라고 까지 비유했다. 이 무슨 뜬금없는 소리일까? 궁금해 있는 참에 최근 한국청년회의소 대표단과의 대화에서는 “대한민국의 청년이 텅텅 빌 정도로 한 번 해 보세요. 다 어디 갔냐고, ‘다 중동 갔다’고 말할 수 있도록…”이라고 말해 인터넷 상에서 싸늘한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우리 국민’의 정체는

 

지난달 9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당시 불거진 ‘증세없이 복지없다’는 주장에 대해 “경제 활성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지 않고 세수가 부족하니까 국민에게 세금을 더 걷어야 한다고 하면 그것이 정치 쪽에서 우리 국민에게 할 수 있는 소리냐”고 쏘아 붙였다가 “담배값 인상, 연말정산 환급금 감소 등은 세금 편법 인상 아니었느냐”고 역풍을 받았다. 심지어 박 대통령이 지칭하는 ‘우리 국민’이란 정체가 뭐냐는 반발로 이어지기도 했다.

박 대통령을 비롯 이 정권이 하는 모양새를 가만히 보면 뒤죽박죽에 어수선하고 문제는 자꾸 발생하는 데 해결책은 ‘책임 떠넘기기’로 일관하는 모습이다. 일관성도 없고, 단편적이다 보니 믿음도 가지 않는다. 내 주변의 ‘우리 국민’들은 ‘맞다’고 하는 데 저들은 ‘아니다’고 하니 누가 거짓말을 하는 지, 누가 어거지를 쓰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중동 순방을 끝내고 대통령의 한 마디에 정부 부처가 마치 발 등에 불똥 튄 듯 부산하다. 국내 문제가 심각한 데도 수시로 해외 순방을 나가고, 전세계 국가와 자유무역협정을 맺으면서 성과가 참 컸다고 하는 데,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도대체 그 성과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 궁금하다. 심지어는 ‘왜 해외 순방을 갔느냐’고 묻는 이들도 있다.

궁금증이 도를 넘어 머릿속을 혼란스럽게 할 때 즈음해서 싱가포르의 국부 또는 건국의 아버지로 불리우던 리콴유(李光耀) 전총리의 사망 소식이 날아들었다. 그제사 ‘아하 그것이었구나’ 깨달음이 생겼다. 잊혀졌던 그 인물. ‘아시아의 네 마리 용’의 경제 신화. 개발 독재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싱가포르의 영웅, 아시아의 위대한 전략가로 국가에서 추앙받는 그를 떠올리면 반드시 거론되는 인물, 박정희. 살아 있는 동안엔 너무 똑같은 길을 걸어왔지만….

 

‘기적’이여 다시 한번

 

박근혜 대통령의 행동은 아버지인 박정희 대통령으로부터 나온다고 판단하니 그의 행동 하나하나가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이 아니다. 박정희 장군이 주도한 5·16 군사 쿠테타가 성공한 1961년 한국의 연간 1인당 국민소득은 82달러였다. 당시 아프리카 가나의 1인당 소득 179달러의 절반도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1950년대 당시 미국 정부의 대외원조기관인 국제개발처(USAID)의 내부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밑빠진 독’이었다.

그러한 나라가 현재 3만 달러를 바라볼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대단한 자부심을 가질만 하다. 이 자리에 오기까지에는 강력한 국가 계획 경제가 큰 몫을 담당한 것도 엄연한 사실이다.

농업이 주를 이루던 저개발국가에서 제조업으로 그리고 이제는 첨단산업국가를 바라보고 있으니 말이다. 국가 경제의 목표를 세우고 기업으로 하여금 전략사업을 하게 하고, 그것을 통해 성공적인 발전을 만들어 냈다. 그 과정을 박근혜 대통령은 구중심처에서 아버지를 지켜봤을 터이다.

보리 고개 때에는 농촌은 온통 산으로 들로 끼니를 떼우기 위해 나물을 캐고, 나무껍질을 벗기는 일이 빈번했던 그 시기에 ‘파독 광부’로, ‘월남 파병’으로, 일본에 머리 숙이고 차곡차곡 외화를 벌어 그것을 밑천으로 산업을 일으켰다. 세계가 인정하는 ‘한강의 기적’을 일궈냈다. 최근 박 대통령의 행보는 아마도 ‘한강의 기적이여 다시 한 번’으로 비춰진다. 청년들에게 ‘여기서 징징대지 말고 중동의 모래사막으로 나가서 일을 해서 돈을 벌라’고 하는 듯 하다. 통계청의 발표에 따르면 청년 실업률이 1999년 7월 이후 11.1%로 최대치라니 중동으로 가는 것이 ‘하늘의 메시지’일 듯도 싶다. 중동의 기업 정서도, 한국의 청년 실업의 상황도 모르는 참 구름 위의 발상이다.

 

황당 썰렁한 개그

 

게다가 지난 25일엔 ‘고용창출 100대 우수기업’ 대표 오찬 간담회에서 했던 “일자리 만든 분들 다 업어드려야 한다”는 말은 황당하고도 썰렁한 개그 수준을 넘어선다. 일자리 만들라고 친기업 정책을 쓰고, ‘낮춘 법인세 원래대로’를 반대했다. 수출해서 경제를 활성화하라고 전 세계와 광폭의 자유무역협정을 맺었다. 규제도 완화하고 있다. 기업은 요지부동이다. 그 혜택을 누리면서 기업의 곳간엔 현금이 넘쳐난다.

박정희 대통령의 경제 정책은 수출드라이브만이 아니다. 한강의 기적이 이뤄지는 기간 동안 정부는 특정한 새로운 산업을 선택하고, 보호 관세나 보조금을 비롯해 여러 형태의 지원을 통해 국제 경쟁을 견딜 수 있게 했다. 그의 딸은 아버지 곁에서 안을 본 것이 아니라 겉만 본 모양이다. 그 기적에는 항상 농민의, 노동자의 그리고 많은 국민들의 피와 눈물이 있었다. 차라리 아버지의 그 상채기만이라도 닦을 수 있는 깨달음이나마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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