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처분 비용 농가부담 안 된다

 

내가 살고 있는 경기도 안성시가 가축 살처분 비용을 농가에게 부담시킨다는 소식을 듣고 마음이 너무도 아팠다. 한편으론 부끄럽기도 했다. 안성시는 FMD 살처분 시 처음 1회는 시에서 비용을 부담하고 추가로 살처분을 실시할 경우 인력과 장비 등에 대한 일정부분을 농가가 부담토록 한다고 밝혔다. 발생농장에 대해 우선 살처분을 실시하고 관련 비용을 보상금에서 제외하고 지급하는 형식이 될 것이라 예상된다.

축산도시 안성에서 이런 조치를 취한 데는 이유가 있다. FMD·AI 등 가축전염병 발생이 지방재정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안성은 과거 2010~2011년 FMD 사태 당시 돼지 20만 6000마리와 소 1600마리를 살처분 해 400억원이 넘는 직접적인 피해를 봤다. 간접적인 피해는 이보다 크다. 또 안성시는 이번 FMD 사태로 인해 13개 양돈장에서 1만 5000두 가량의 돼지를 살처분 했다. 이러는 동안 과거의 악몽이 다시 살아났을 것이라 생각된다.

그럼에도 1종 가축전염병 발생으로 인한 책임을 농가에게 떠넘기는 것은 문제가 있다. 다시 생각해도 ‘이것은 아니다’란 생각이 든다. 이는 축산농가 때문에 FMD가 발생한다는 생각이 깊이 뿌리 내려 있기 때문에 가능한 조치가 아닐 수 없다.

정말 축산농가가 차단방역을 잘못하고 백신접종을 잘 못해서 FMD가 발생했는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정부는 이번 FMD 바이러스가 해외에서 신규로 유입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1차적인 잘못은 정부에 있다. FMD의 확산도 백신을 맹신해 초동방역에 미숙했던 정부의 탓이 크지 않을까?

정부는 백신접종, 축산시설 차단방역, 축산차량 소독 등에 대한 방역수칙을 철저히 준수하면 FMD를 조기에 종식시킬 수 있다고 강조해 왔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백신 항체형성률이 100%에 가까운 돼지와 소에서 FMD가 발생하고 있다. 처절한 차단방역이 무색하게 FMD가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사실 안성시에 무슨 죄가 있겠는가. 살처분 보상금, 가축 살처분 비용, 방역초소와 거점소독시설 운영 등에 필요한 비용을 상당부분 지자체 몫으로 돌린 중앙정부 탓이 크다. 그렇지 않았다면 안성시는 이번과 같은 조치를 취하지 않고, 방역에만 힘썼을 것이다.

안성시는 현재 전 직원이 휴일 없이 비상근무를 실시하고 있다. 17번, 38번 국도 등 주요 국도변을 중심으로 통제초소를 설치하고 1곳당 공무원을 2명씩 하루 3교대로 투입, 24시간 근무토록 하고 있다.

11곳에 거점소독시설을 설치하고 축산관련 차량에 철저한 소독작업을 벌이고 있다. 전국 최초로 FMD·AI 통제 초소에 휴대용 GPS 수신기를 설치, 통제초소 반경 700m내에 축산관련 차량이 다가올 경우 신호음과 함께 차량번호가 표시돼 소독을 더욱 철저하게 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방제차량 24대를 동원해 시 전 지역을 대상으로 합동 방역소독을 실시하는 등 FMD 확산을 막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축산업계 관계자의 한사람으로 안성시의 이번 살처분 비용 농가 부담 결정은 너무도 애석하다. 그러나 FMD 확산 방지를 위해 노력하는 모습에는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다치는 사람이 한명도 없이 이번 사태가 마무리되길 기대해 본다.

끝으로 현재 상황은 우리 축산농가에게 가혹하고 힘든 시기임이 분명하다. 그렇다 할지라도 희망을 잃지 않길 간절히 소망한다. 끝까지 희망을 놓지 않길 바란다. 우리는 과거 수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희망만은 놓지 않았다. 혹 자신은 그 희망의 결실을 맛보지 못해도 자식들은 맛볼 것이란 생각에 열심히 오늘을 살아 왔고, 수많은 위기 상황을 기회로 만들며 여기까지 왔다. 이번 사태를 잘 조속히 수습하고 불합리한 사항들을 대폭 수정함으로써 축산발전의 기틀을 마련, 우리 축산업계가 제 2, 제 3의 전성기를 맞이 할 수 있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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