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바뀌든 초점은 ‘농가·축산업 보호’에
어떻게 바뀌든 초점은 ‘농가·축산업 보호’에
  • 한정희 기자
  • 승인 2015.02.06 13:3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FMD 악몽」서 벗어나자
 
 

“최단 시간 내에 정밀진단이 이뤄져야 한다. 즉각적인 방역대책이 실시되어 이로 인한 양축농가와 축산업의 피해를 최소화시켜야 한다” FMD 긴급행동지침(SOP)의 주문 사항이다. 가축전염병 방역에 있어 ‘양축농가와 축산업 피해 최소화’의 중요성을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SOP 내용과 현실은 상반된 인상을 준다. FMD 발생 농장은 우선 살처분 보상금이 삭감된다. 이어 3주간의 이동제한과 같은 물질적인 피해에, 마을 주민들 및 주변 축산 농가들의 따가운 시선을 감당해야 하는 등 정신적 피해도 뒤따른다. 최근 일부 지자체는 살처분 비용까지 FMD 발생 농가에게 물리겠다고 발표했다. 결국 농가는 백신접종과 차단방역 노력에도 불구하고 FMD가 발생하면 모든 책임과 경제적 피해를 떠안게 된다.

이런 상황은 가축전염병 청정화의 필수 사항인 ‘빠른 농가 신고’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한시라도 빨리 FMD를 벗어나려면 지금과 같이 농가에게 모든 책임을 묻는 규제는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 농가 규제를 강화로 FMD 사태를 종식시킬 수 있다면, 감기 환자에게 벌을 주면 감기가 나을 것이라는 것과 다를 것이 없다. 어이없는 발상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우리는 방역 현장에서 이와 비슷하게 오히려 방역에 악영향을 끼치는 규제나 조치사항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이러한 조치는 방역 현장을 혼란스럽게 만든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1월 6일부터 우제류 사육농가에게 출하 5일 전에 해당 시군에 통보할 것을 지시했다. 가축방역관, 공수의사가 해당농장을 방문해 FMD로 의심할 만한 사항을 확인한 후 이상이 없을 때만 출하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FMD가 발생한 4개도와 세종시를 중심으로 실시됐다.

이러한 조치에 대해 농가는 물론 지자체 공무원들도 냉담한 반응이다. 이는 전형적인 면피용 탁상행정으로, 방역을 위해 열심히 노력했다는 근거를 남기기 위한 조치에 지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FMD 확산으로 일손이 부족한 상황에서 모든 농장을 일일이 다니며 출하 가축을 확인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축산농가들의 반발은 더욱 거세다. FMD가 확산되는 상황에서 한 사람이 같은 날 여러 농장을 방문하는 것 자체가 질병 전파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경기도는 925가구에서 177만두(2014년 4분기 기준)의 돼지를 사육하고 있다. 한 양돈장이 한 달에 10번씩 출하한다고 가정할 때 9250번의 돼지 출하 신고서 발행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동원할 수 있는 가축방역관이나 공수의사 등 관련 인력이 200명이라 가정하면 이들은 하루에 평균 15농가를 방문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말이 안 될 뿐 아니라 차단방역의 기본을 무시한 조치라는 평가다.

돼지를 사육하고 있는 A 농가는 “시청직원이 출하할 돼지의 임상증상 확인 후 출하 신고서를 받아야 한다고 말해 큰소리가 오갔다. 그랬더니 시내에서 만나자고 하더라. 차단방역하기도 벅찬 시간을 쪼개서 시내에 나갔다. 그 공무원은 돼지는 보지도 않았다. 문답만 하고는 출하 신고서를 작성해 줬다. 이는 요식행위일 뿐 방역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B 수의사는 “FMD가 발생한 지역에는 돼지 출하 신고서를 작성하러 다닐 인력도 없을 뿐만 아니라 하루에 몇 십 농가씩 방문하라는 것은 가축방역에 대한 기본을 무시한 처사”라고 비난했다.

또 충북도의 경우 통제초소를 FMD 발생농장에 설치토록 해 문제가 되기도 했다. FMD가 발생한 농장 입구 등에 컨테이너와 초소를 설치했다. 자연히 오가는 차량과 사람이 증가하면서 오히려 바이러스 확산 우려가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 경직된 방역정책

“SOP 매뉴얼대로 따라 하고 있다. 백신을 접종하기 때문에 크게 확산되지는 않을 것이다” 진천발 FMD 발생 이후 농림축산식품부와 농림축산검역본부가 가장 많이 한 말이다. 그런 사이 FMD는 16개 시군에서 총 70여건이 넘게 발생했다. 돼지 8만 여두와 소 2두가 살처분 됐다.

농축산부는 2000년 이후 발생한 FMD 청정화 경험을 토대로 SOP 등 매뉴얼을 제작했다. 이 매뉴얼은 그 후 발생한 FMD 사태를 빠르게 종식시키는 위력을 발휘했다. 몇 번의 성공을 맛본 농축산부는 FMD가 발생하면 매뉴얼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2010~2011년에는 이 매뉴얼에 따른 방역이 무용지물이었다. 전국으로 확산된 이후에는 소용이 없었던 것이다. 오히려 효과적인 방역에 방해가 되기까지 했다. 농축산부는 그 후 몇 차례 SOP를 수정했다. 이번 FMD 사태 이후에도 매뉴얼 내용을 대폭 수정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방역의 실패 원인이 과연 매뉴얼 때문일까? 전문가들은 매뉴얼을 맹신하며 여러 가지 환경 변화 요소를 무시한 채 경직된 방역을 실시한 것이 실패의 주요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SOP는 방역을 위해 가장 최소한의 것을 정리 해 놓은 것으로, 현장의 변화를 세밀하게 반영하지는 못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C 축산 전문가는 “FMD 바이러스는 빠른 전파력을 자랑한다. 그리고 자유롭다. 그러나 우리나라 가축방역 체계는 매우 경직되어 있다. FMD 확산 양상이 달라지면 농축산부의 대처 방법도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기본적으로 SOP를 준수하면서 상황에 따라 방역정책을 유동적으로 바꿀 수 있어야 한다”며 “농장 상황, 지형, 바람 등 많은 변수들이 존재하지만 농축산부는 이에 대한 모든 사항을 무시한 채 매뉴얼 준수와 백신만 맹신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D 수의사는 “위급상황에서 매뉴얼에 나오는 모든 것을 지킬 수는 없다”며 “원칙이 무너지지 않는 선에서 어느 정도 자율적인 적용 범위를 허락해야 한다”고 전했다.

또 “가장 큰 문제는 현장에 SOP를 행동으로 옮길 수 있도록 정확하게 숙지하고 있는 사람이 몇 명 안 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따라서 방역 현장을 지휘할 수 있는 전문가를 양성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SOP에는 기관별로 FMD 발생 시 취해야 하는 행동 흐름이 나와 있다. △FMD 방역실시요령 △FMD 긴급행동지침 △가축위기관리 매뉴얼 등 방역 현장에 그대로 적용하기 보다는 응용을 해야 할 경우가 더 많다. 돌발 상황은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 따라서 이와 관련해 많은 경험과 지식이 있는 전문가를 양성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 도축장 차단방역 시설 지원

농축산부 발표대로 FMD 확산이 출하차량 등에 의한 것이라면 도축장 등에 효과적인 소독시설을 설치하도록 해야 한다.

이천일 축산정책국장은 1월 14일 브리핑에서 “최근 확산되고 있는 FMD는 도축장을 매개로 한 가축운반차량이 바이러스를 전파한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발생농장과 도축장 출입차량을 조사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일부 농가에서 FMD 의심증상이 나타난 후 신고 일까지 도축장에 돼지를 출하했던 만큼 해당 도축장이 바이러스에 오염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농축산부는 도축장 등 가축운반차량이 많이 모이는 곳에 검증된 소독시설을 설치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이와 함께 효과적인 소독시설에 대한 기준을 제시해 줘야 한다. 현장에서 활동하는 전문가들의 검증을 받은 후에 설치가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 빅데이터 활용 확대

빅데이터도 잘 활용해야 한다. 농축산부는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가축질병 확산대응방안 마련을 위해 지난해 6월 25일 KT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빅데이터 기반의 가축질병 확산대응모델’ 개발을 추진했다.

검역본부에서는 국가동물방역통합시스템(KAHIS)의 축산차량 운행정보 및 KT의 이동통신 위치정보 데이터를 기반으로 분석해 가축질병 발생 시 확산지역 및 위험도를 분석할 수 있는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그러나 이를 분석하고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이 아직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다. 빅데이터가 분명하게 제시됐고 자료 검토회의도 수차례 진행했지만 이번 FMD와 AI 발생 시 유용하게 활용되지 못했다는 평가다.

빅데이터는 다음 질병 발생 지역을 확인할 수 있는 유용한 정보이지만 이를 정확하게 분석해 내지 못하면 무용지물이다. 농가와 관련자들이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 활용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 위험은 항상 존재한다

지금까지 타결된 FTA 수만 15개다. 국가별로 따지면 54개국이다. 이들 국가와 단계적으로 관세를 철폐하게 되면 교역량도 그만큼 늘어나게 된다. 이들 국가 중에는 FMD가 발생되고 있거나 발생이 의심되는 국가들이 상당수 포함되어 있다. 교역은 계속해서 증가할수록 FMD 외에도 새로운 가축질병이 유입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가축방역 시스템 개선에 대한 사항도 감안해야 할 것이다. 혹 유입됐다 하더라도 신속한 초동방역으로 조기에 잡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우선 우리는 지금 힘을 모아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는 FMD를 슬기롭게 극복해야 한다. 이를 위해 철저한 차단방역으로 농장 간 전염을 최소화해야 한다. 특히 도축장에도 차단방역시설을 보강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백신 접종도 충실하게 시행해야 한다.

농가만이 그 의무를 다하지 못한 것처럼 죄인으로 몰아 세우는 행태도 개선돼야 한다. 농가의 빠른 신고 없이는 FMD 사태 진정도 없다. 정부가 규제강화에 열을 올리기보다 바이러스 확산을 막을 수 있는 사항을 꼼꼼하게 살피고 적극적으로 지원하며 농가와 손잡고 함께 위기를 극복할 때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