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축산단지 홍성에서도 방역대를 뚫고 FMD가 발생하면서 비상이 걸렸다. 작년 12월 이후 충청지역을 시작으로 FMD가 발생했지만 청정지역을 유지해 오던 강원도까지 침투해 들어갔다. 더 충격적인 것은 이번 강원도의 FMD 발생은 세종시에서 가축운반차량이 바이러스를 실어 날랐다는 정황이 포착됐기 때문이다.

 

잡아뗀다 될일 아냐

 

이 농장은 지난달 7일 FMD가 발생한 농장에서 50m 거리에 위치해 있어 사실상 농장의 돼지를 다른 지역으로 이동할 수 없는 곳이다. 또 오전에 새끼돼지를 차량 2대에 실어 보낸 뒤 FMD 의심신고를 한 점에 ‘고의성’이 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물론 본인은 아니라고 잡아떼고 있지만 말이다.

게다가 새끼돼지를 운반한 2대의 차량 중 1대는 가축운반차량으로 등록되지도 않았고, 등록된 다른 차량은 필수적으로 부착해야 할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도 달지 않았거나, 작동하지 않았다고 하니 이 얼마나 어처구니 없는 일인가.

이동통제를 제대로 하지 못한 방역당국이 질타를 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하는 것도 순리이다. 그러나 AI나 FMD를 대하는 농가나 축산관련 종사자들의 마음가짐이 아직도 어느 수준인지 깨닫게 한다. 혹자는 소수의 사례를 침소봉대하지 말라고 하지만 지금은 사소한 이익을 따져야 할 때가 아니다.

방역당국과 축산농가 그리고 관련 종사자들이 모두 힘을 모아도 악성가축전염병의 근절과 확산을 감당하지 못하고 있는 데 작은 보탬이나마 실어 주지는 못할망정 쪽박을 깨고 있으니 누구의 잘못이라고 탓하고 따질 수도 없는 노릇이다.

‘백신의 효능이 없다’·‘현장 방역이 잘못됐다’는 등 방역당국의 잘못과 실수를 질타하는 것은 맞다. 국민이 정당하게 세금을 내고 있는 한 정부의 정책이나 공무원의 자세에 대해 관여하고 지적하는 것은 당연한 권리이다. 그러나 권리를 주장하는 만큼 의무도 있다는 사실은 쉽게 잊는다.

2000년대 초 FMD가 발생했을 때 방역당국은 쉽게 진화했다. 그 사례는 OIE 등으로부터 “어떻게 그렇게 빨리 FMD 사태를 딛고 청정화를 이루었느냐?”는 놀라움과 함께 모범사례로 인정받았다. 그리고 발생·진화를 되풀이해 왔다. 이번의 FMD 발생도 백신접종 청정화 선언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발 밑의 불에만 급급

 

무슨 일만 터지면 눈 앞의 사태만 해결하기에 급급한 정부의 정책은 그래서 ‘한심하다’는 말을 듣는다. 신뢰도 생기지 않는다. 한 번의 실수는 실수이지만 그것이 되풀이 되면 그것은 무능이기 때문이다. 서둘러 매뉴얼을 만들어 놓고 ‘나머지는 알아서 하라’는 탁상행정이 아니라 당분간 욕을 먹고 비난을 받더라도 탄력적이고 체계적이고 실용적인 대책이 필요한 이유이다.

그러나 최근의 사례들을 보면 누가 누구를 비난하고, 책임을 물어야 할지 난감할 뿐이다. 정부는 축산농가를 믿지 않고, 축산농가는 정부를 탓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보니 대책을 마련하기도 어렵다.

질병과 다른 예를 하나 들어 보자. 정부는 올부터 국가 보조금 부정수급 종합대책을 마련했다. 앞으로 국가 보조금을 고의로 부정 수급하면 보조사업 참여와 지원사업에서 영원히 퇴출시킬 뿐만 아니라 부정 수급액의 5배에 달하는 과징금을 부과한다는 것이다. 부정 수급 신고자에 대해서는 포상금을 2억원으로 상향했다. 양축농가들이 보조금을 지원받기 위해서는 이전보다 더 많은 서류를 제출해야 할 것이고, 절차도 더 까다로워질 것은 당연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이같은 조치에 반대할 입장이 아니다.

축사시설 현대화사업 관련 보조금을 편취한 사례가 한 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해당 농가는 시공업자에게 액수를 부풀려 자부담을 모두 보조금으로 해결했다. 일부 농가들 사이에서 “정부의 보조금은 ‘눈먼 돈’이니 타 먹지 못하면 바보다”는 말이 떠도는 것을 보면 서로 알게 모르게 불법을 저지르고 있는 것이다.

 

모든 노력 ‘와르르’

 

생산자단체들을 중심으로 정부의 잇따른 축산 강국들과의 FTA체결에 따른 피해를 보상해야 한다고 주장을 하면서, 어떻게 하면 보다 많은 자금과 행정적·제도적 지원을 이끌어 내 국내 축산업이 유지되고 발전할 수 있느냐는 고민은 현장의 부도덕한 일부 농가들의 행태로 빛을 잃고 있다.

기껏 기획재정부에게 국내 농축산업의 어려움을 호소하면서 좀더 많은 예산을 확보하려는 농림축산식품부도 할 말이 없다. 농가에 지원해야 하는 자금은 전체 국민이 내는 피 같은 세금이다. 내가 내는 세금을 축산농가가 편취한다면 국민들은 뭐라고 할지 한 번 쯤 생각해 봐야 할 시점이다.

‘나 하나야 괜찮겠지’라는 행동은 결과적으로 전체의 손실로 돌아온다. 내가 나의 이익만을 위해 행동한다면 결과적으로 그 이상 몇 배의 손실로 돌아오는 것이 사필귀정이다. 축산농가들은 축산업에 대한 소비자들의 부정적인 인식이 ‘축산물’에 한정되는 줄 착각한다. 천만의 말씀이다. 축산농가 그리고 축산관련 종사자들의 부도덕한 행위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것이 고쳐지지 않는 한 축산업은 온전히 살아 있어도 축산농가의 미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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